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 편지 왔습니다, 조선에서!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0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이 책은?

 

이 책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은 조선 시대 우리 조상들이 쓴 편지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박영서. < 다시, 이 책은? > 참조.  

 

이 책의 내용은?

 

우리말 시시콜콜하다는 뜻이 두 가지인데, 다음과 같다.

1. 형용사 -  마음씨나 하는 짓이 좀스럽고 인색하다.

2. 형용사 - 자질구레한 것까지 낱낱이 따지거나 다루는 데가 있다.

 

그런 의미를 지닌 시시콜콜한 편지라는 제목을 붙인 이 책, 당연히 시시콜콜한 사연들이 들어있다. 그런 편지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시시콜콜하다고만 할 수 없다. 아니 그들에게는 시시콜콜할지 모르겠지만 후세에 읽어보는 우리로서는 결코 그게 아니다.

 

자식을 향한, 부인을 향한 애틋한 마음들을 당사자들은 시시콜콜하게 여길지 몰라도, 읽는 우리에게는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다.

 

이런 글을 과연 시시콜콜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요즘 나랏일 하느라 죽겠습니다.

고을 수령이 되어서 좋아했는데, 부임하고 보니 제가 맡은 동네는

입에 풀칠할 거리는 적은데 일은 많아서 최악이에요.

세금 납부와 군인 모집은 당연하고, 봉수대 점검하랴,

뱃사공 색출하랴, 노젓는 군인들 만들랴, 조세 보내랴,

불시에 진상품 점검이나 군대 시찰이 내려오니

잠깐이라도 깜박했다간 위에서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조선 후기의 관료, 이주정(1750-1818)이 보낸 편지다. (151)

 

정말 시시콜콜하다. 그러나 그게 바로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이다.

군인 모집은 어땠을까? 봉수대도 점검했구나, 뱃사공은 또 어디로 갔기에?

 

그런 역사 자료로 이 편지 훌륭한 가치가 있다. 우리 역사를 더 자세하게 알기 위해선 이런 편지, 더 시시콜콜해야 한다.

 

편지는 사연을 싣고

 

그런 편지들 참으로 다양한 사연들이 담겨있다.

남편이 아내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아버지가 아들에게, 삼촌이 조카에게, 등등.

 

저자는 그런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저자가 요약한 편지의 내용, 그 타이틀로 먼저 음미해보자.

 

-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 다 사랑하니까 하는 소리야

- 우리가 남이가!

- 기축이 이놈아 내 돈 내놔라

- 나랏일 하기 더럽게 힘드네!

- 우쭈쭈, 내 새끼들

- 사랑한다는 말은 다 거짓이었나요?

- 죽지 못한 아비는 눈물을 씻고 쓴다

- 오늘도 평화로운 우리 집구석.

 

각 장의 타이틀인데, 이것만 읽어도 무슨 사연들이 오갔을지 감이 오지 않는가?

 

조상들의 감정 표현법을 배운다.

 

우리 조상들은 상대방을 향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다스렸을까?

저자는 조선 시대 편지들을 소개하면서, 그 안에 들어있는 감정들을 현대식으로 재가공하여 보여준다.

 

미암 유희춘이 아내에게 보낸 편지가 있다. 그 편지 내용이 어떤지, 그 내용을 그의 부인이 보낸 답장을 읽어보면서 유추해보자.

 

당신, 편지에 뭐 날 위해 여색(女色)을 참았다라면서

엄청 생색내더라?

아니, 군자(君子)가 행실 거지를 다스리는 건 당연히

해야 하는 건데 어떻게 아녀자를 위해 그랬다고 할 수 있겠어?

당신이 똑바로 배웠다면 당연히 욕심이 나지 않을 텐데,

뭘 했다고 내가 은혜 갚기를 바라?

고작 3, 4개월 동안 홀아비 노릇 좀 했다고

온갖 고결한 척하면서 생색을 낸다면 결코 담담하거나 무심한 사람이 아니지.

오히려 잡생각이 있다는 방증 아니겠어?

그런다고 내가 아이고, 잘하셨습니다라고 할 줄 알았어? 어이구

당신 곁에 친구도 있고 부하직원들도 있어서,

당신이 행실을 곧게 한다면 자연스레 소문이 날 텐데, 굳이 편지까지 보낼 건 또 뭐래.

아무래도 당신은 겉으로 성인군자인 척은 다 하면서,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병폐가 있어. 당신이 그러니까 괜히 의심되는걸?

당신은 몇 달 동안 홀아비 노릇 했다고 글자마다 생색을 냈지만,

솔직히 나이 60에 홀아비 노릇 하면 오히려 건강에 득이 되는 거지,

나한테 득 될 건 하나도 없어. 뭐 당신은 높은 자리에 있는

공무원이니 수개월 동안의 홀아비 노릇이 쉬운 일이 아니란 건 모르지 않지만.

그리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하던 홀아비 노릇, 생색이나 내지 말고 열심히 하세요.

1570, 아내가, 미암일기[] (58)

 

이 편지를 읽고, 이 글을 읽고 웃음짓지 않을 독자는 없을 것이다.

부부간에 오고간 내용이 떠오르니, 그 정겨움이 미소를 유발하는 까닭이다.

 

저자는 이 답장 편지를 쓰게 한 유희춘의 편지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전해준다.

<유희춘은 서울에서 관직 생활을 하며 외간 여자들을 가까이하지 않았으니 나 좀 괜찮은 듯하며 은근한 자랑을 담아 편지를 보냅니다.>

 

그렇다면, 두 부부 사이는 어땠을까?

좋다, 나쁘다, 로 나눈다면, ‘좋다에 모두 O 표를 던질 것이다.

물론 이 편지는 저자가 과감하게 현대어로 재가공한 것이기 때문에 조선 시대의 표현 그대로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 속에 들어있을 감정은 잘 드러냈다고 생각이 든다.

이런 편지글이 소개된 이 책 여기저기서 우리 조상들은 그렇게 살았구나, 하는 끄덕임이 일어난다.

 

조상들의 지혜를 배운다.

 

이 책에서, 그 어느 하나라도 버릴 것이 없다.

아들 꾸짖는 방법도 나오고, 아내와 정을 나누는 은근한 방법도 나온다.

살림살이 지혜도, 나라일 하는 것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배울 수 있다.

 

또한 편지깨나 쓰는 사람들이니, 당연히 독서하는 얘기도 나온다.

초록을 만든다. 초록 한 권을 만들었다. (65) 이런 식으로, 진지하게 시시콜콜하게 편지 쓰고 있다.

이런 얘기 하려면 한이 없다. 그래서 줄인다.

 

이런 최신식 말을 조선 편지글에서 배운다.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요령부득의 단어들을 많이 만난다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문장의 앞 뒤를 살펴보면 대충 무슨 말인가 짐작이 가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대충때려잡기로는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최신식 말이 등장한다.

 

오랜 세월 곰신으로 지낸 아내 신창 맹씨는 이 편지를 소중히 간직했던 갓 같습니다. (52)

곰신?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말 중 하나로써, 고무신을 줄여 이르는 말이다.

군대 간 남자 친구나 애인을 기다리는 여자들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결혼 풀코스는 현대의 스드메 준비만큼이나 비용과 시간이 상당했습니다.> (55)

 

내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인지 몰라도 스드메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사전을 찾아보니,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을 줄여 이르는 말>이라 나온다.

 

힙스터 (hipster) (67)는 또 무엇?

<1940년대 미국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로서, 유행 같은 대중의 큰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패션과 음악 문화를 좇는 부류를 이르는 말. 규범 표기는 미확정이다.>

 

, 세상 참 많이 변했다. 변하고 있다.

 

다시, 이 책은?

 

어디 그뿐인가? 저자 소개부터 그렇다.

저자는 박영서, <어릴 때부터 절에서 자라 뭣도 모르고 출가(出家)하여 승려가 되기를 꿈꿨습니다. 하지만 속세에는 참 재미있는 것들이 많더군요. 먹고살기 위한 소박한 삶을 살면서, 동시에 그 모든 재미있는 것들을 소소하게 파고드는 덕질을 이어갔습니다. ‘덕질을 밑천으로 삼아 <딴지일보>에 역사, 사회, 정치, 문화, 종교 등 조잡한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덕질에 밑천이 바닥나자 나이 서른에 금강대학교 불교인문학부에 입학했습니다. 열 살이나 차이가 나는 동기들 덕분에 또 다른 재미를 느끼는 중입니다. 역사, 철학, 종교, 문학. 어떠한 장르든 제가 찾은 재미있는 것모두가 재미있어 하는 것으로 바꿔놓는 것이 제 관심사입니다. 그렇게 쭉, 지속 가능한 덕질을 이어가고 싶을 따름입니다. >

 

저자 소개에 자꾸만 덕질, 덕질 하길래 무슨 말인가 알아보았다.

덕질이 무엇인지?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을 말한다.

 

, 그게 덕질이구나! 책 쓰는 사람이면 다 하는 일이 자료를 수집하고, 검토하고 비교하고들 하는데, 그게 바로 덕질이구나.

 

나는 또 하나 배운다. 이 책 참으로 배울 것이 많은 책이다

그래서 저자의 지속가능한 덕질, 계속 되기를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