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찰스 부코스키 지음, 데이비드 스티븐 칼론 엮음, 공민희 옮김 / 잔(도서출판)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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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

 

이 책은?

 

이 책 와인으로 얼룩진 단상들은 찰스 부코스키의 글 모음집이다.

 

저자인 찰스 부코스키는 <1920년 독일 안더나흐에서 미국 군인 아버지와 독일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미국으로 왔다. LA에서 자라고 도합 50년간을 살았으며, 마흔아홉 살에 한 출판사의 제안에 따라 전업 작가가 될 때까지 오랫동안 하층 노동자, 우체국 직원 등으로 일했다. 24세 때인 1944년에 첫 단편소설을 발표했고, 작품들이 빛을 보지 못하자 26 세부터 십 년간 글쓰기를 포기했다가 35 세에 큰 병을 앓고 난 후 시를 쓰기 시작했다. 199439일 캘리포니아 주 샌피드로에서 73세에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의 글은 이해하기가 보통 어려운 게 아니다.

문장의 난삽함은 이루 말할 수 없고, 시제, 장소, 그리고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지 않은 채, 저자의 머릿속에서 있는 것들이 마구잡이로 글로 옮겨지고 있는 느낌, 게다가 현재와 미래가 혼재 되어 있는 듯, 혼란 그 자체다.

 

해서 글을 이해하기보다도 먼저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이해하려고 애썼다

그렇게 생각하고 읽어가는 데 이런 글을 만났다.

 

옛날에는 내가 천재라고 생각했고 굶주렸고 아무도 내 글을 출간해 주지 않아서 지금보다 더 많은 시간을 도서관에서 낭비했다. 창으로 햇살이 들어오는 자리에 앉는 것이 가장 좋았다. 햇살이 목과 뒤통수와 손에 닿으면 기분이 그리 나쁘지 않아 붉은색, 주황색, 초록색, 파란색 표지 일색으로 꽂혀 있는 엉터리 같은 책들을 봐도 괜찮았다. 햇살이 목에 닿는 감촉을 느끼면서 졸면서 꿈을 꾸면서 월세, 먹을 것, 미국 그리고 책임에 대해 생각하지 않으려고 애썼다. 내가 천재인지 아닌지는 그렇게 큰 고민거리가 아니었다. 솔직히 난 어떤 부류에도 속하고 싶지 않았다.  (76)

 

계속해서 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글로 월세도 낼 수 있게 되고> (248)

<또 사고를 치기 위해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하는> (138)

<난 평생을 백수에 일용직 노동자로 살았다.> (389)

<대략 183 센티미터 키에 61킬로그램이 나갔고 술에 절었다.>(390)

 

그의 소망은 뭘까?

<왼쪽에는 와인병을 끼고 오른 쪽에는 모차르트 라디오을 틀어놓고 타자기 앞에서 죽는 것이 소망이다.> (393)

 

그 다음 부딪힌 문제는 글의 장르가 무엇인가,하는 점이다.

픽션인가 넌픽션인가?

산문인데, 각 글꼭지마다 화자가 각각이라는 점도 더욱 헛갈리게 하는데 일조를 하였다.

장르가 무엇인지 알아야, 글을 읽고 나서 제대로 소화를 할 것이 아닌가?

 

<서문>에 이 책의 편자 스티븐 칼론은 이런 글을 남긴다.

시인으로 알려졌으나 부코스키는 다양한 에세이를 남겼다. 단편소설, 자저 에세이, 시집의 서문, 서평, 문학 논술......> (9)

 

읽어가다 보니 점점 갈래가 잡히긴 한다. 글의 종류가 서서히 파악되기 시작하는 것이다.

 

화자가 인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전지적 시점으로 글이 진행되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자전적 에세이에, 소설도 들어있고, 또한 서평도 들어있다.

 

우선 서평은 두 편이 있는데, 앙토냉 아르토 선집(97) 파파 헤밍웨이(104)에 대한 서평이다.

 

소설로 간주할 수 있는 글도 있다.

<내가 앨런 긴즈버그라는 사실을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밤> (16)

 

<스승을 만나다> 325쪽 이하에서는 자전적인 고백도 줄줄이 이어진다.

 

찰스 부코스키 글의 특징 몇 가지

 

편자인 데이비드 스티븐 칼론이 <서문>에서 밝힌 내용을 정리해 본다.

 

우선 편자가 해설을 붙인 글을 추려보았다.

(서문에 언급된 쪽수/ 해당 글의 쪽수)

 

긴 거절 편지의 여파 (9,10, 18/31)

카셀다운에서 온 스무 대의 탱크 (9, 10 /44)

어떤 유형의 시, 어떤 유형의 삶, 언젠가 죽을 피로 채워진 어떤 유형의 생명체에 대한 변호 (11/86)

여섯 개들이 맥주팩을 마시며 시와 처절한 삶에 대해 끼적인 글 (12/76)

윌리엄 원틀링의 양식에 관한 일곱 가지 고찰미출간 서문 (12/248)

 

올바른 호흡과 길을 찾는 법에 대하여 (12/215)

 

내가 앨런 긴즈버그라는 사실을 아무도 믿어 주지 않은 밤 (13/127)

정부를 열 받게 만들어 볼까? (18/139)

짐 로웰을 기리며의 무제 에세이 (18/114)

산타페의 은 십자가 예수 (17/145)

거장을 되돌아보며 (19/363)

재거 나우트 (20/256)

시간 때우기 (21/301)

사건의 경위 (21/ 291)

또 다른 나 (22/370)

작가 훈련 (22/ 389)

 

독자들은 <서문>애서 해당 글에 대한 설명을 미리 읽고 해당 글을 읽기 시작하는 것이 좋을 것이며, 특별히 그 글을 읽고난 후 <서문>으로 돌아와 해설을 읽는다면 더 좋을 것이다.

 

부코스키의 예술은 가식과 꾸밈에서 자유로운 단순하고 직접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언어를 통해 자신의 피비린내 나는 오명을 드러내고 자신을 과장 (주로 유머러스하게) 하는 것이다.(12)

 

허구와 자서전 사이 어디쯤에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것이다. (15쪽)

 

각 문단의 첫 문장은 현재형으로 써서 서사에 생동감을 주고 독자들을 장면 한가운데로 데려다 놓는다. (21)

 

궁금한 점, 몇 가지 중 하나만

 

앞표지 바로 이은 쪽에 저자 소개, 거기에 이런 글이 보인다.

<그의 작품은 그의 분신인 주인공 헨리 치나스키가 이끌어간다.>

 

이게 글 중간 중간에 를 화자로 내세워 쓴 글에서 이름이 행크라고 불리고 있는데, 그 것과 관련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서문에는 이런 글도 보인다.

<헨리(행크) 치나스키의 불운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14)

 

글 본문에 행크라고 불리는 사람과 헨리(행크) 치나스키가 동일인인지?

 

다시 이 책은?

 

아쉬움이 많은 책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저자 찰스 부코스키를 알게 되는 방법이 오직 하나뿐이다.

이 책의 원래 편자인 데이비드 스티븐 칼론의 <서문>이다.

 

출판사에서 저자 소개를 한 부분이 있긴 한데, 참으로 읽기 어렵게 되어 있다.

앞표지 속지에 짙은 녹색 바탕에 검은색, 깨알 같은 글씨저자 소개를 하고 있는데, 정말로 읽기 어렵게 되어 있다.

그냥 흰 바탕에 검은 글씨로 인쇄해도 좋을 터인데. 일부러 짙은 녹색을 배경으로 한 이유가무엇일까, 궁금해진다. 출판사에서는 이런 점도 감안해주셨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또하나, 역자가 별도로 저자와 글에 대한 소개를 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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