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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론강
이인휘 지음 / 목선재 / 2020년 10월
평점 :
부론강
이 책은?
이 책 『부론강』은 소설이다. 장편소설.
저자는 이인휘, <1958년 서울에서 태어나 1988년 [녹두꽃]에 「우리 억센 주먹」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폐허를 보다』로 2016년 만해문학상을 수상했다. 오랫동안 노동문화운동을 했고 박영진 열사 추모사업회에서 일했다. 진보생활 문예지 [삶이 보이는 창]과 ‘사단법인 디지털노동문화복지센터’를 만들어 후배들에게 이어주었고, 한국작가회의 자유실천위원장을 역임했다. 현재 한국작가회의 이사이며 행동하는 작가네트워크 ‘리얼리스트 100’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의 이력을 보면 <7년 전부터 남한강이 아름답게 흐르는 강원도 원주시 부론면 관덕마을에 내려와서 살고 있다>는데, 부론면에 흐르는 강이 이 작품의 무대가 되는 것이다.
“난 부론면 앞으로 흘러가는 강을 부론강이라고 불러요. 부론강은 나와 인연이 깊은 곳이에요. 슬프기도 하고 안타까운 인연이기도 한 부론강.......” (125쪽)
여주인공 임찬미가 하는 말인데, 이 소설의 모든 내용을 함축한 말이기도 하다.
잠깐 줄거리를 살펴보자.
여주인공 찬미는 사진작가다. 그런데 어떻게 어떻게 해서 강원도 부론면애 흘러들어와 주점에서 일을 하면서 살고 있다. 그녀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을까?
남주인공 원우, 전기기사다. 어느 날 주점의 전기를 손봐주러 왔다가 인연이 되어 부론면에 머무르게 된다. 그 또한 어떤 사연?
그밖에 부론면에 살면서 찬미가 일하는 주점에 나타나는 사람들이 등장인물로 나타난다.
남주인공 원우와 여주인공 찬미가 우연히 만나게 되고, 서로 부딪히면서 마음을 주고받게 되고, 결국은?
어찌 보면 소설 앞부분에 남자 주인공 원우가 찬미가 일하는 주점에 나타날 때부터 둘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을 것이다. 그런 운명의 실타래 안에서 둘이 서로 마음을 열어가게 되는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독자들은 숨죽여가며 읽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을 다 읽고 책말미의 <작가의 말>을 읽으니, 여기 등장하는 인물들이 거의 다 저자가 살고 있는 부론에 살고 있는 실존인물들이라는 것이다.
여기 나온 부론면 예술인들은 모두 실존인물들입니다. 놀랍게도 부론면에는 이십여명의 예술가들이 있습니다. 소설가도 네 명이나 있고..........소설 속 여주인공의 모델이 된 사진작가도 있고 ,,,,,그렇지만 실제로 그들이 살아온 과거와 현재의 모습은 각색된 것임을 밝혀 놓습니다.(330쪽)
그러니까 여주인공 찬미는 실존인물 사진작가에서 가져온 인물이라는 것, 물론 소설 속 모습은 작가의 창작물이라는 것이다.
여주인공은 그렇다치고 남주인공은 어떤가?
역시 <작가의 말>에 등장한다.
어느 날 동네 예술인 한 분이 연애 이야기를 써 보라고 하더군요. 저는 픽 웃고 말았죠.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오랜 옛 문우가 느닷없이 나타났습니다. 전기 기사로 떠돌아다닌다고 하면서 십 년 동안 모아놓은 시 뭉치를 읽어보라고 하더군요. 그 시를 읽는데 부론 예술인 중의 한 명인 사진작가의 얼굴이 떠오르더군요. (330쪽)
소설 속에서도 연애이야기를 소설로 써보라고 권유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해운과 복실간의 대화다.
"형, 연애 소설 좀 써봐."
"왜? 연애하고 싶냐?"
"형 이런 거 못 느껴봤어? 어느 날 자다가 눈을 떴을 때 아, 내가 아직도 이 인간하고 붙어살고 있구나, 하는 절망감." (107쪽)
그런 대화가 진행되는 가운에 소설가인 해운은 이런 말로 창작론을 설파한다.
"글은 쓰고 싶은 간절함이 있어야 써지는 거야. 이 얘기 재밌겠다 저 얘기 재밌겠다, 하면서 글을 찾다보면 자기중심이 사라져. 거꾸로 말하면 자기중심을 세워가는 글을 쓰지 않으면 재미와 흥미만 찾아서 글을 쓰게 된다는 거야. 그러다 보면 점점 자기 세계가 없어지는 거지." (108쪽)
소설은 그렇게 해서 구도가 짜여지고, 등장인물들이 섭외되고, 해서 한 편의 연애 얘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아름다운 우리말 하나 배운다
<물고기가 떼를 지어 이동하는 것처럼 윤슬이 반짝거렸다.> (94쪽)
윤슬 [명사]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
다시, 이 책은?
그렇게 해서 두 남녀는 사랑을 하게 된다, 는 연애얘기가 펼쳐지는데, 이 소설은 그 사랑으로 두 사람이 갖고 있던 상처가 아물게 된다는, 사랑의 부수적 효과도 알게 해준다.
그나저나 궁금한 것이 있다.
이 소설의 모델이 되는 두 실존 인물 - 옛 문우인 전기 기사와 사진작가 - 이 이 소설을 읽으면 어떤 기분이 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