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 세계를 모험하다 -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전략으로 지구를 누빈 식물의 놀라운 모험담
스테파노 만쿠소 지음, 임희연 옮김, 신혜우 감수 / 더숲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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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세계를 모험하다

 

이 책은?

 

이 책 식물, 세계를 모험하다<혁신적이고 독창적인 전략으로 지구를 누빈 식물의 놀라운 모험담>을 그린 책이다.

원제는 L'incredibile viaggio delle piante / The Incredible Journey of Plants 이다.

 

저자는 스테파노 만쿠소 (Stefano Mancuso),

<세계적 권위의 식물생리학자로, 피렌체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며 국제식물신경생물학연구소(LINV)를 이끌고 있다. 재치 있는 입담과 과학부터 철학, 예술까지 아우르는 풍성한 해설로 친절한 과학 내레이터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을 읽을 때, 먼저 이런 자세를 가져야 한다.

 

동물 필터를 제거한 눈으로 식물을 바라봐야 한다.(9)

 

그런 시각으로 보면, 식물의 특별한 점들이 아주 선명하게 보일 것이다. 해서 식물, 세계를 모험하다라는 이 책의 제목 모험이라는 말이 이해가 된다.

식물이 주체적으로 세계를 돌아다니면서 모험하는 존재라는 것, 확실해진다.

 

그러니 이런 말, 맞다

 

식물은 가만히 있지 않는다. 그들은 먼 곳까지 이동한다. 단지 시간이 오래 걸릴 뿐이다. 식물이 움직일 수 없지만, 적어도 그들의 생애동안 이동할 수는 있다.

식물은 개별 개체의 생애동안에는 이동할 수 없지만, 수대에 걸쳐서는 가장 먼 땅, 가장 접근하기 어려운 지역, 극도로 열악한 지역을 정복할 수 있었다.(8)

 

과연 식물이 어떻게 모험을 하고 있는지, 몇 가지만 살펴보자.

 

먼저 식물은 모험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끈질긴 존재인가?

어떤 모험도 감수하고 모험을 감수하고, 그 마지막 결과로 살아남아야 하는데, 그 끈질김의 정도가 어디까지일까? 그 예로 저자는 일본에서 만난 나무를 예로 든다.

 

일본어 히바쿠주모쿠라는 말을 읽으면서 그 발음이 복잡해서 몇 번이나 입으로 소리내어 읽어보았다. 그래도 얼른 입에 달라붙지 않는다. 외워지지도 않는다. (37)

헌데 그 말 옆에 있는 한자가 눈에 띄어 읽어보니. 피폭수목(被爆樹木)이 아닌가?

피폭(被爆), 말 그대로 폭탄을 맞은 나무라는 뜻이다. 폭탄, 즉 원자폭탄을 맞은 나무다.

 

원자폭탄을 맞고도 살아남은 나무가 있다니, 그 끈질긴 생명력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그런 생명력이 모험을 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모험의 형태는?

 

먼저 공간의 이동을 들 수 있다.

한 장소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는 것, 한 곳에서 탈출하여 다른 곳으로 침입하는 것이다.

 

식물은 확장을 계속해 나갈 곳을 찾기 위해 탈출을 감행할 것이다.(51)

침입생물이 되는 조건은 다양하다. (55)

 

씨앗을 다량 분산할 수 있는 능력

매우 빠른 성장

환경 조건에 따라서 다양한 생태형을 만들어내는 능력

복합적인 스트레스에 대한 내성

인간과 제휴할 수 있는 능력

 

그런 능력을 가지고 있기에 한 곳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식물은 씨를 퍼트린다.

이런 식물 있다는 것, 처음 알게 된다.

 

후라 크레피탄스 : 대극과 식물

이 종은 폭발음을 내며 자신의 씨앗을 초속 60 미터 이상으로 쏘아댐으로써 40미터 거리까지 튕겨나간다. (177)

그러니 사람으로 치면 순간 이동을 하는 셈이다. 식물이 움직인다는 말이 이렇게 이루어진다.

그런 식물 또 있다.

 

에크발리움 엘라테리움 : 박과 식물

이 식물은 로켓을 발사하듯 빠른 폭발 과정을 통해 점액과 함께 다량의 씨앗을 최대 2미터까지 공중으로 힘차게 쏘아올린다.(177)

 

그런 예외적인 경우 말고 보통 식물은 물과 공기 그리고 동물을 통하여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

그중 공기와 물은 아주 경제적이다. 동물을 이용하는 경우에는 과일 생산이라는 작업을 거쳐야 하는데, 공기와 물은 다른 작업이 필요없는 것이다. (176)


동물을 이용하는 경우, 씨앗은 커서는 안된다. 동물이 삼킬 정도의 크기가 되어야 한다.

 

그런데 무게가 18킬로그램이나 되는 씨앗이 있다. 크로이세아 말디비카 씨앗.

대개 씨앗은 가벼워야만 멀리 날아갈 수 있고, 동물이 삼켜 운반할 수 있어 개체를 번식시키는 데 적당한데, 이 씨앗은 그 반대로 무게가 무거워 다른 곳으로 날아갈 수 없다. 대체 왜 이런 씨앗이 있는 것일까? (107)

 

그렇게 무게가 무겁게 된 데에는 식물의 눈물겨운 생존전략이 숨어있다.

 

어린 나무는 어미 나무 가까이 떨어지면서 부모와도 그 옆에 떨어져서 발아한 씨앗들과도 경쟁해야 한다. 이러한 조건에서 씨앗이 클수록 에너지 보유량이 많아지므로, 그만큼 생존가능성이 높아졌던 것이다. (110) 


멀리 갈 수 없으니, 아예 어미 나무 아래 떨어지되, 아예 작정하고 몸을 크게 불리는 것이다.

 

이제 시간을 초월하여 옮겨가는 경우를 살펴보자.

 

1803, 네델란드 상인인 얀 티링크가 남긴 씨앗이 있다. (120)

그는 동인도 회사에서 근무하면서, 남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으로 여행을 갔는데 거기에서 관심을 끄는 몇 가지 씨앗을 가지고 오게 된다. 그런데 티링크가 탄 배가 해적에게 나포되어 결국은 그 씨앗을 담은 가방이 영국 국립문서보관소에 보관이 된다.

그리고 그 가방에 담긴 씨앗은 200년 후에 열려, 씨앗임이 알려지자, 그것을 발아시킨다.

그렇게 해서 시간을 건너, 공간을 뛰어넘어 엘리자베스 1세 공주라는 이름의 식물이 탄생한다. (126)

 

또 있다. 비운의 유대 민족의 마지막 항전지 마사다에서 남겨진 씨앗이다.

마사다에서 점토 항아리 안에 있던 대추야자 씨앗이 발견된 것이다.

그것을 다시 심어, 20133월에 개화가 되었다. 그러니 무려 2천년만에 다시 부활한 씨앗인 것이다. (126)

실로 경이로운 일이다. 2천년이나 잠자던 씨앗이 다시 눈을 떴으니, 만약 동물 중 하나가 그런 일이 일어났다면 아마 전세계적인 뉴스거리가 되었을 것이다.

 

이렇게 식물은 모험한다. 움직이면서 모험을 하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동물의 세계는 움직이는 동물이 바로 바로 보이니,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는데 비하여 식물은 그렇지 않다. 움직이는 것이 바로 바로 우리 눈에 보이지 않으니, 아무래도 관심이 덜 가게 된다.

그런데 이 책으로 동물 필터를 제거한 눈으로 식물을 바라보고(9), 우리와 다른 유기체를 볼 때는 유사성이 아닌 이해력의 렌즈를 끼고 관찰하게 되니(9쪽), 이제 식물의 특별한 점들이 아주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한다.

 

식물이 주체적으로 움직이는 존재라는 것, 심지어 식물들은 생존하기 위하여 모험조차 서슴치 않는 존재라는 것, 이제 확실히 알게 된다.

 

그러니 움직이지 못하고 꼼짝 못한다는 의미에서 쓰이는 식물인간이라는 말도 이제는 바뀌어야 하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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