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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오브 스토리 - 다 알고 또 모르는 이야기
박상준 지음 / 소명출판 / 2020년 9월
평점 :
스토리 오브 스토리
이 책은?
이 책 『스토리 오브 스토리』는 <다 알고 또 모르는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저자는 박상준, <서울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 「한국 신경향파 문학의 특성 연구: 비평과 소설의 상관성을 중심으로」(2000)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는 포스텍 인문사회학부 교수로서 미래의 과학기술계 리더들과 문학, 인문학 이야기를 하고 있다. 국내외의 문학작품을 통해 우리의 삶과 사회를 성찰하는 작업을 해 오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이 책 제목의 의미를 짚고 가자.
『스토리 오브 스토리』라고 제목을 잡은 것은 작품 자체의 스토리와 더불어 그 스토리가 책을 읽는 우리와 우리가 놓인 상황에 맞물릴 때 만들어지는 또 하나의 이야기까지, 두 가닥의 이야기를 읽고 생각하며 쓴 글이기 때문이다. (4쪽)
이 책에 들어있는 글들은?
1부 소설의 빛깔, 서른다섯의 이야기
2부 문학과 문화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
1부 <소설의 빛깔, 서른다섯의 이야기>는 다시 4개의 파트로 나뉜다.
01 상상 그 이상을 향하는 즐거움
02 금기에 도전하는 목소리
03 삶의 결을 찾는 시선
04 역사를 세우는 이야기
이렇게 4개의 파트에서 저자는 소설 35편을 다루고 있는데, 그 목록을 살펴보면 일단 새겨볼만한 책들이다. 또한 저자는 각각 주제가 되는 소설을 다루며 그것과 연관된 소설을 같이 다루고 있으니 다루고 있는 작품 수는 훨씬 더 많아진다.
예컨대, 토마스 만의 『베니스에서의 죽음』을 소개하면서 관련된 작품인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D.H. 로렌스의 『채털레이 부인의 사랑』을 같이 소개하고 있다.
그중에서, 이런 책들 조심해서 읽어야
『죽음』, 베르나르 베르베르 (50쪽)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 오세라비 (61쪽)
그 중에서 읽어야 할 책을 발견하다.
『사일런트 페이션트 (Silent Patient)』, 알렉스 마이클리디스, (48쪽)
그리스 비극 작가 에우리피데스의 『알케스티스』와 관련된 책이다.
『알케스티스』는 아폴론과 아드메토스, 일케스티스가 얽힌 신화를 바탕으로 한다.
아드메토스는 아폴론으로부터 선물을 받는다. 그의 생명이 다할 때 그를 대신해서 죽어줄 사람이 있으면 다시 한번 이승의 삶을 살게 해주겠다고 아폴론이 약속해준 것이다.
죽음을 앞둔 아드메토스가 대신 죽어달라고 청을 했을 때 수락한 사람은 부인인 알케스티스밖에 없었다. 그래서 알케스티스는 죽게 되는데, 이를 알게 된 아폴론이 그녀를 다시 이승으로 데려온다. 다시 돌아온 알케스티스를 보고 아드메토스는 감격해하지만,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킨다.
이를 활용하여 추리 소설 속에 이 신화를 녹여낸 것이 『사일런트 페이션트 (Silent Patient)』인데, 알케이티스의 침묵에 대한 알렉스 마이클리디스의 심리 분석적 해석이 들어있다고 할 수 있다.
『열등의 계보』, 홍준성, (182쪽)
저자는 이 책에 대해 이렇게 평한다.
한국 현대사의 격랑 속애서 비참하게 살다간 무명씨들을 기리는 새로운 감수성의 산물이다. (186쪽)
2부 <문학과 문화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는 다시 3개의 파트로 나뉜다.
01 문학에 대한 이야기
02 문학을 둘러싼 이야기
03 시와 예술에 대한 단상
2부에서 새겨 둘 사항 몇 가지 기록해 둔다.
소설의 기능
이야기 형태로 구성된 소설은 이야기에서 나오는 힘을 통해, 사회역사적인 문제나 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큰 의미를 지니는 사건들을 탐구하고 기억하게 만든다. (273쪽)
이야기의 힘. (273쪽)
이야기의 흐름은 사건들을 인과관계로 연결시켜서 복잡한 사태도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한다.
예술이 난해하다고 여겨질 때, 해야 할 일들
감상자의 무지에 의한 어려움이라 할 경우에는, 시간을 투자해서 예술의 동향과 역사를 이해하도록 한다. (218쪽)
특히 이런 구절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이런 경우의 학습을 언짢게 생각할 것은 아니다. 자전거를 즐길 수 있게 되기까지 우리가 얼마나 고생을 하는지 생각해 보면 난해한 예술까지 풍요롭게 감상할 수 있기 위해 공부를 하는 것이 쓸데없는 일일 수 없다.
새롭게 알게 된다.
왜 SF 가 ‘공상과학 소설’이 되었을까? (32쪽)
SF 소설이란 Science Fiction의 줄인 말로, 그대로 번역하면 ‘과학소설’인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그 앞에 ‘공상’이란 말이 붙었을까?
일본에서 판타지와 SF를 함께 싣는 잡지가 판타지 즉 공상소설과 SF 즉 과학소설을 두 장르를 함께 드러내는 제목으로 ‘공상과학소설’이라는 제호를 붙였는데, 이 잡지가 우리나라에 소개되면서 SF를 공상과학소설이라 지칭하는 오해가 생겼다는 것이다.(32쪽)
지금은 SF를 ‘과학소설’로 번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상에서 가장 짧은 소설이라고 전해오는 것
“For sale : baby shoes, never worn."
헤밍웨이가 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20쪽)
키치 (Kitch) (269쪽)
작품 자체를 감상하기 보다는 그것을 통해 자신의 욕망을 충족시키고 과시하는 행위를 말한다.
이 말을 예전에 어디선가 들었다 싶어 찾아보니,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서였다.
“당신은 모든 점에서 키치와는 정반대라서 당신을 사랑하는 거야. 키치의 왕국에서 당신은 괴물이야.” (민음사, 23쪽) 사비나가 토마시에 해 준 말이다.
사전적 정의는 <‘키치’란 사전적 의미로는 조악한 감각으로 만들어진 미술품과 저속한 대중적 취향의 문화>를 뜻한다.
약산 김원봉과 미당 서정주 (242쪽 이하)
간단히 정리한다.
약산의 경우가 어느 시점의 행적을 가지고 그 이전의 공적을 무시한다면, 미당의 경우는 한 부분의 행적으로 다른 부문의 업적을 무시한다. 두 경우 모두 한 가지 기준으로 모든 것을 재단한다는 점에서 똑 같은 잘 못을 범하고 있다.
약산의 서훈에 반대한다면 친일 행적이 있는 문인들의 문학상도 부정해야 마땅하고, 미당문학상을 폐지하자고 주장하려면 약산의 긍정적인 재평가에도 반대해야 한다. 적어도 그런 일관성은 가져야 한다. (247쪽)
다시, 이 책은?
특별히 이 책은 단순히 문학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예술 전반으로 그 시각을 넓히고 있다.
해서 이 책 한 권으로 문학과 미술, 영화를 포함한 예술 전반에 대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점이 또 하나의 매력이라 하겠다.
그냥 스쳐지나가듯이 읽어도 될 책이 있고, 한 글자 한 글자를 새기면서 읽어야 할 책이 있다. 이 책은 후자에 속한다. 한 글자 한 글자 다 새기면서, 특별히 몇 번이고 음미해볼한 책이다.
그간 예술, 특히 문학과 관련하여 흐릿해 보이던 것들이, 왜 그런가 의아했는데 나의 시각에 초점이 제대로 잡히지 않았던 것이라는 것, 이 책을 보고 깨달았다. 해서 문학을 가르치는 교수이신 저자의 육성 강의를 듣는 기분으로 페이지를 넘기며, 문학 입문 ‘공부’, 시작했다. 감사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