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수의 눈물
백시종 지음, 이준섭 그림 / 문예바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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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의 눈물

 

이 책은?

 

이 책 여수의 눈물은 소설이다.

우리 역사상 여순반란사건으로 불리는 비극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저자는 백시종, <1944. 4. 9. 경상남도 남해 출생으로 1967. [동아일보] 신춘문예 비둘기, [대한일보] 신춘문예 뚝 주변이 당선되었다. 한국소설문학상·오영수문학상·채만식문학상·류주현문학상·중앙대학문학상·노근리문학상 등을 수상하였다. 문예바다 발행인, 김동리기념사업회 회장이다.>

 

여순반란사건’ - ‘여수 순천 10·19 사건

 

1948년의 일이니. 어언 70년이 넘는 옛날이야기다.

우리나라 전라남도 여수 그리고 인근에 있는 순천에서 큰 사건이 일어나, 많은 사람이 죽고 다치고 했다. 그걸 우리 역사에서는 여순반란사건이라 부른다.

 

저자는 이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전하고 있다.

우리는 ( ……… ) 비극의 그날을 여수반란사건이라고 예사로 호칭한다. 나 역시도 그러했지만, 주변의 의식 있다는 지식인들도 별반 의심없이 그렇게 내뱉곤 했다.

( ……… )

그것도 천지개벽하듯 2000년대에 들어와서야 여수 순천 10·19사건으로 고교 교과서에 수록되었을 정도다. (11)

 

과연 그러한가? 요즘은 어떤가, 살펴보았다.

여순 반란 사건(麗順叛亂事件)’을 키워드로 검색해보니, 이런 내용들이 검색 창에 뜬다.

 

여순 반란 사건(麗順叛亂事件)은 이제 쓰이지 않는 용어가 되었다.

그 말 대신, <‘여수 순천 십일구 사건의 전 용어>라는 설명이 튀어나온다,

해서 여수 순천 10·19 사건이라 찾아보니 이렇게 나온다.

 

19481019일에 여수와 순천에서 국군 제14연대 일부가 일으킨 반란 사건. 지창수, 김지회(金智會), 이기종(李起鍾), 박기암(朴基巖) 등이 주동이 되어 일으켰으나 국군이 진압하였다.

 

이 정도로 끝나는 사건이 아닌데. 그래서 더 자세한 내용을 찾아보았다.

 

여수순천 1019사건은 단독선거와 단독정부 수립에 반대한 제주 민중봉기의 진압을 위해 지난 19481019일 여수에 주둔하던 국군 14연대에 출동명령이 하달되자 일부 군인들이 이를 거부하며 발생됐다.

혼란을 수습하던 과정에서 여수, 순천을 비롯한 전남 일대에서 무려 1만여 명의 양민이 무참히 숨진 비극적인 사건이다.

 

누가 피해자이고, 누가 가해자인가?

 

이러한 사건을 배경으로 하여, 그 사건에 휘말린 한 가족을 통해 '여수 순천 10 ·19사건'이 얼마나 비극적인 사건 - 당시에도, 그리고 현재까지도 - 인가를 그려내고 있다.

 

저자의 이력에 특이한 게 보인다.

저자는 태어난 곳은 경남 남해지만, 어릴 적, 문제의 사건이 일어난 여수에서 살았다.

사건이 일어난 194810월 18일에 저자는 여수 공화동에 있었다. 그때 나이 다섯 살이었다. 다음날 그는 생생한 현장을 목격한다. 총소리와 사람들의 물결 그리고 불바다가 된 여수를 현장에서 체험했는데, 심지어 그의 가족이 진압군 앞에서 생사의 갈림길에 서기도 하였다. (5-6)

 

그런 이력을 가진 저자가 그려내는 역사, 먼저 화자인 서병수, 그가 어떤 인물인지 살펴보자

그의 위치를 살펴보면 저자가 이 작품을 통하여 무엇을 말하려는지 알 수 있다.

 

그는 아버지가 공비의 총에 맞아 죽는 것으로 설정되어 있다.

일단은 피해자다.

아버지는 자유당 여수지구당 위원장직으로 총선에 출마할 준비를 완벽하게 갖춘 지역의 유지이며, 또한 중학교 영어 교사였는데, 어느 날 지리산에서 내려온 공비에게 백주에 암살되고 만다. (17)

 

그 뒤로 어머니와 형 그리고 누이동생, 이렇게 네 명의 가족은 서울로 올라와 생활하면서 지낸다.

 

그렇게 살아오는 가운데, 어머니는 여수에서 가져온(?) 돈으로 사업을 시작하여 어느새 몇 개 기업을 거느리는 위치에 오르고, 서병수 또한 화가의 길을 걸으며 대학 교수가 된다. 그러다가 대학교수를 은퇴한 후, 작업실을 마련하려고 하던 중 고향근처에 있는 학교 폐교 건물을 얻어 작업실로 삼게 된다.

 

그런데 가 그 폐교를 방문했을 때 어느 한 교실 뒷벽에 붙어 있는 사진 한 장을 발견한다. 지리산 빨치산들 28명이 포승줄에 묶여 있는 사진인데, 그 사진 속에 놀랍게도 어린 시절의 이복형 서병걸이 찍혀 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 사진을 발견함으로 화자인 서병수는 여순반란사건의 역사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되고, 결국 그의 어머니와 아버지와 관련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게 된다.

그 가족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였던 것이다.

 

저자가 배치한 증언자들

 

저자는 이 사건을 객관적으로 그려내기 위해 곳곳에 피해자, 가해자 양측의 증인들을 배치해 놓았다.

그러니 이 작품은 어느 한 쪽의 말만 전하는 게 아니다. 이 사람은 희생자의 편에서 말하고 또 다른 사람은 가해자의 입장에서 말한다, 해서 역사의 균형감각을 잃지 않도록 애를 쓴 흔적이 보인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황말암과 그가 보살피고 있는 은퇴 목사 고봉찬이다.

황말암은 당시 반란군을 진압하기 위해 파견된 김종원의 부하로 그를 도와 무고한 양민들을 학살하는데 일조를 한 가해자이다. 그런 그가 오히려 당시의 상황을 증언한다.

 

그는 그림을 그려, 당시 진압군의 만행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다.

그렇게 된 계기를 이렇게 전한다.

<어느 날 꿈속에서 일본 여인 유키코 미술 선생이 나와, 나의 어깨를 두들기며 부드럽게 말했소. “그림을 그려라! 그 처참했던 광경을 그림으로 되살려 만천하에 알려라!”>(278)

 

그런 한편으로 그가 돌보고 있는 고봉찬목사는 뜻밖에도 (그 모든 사태의 책임이 있는) 이승만 전대통령에 대하여, 그는 5회 미평골 집단학살 추념예배시에 발언권을 얻어 우호적인 발언을 한다.(299)

 

이밖에도 많은 역사적 증인들이 이 사건에 대하여, 각각의 시각으로 증언을 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진실은 무엇인가?

 

여순 반란사건, 비록 지금은 그 명칭이 바뀌어 여수 순천 10·19 사건이라 부르지만, 아직까지도 그 실체적 진실이 공식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그래서 저자는 작품 속에 그 진실을 밝히는 노력을 하는 등장인물을 곳곳에 배치하여 놓고, 주인공인 -서병수조차 그 반열에 서는 쪽으로 열린 결말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 막대한 재산 말이야. 그걸 원래 있던 자리로 환원시키는 게 올바른 처사가 아닌가 싶다구.”(412)

 

저자가 화자 의 가슴에 심어놓은 양심의 소리 게리 쿠퍼에게 하는 조언이다.

그런 소리에 응답하자, 차를 몰고 가던 그의 앞길에 갑자기 시야가 확 터졌다는 건 반가운 징조가 아닌가?

 

다시, 이 책은?

 

이 작품을 더 깊이 있게 읽기 위해 자료를 살펴보던 중 다음과 같은 기사를 발견했다.

 

<순천시(시장 허석)가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 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에 관한 특별법안(이하 특별법) 발의에 대하여 환영의 입장을 밝혔다.

이번 특별법은 대표발의자인 법사위 소속 소병철 국회의원과 서동용, 주철현, 김회재, 김승남 등 전남 동부권 국회의원 5명이 공동발의한 것으로 152명의 국회의원이 서명하여 728일 국회 사무처에 공식 제출되었다.

공동발의한 5명의 국회의원은 법안 제출 후 국회소통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특별법 제정을 호소하였다.

특별법에 담긴 주요내용은 국무총리 소속의 여수·순천 10·19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설치 여수·순천 10·19사건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기 위한 평화 등 인권교육 실시 희생자 및 유족의 복지 증진 및 법률지원 사업 지원 치료와 간호가 필요한 희생자 또는 유족에게 의료지원금 및 생활지원금 지급 여순사건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 배제 등이다.>

 

그러니 아직도 여수 순천 1019 사건에 대한 처리는 진행중이다.

아직 아무런 것도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다. 안타까운 일이다.

 

그런 안타까움, 저자는 이미 예견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작중 인물중 하나인 황미라, 이런 말을 한다.

너무 오래된 진실은 진실이 아니라고 하잖아요? 진실을 진실이라고 인정하지 않으면 달빛처럼 희미해져서 끝내 퇴색해 버린다고 하잖아요? 여순사건도 그렇게 모른 척 오래오래 방관하다가 쓱쓱 지워 없애려는 속셈 아녜요? (360)

 

바라기는, 이런 걱정 그저 기우로 끝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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