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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 고대~근대 편 - 마라톤전투에서 마피아의 전성시대까지 ㅣ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빌 포셋 외 지음, 김정혜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1년 1월
평점 :
101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고대~근대 편)
역사에 가정은 필요 없는 것일까?
흔히들 역사에 가정은 아무런 소용이 없다 말한다.
이 책의 사례를 들어 말하자면, 그때 로마의 원로원 의원들이 카이사르를 암살하지 않았다면, 그 뒤 역사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하는 가정 말이다.
그런 가정은 의미가 없다고 말하는데, 과연 그럴까?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일까?
프로바둑 기사들은 시합이 끝나면 반드시 복기를 한다.
끝난 바둑이지만 다시 처음부터 차례로 훑어보면서, 무엇이 잘 못 되었는지, 잘 잘못을 따져보는 것이다.
그런 복기의 과정, 역사에서도 필요한 것 아닐까? 해서 역사의 흑역사를 살펴보면서, 무엇이 잘 못된 것인가를 살펴보고, 다른 상황으로의 가정까지 해보는 것은, 앞으로의 발전을 위해서도 의미 있는 작업일 것이다.
바로 이 책이 그런 의미 있는 작업을 하고 있다.
『101 가지 흑역사로 읽는 세계사』 (고대~ 근대편)
원제를 살펴보니, <101 stumbles in the march of History> 이다.
그러니 우리말 번역인 '흑역사'는 ‘역사의 진행을 방해한 것들, 휘청거리게 만든 것’ 정도의 의미로 생각하면 될 것이다.
그렇게 역사의 정상적인 진행을 막았던 흑역사로 기록되는 것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이 책은 그걸 101가지로 추려놓았다.
고대 ~ 근대 편에서 50가지, 현대편에서 51가지, 해서 모두 101가지이다.
몇 가지 사례를 살펴보자.
저자는 외국인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역사를 살펴보는데, <만약 여몽 연합군이 일본을 정복했다면?>이란 항목이다.
‘중국과 한국의 역사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어떤 흑역사를 다룬다’고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여몽 연합군이 일본을 점령했다고 가정을 한 후, 600년의 세월이 흐른 다음에 미국이 일본을 개항하기 위하여 작전을 펼치는 가상 역사를 그려놓고 있다.
이런 내용들이 보인다.
대다수 일본인들의 생활방식은 아직도 외세의 식민 지배로 억압받는 국가를 연상시킵니다. (108쪽)
일본이 중국에(더 정확히는 여몽 연합군에) 점령된 후 600년 가까이 최북단 섬에서부터 최남단 야쿠시마 섬에 걸쳐 최소 다섯 차례의 반란이 일어났습니다. (110쪽)
일본이 여몽연합군에 의해 점령되었다면, 일본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상상해보는 것도 흥미있는 발상이라 하겠다. 아니, 일본보다는 우리나라가 먼저겠지. 그러니 고려부터 시작해서 그 후 우리나라의 역사는 어떻게, 다르게 흘러갔을까, 부정적인 모습일까, 아니면 긍정적인 모습일까?
또 이런 게 있다.
<젊은 히틀러가 그림을 팔지 못한 대가.> (351쪽)
젊은 히틀러가 그림을 팔 수 있었다면 오늘날의 세계가 바뀌었을까?
10대 시절, 어린 히틀러의 최대 관심사는 그림이었다. 히틀러는 빈 미술학교에 진학해서 공부를 하려고 했었다. 그러나 그 꿈은 좌절되었다. 그래서 결국 미술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 또한 그 뒤에 건축학교에 문을 두드렸지만 그 문 역시 열리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히틀러는 무언가를 창조하는 것보다 파괴하는 재능이 더 뛰어났다. (352쪽)
해서 그 한 사람, 히틀러 때문에 죽은 사람이 1200만 명 이상이라는 통계가 나온다, 무시무시한 일이다.
따라서 히틀러의 생애를 돌아보면 저절로 떠오르는 질문이 하나 있다.
혹시 그가 다른 삶의 경로를 선택할 수 있었던 삶의 전환점은 없었을까? 있었다면 어디였을까? (354쪽)
그런 생각, 그런 가정은 한 사람, 그리고 그가 살았던 사회, 국가의 상황을 돌아보게 하는 중요한 ‘공부’가 된다.
다시, 이 책은? - 두 번 걸러보는 역사 공부
인간은 실수하는 동물이다.
해서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하여, 이런 역사 잘 알아야 한다.
‘만약 그런 실수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란 가정으로 다시 한번 역사를 살펴볼 수 있다.
그래서 이 책은 각 꼭지마다 두 번 역사를 성찰하는 기회를 갖게 되는 셈이다.
한번은 실수하는 과정을 복기하면서 무엇이 잘 못 되었나를 따져보고,
그 다음에 그런 실수가 일어나지 않았더라면 어떤 식으로 역사가 흘러갔을까, 하는 가정으로서의 성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