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
찰스 부코스키 지음, 공민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10월
평점 :
일시품절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

 

이 책은?

 

이 책 음탕한 늙은이의 비망록의 저자는 찰스 부코스키.

원제는 <NOTES OF A DIRTY OLD MAN>인데 ‘Dirty’를 우리말로 번역하면서 음탕한이란 자극적인 말로 한 이유는 뭘까?

 

이 책의 내용은?

 

이 글을 읽은 독자들 - 미국인들 -홀딱 반했다고 저자의 집으로 찾아오기까지 한다는데, 어떤 사람은 돈도 보내왔다고 하는데, 나에겐 이해하기조차 어려운 글이다.

 

문화가 달라서 그런지, 저자가 쓴 내용이 통 머리에 들어오질 않으려 한다.

글을 읽으면서 공연히 읽히지 않는 이유를 찾으려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니, 이런 책 처음이다.

 

글들이 대체 어떤 성격의 글인지, 자꾸만 헤매게 된다.

맨 처음에는 화자가 여서 글 모두가 찰스 브론스키의 (자전적)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런데 읽다보니 이상한 글이 하나 보여서, 찬찬히 뜯어보며 읽어보았다.

 

. 글을 소개하려니 글꼭지에 소제목도 없거니와 그 흔한 넘버링도 해놓지 않아, 특정 글꼭지를 지칭하는 것조차 어렵게 되어있구나!

(글꼭지와 다음 글꼭지 구분을 * 표시 한 개 집어넣어 해주고 있으니, 읽다보면 그것도 발견못하고 다음 글로 넘어가는 수가 허다하다는 것, 편집자에게 말해두고 싶다. 설령 원저에는 그렇게 되어 있더라도 우리말로 번역 편집할 때 적어도 넘버링 정도 해줄 수 있지 않았을까?)

 

17쪽에서 27쪽 사이에 있는 글말이다.

맨처음 읽을 때에는 화자가 여서 저자의 이야기인줄 알았다.

그런데 나중에 21쪽에 이런 대목이 등장해서, 비로소 이건 다른 것이구나 생각이 들었다.

 

핸더슨이 내 쪽으로 몸을 돌렸다.

베일리?”

?”

 

가 저자인 찰스 부코스키가 아니라, ‘베일리라는 제 3자였던 것이다.

그러니 그 글꼭지는 콩트 아니면 장편(掌篇)소설로 간주 되는 글일지도?

 

또 있다. 이번에는 가 주인공인 글, 소설인가?

82쪽에서 89쪽 사이에 있는 글이다.

 

전화벨이 울렸다.

그는 러그에 앉아 있었다.

(이하 생략)

 

그러니 * 가 있는지도 잘 살펴야 하고, * 표시가 되어 있는 그 다음 글을 읽을 때에는 화자가 누구인지, 잘 살펴야 한다. 그래야만 * 앞으로 돌아가 다시 읽을 수고를 덜게 되는 것이다.

 

이런 글, 나의 지식이 한정되어 있음을 깨닫게 해준다.

 

글을 너무 토마스 울프처럼 쓴다. 드라이저를 제외하고 역대 최악의 미국 작가인 바로 그 토마스 울프 말이다. (11)

 

당신이 쓴 <죽은 손의 십자가>를 읽었는데, 베를렌 이후로 당신이 최고라고 생각해! (31)

 

이 자는 괜찮아. ( ) 보들레르 이후 최고의 시인이야. (42)

 

우선은 셀린을 읽어라.  2000년의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작가다. (100)

 

내 시가 블랙 이후 최고라고 생각했다. 아니, 블랙이 아니라 블레이크다. (178)

 

안타깝게도, 난 베를렌. 보들레르, 셀린, 블레이크가 누군지, 무엇을 한 사람인지 모른다.

 

이렇게 나의 무지를 깨닫게 한 글들을 읽어가다가, 어찌보면 그냥 흘러 넘겨도  좋을 글들 사이에 문득 반짝 반짝 빛나는 그 무언가를 발견하게 되었다.

 

비록 그런 글들이 전체적인 면에서 보면 아주 작은 것이겠지만, 저자가 그런 빛나는 글을 쓰기 위해 일부러 음탕한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닐까, 생각할 정도로, 그런 글들이 도처에 숨어 있었다. 이런 글들이다.

 

훌륭한 시인을 얻으려면 훌륭한 관객이 필요하다. (40)

 

아무튼 행동하지 않는 지식은 무식한 것보다 끔찍하다. (58)

 

그런 걸 우정이라고 하지. 경험에 따른 편견을 함께 나누는. (77)

 

스스로 설레지 않는 한 아무 것도 배우지 못하고 볼 수도 없다. (95)

 

영혼에는 피부색이 없다. (100)

 

무엇이 사람을 괴롭히는지 단정 지을 수 없다. 아주 사소한 것도 어떤 마음가짐이냐에 따라 끔찍한 일이 될 수 있다. (141)

 

난 처음으로 누군가 소유한 모든 것에는 자물쇠가 걸려 있다는 것을 눈치챘다. (171)

 

한 문장으로 되어 있으니, 아포리즘이라고 할까?

그런 보석들은 글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생각하게 만든다. 저자가 우리 눈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그런 생활을 하면서도, 냉철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 있음을 깨닫게 해주는 아포리즘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이르자, 그의 글들이 달리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괄목상대!

저자가 누구이기에 이런 글들을, 하는 마음으로 다시 책을 잡게 되었다.

 

다시, 이 책은?

 

그래서 아쉬움이 많은 책이다.

읽다보면 좋아지는 그의 글, 그의 생각들. 해서 저자를 더 알고 싶어지는데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저자 찰스 부코스키를 알게 되는 방법이 전혀 없다.

 

출판사에서 저자 소개를 한 부분이 있긴 한데, 참으로 읽기 어렵게 되어 있다.

앞표지 속지에 짙은 빨간색 바탕에 검은색, 깨알 같은 글씨로 저자 소개를 하고 있는데, 정말로 읽기 어렵게 되어 있다.

그냥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인쇄해도 좋을 터인데. 일부러 짙은 빨간색을 배경으로 한 이유가 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출판사에서는 이런 점도 감안해주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또하나, 역자가 별도로 저자와 글에 대한 소개를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그리고 더하여, 본문에 나오는 수많은 인명, 지명, 상황들에 대한 간략한 해설 정도 해주었으면, 저자에게 미국 독자들처럼 홀딱 반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그게 무척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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