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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장을 열면 철학이 보여 ㅣ 탐 그래픽노블 1
쥘리에트 일레르 지음, 세실 도르모 그림, 김희진 옮김, 김홍기 감수 / 탐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옷장을 열면 철학이 보여
이 책은? - 데자뷰, 바지냐 원피스냐?
이 책을 읽으니, 얼마 전에 우리나라 국회에서 일어난 생난리 한편이 떠오른다.
먼저 아래 그림을 살펴보자.
1972년 프랑스에서 일어난 일이다.

프랑스의 정치가 미셸 알리오마리는 바지를 입었다는 이유로 국회 출입을 저지당한다. 그래서 외친다.
"내 바지가 그렇게 거슬린다면 지체없이 벗어던지겠다."
그럼 다음 사건을 떠올려보자. 2020년 대한만국에서 일어난 일이다.
<류호정, 원피스>
전혀 관련 없을 것 같은 두 검색어를 집어넣고 검색기를 돌려보면, 우리나라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우리 대한민국 국회에서 국회의원이 원피스를 입고 등원했다고 생난리가 일어났다.
여성 국회의원이 바지를 입은 것도 아니고 여성용 원피스를 입고 등원했는데, 웬 난리?
그렇다, 그건 분명히 철학이다. 옷에다 의미를 부여하는 것까지는 좋은데, 거기에 잘못된 철학이 그 의미 해석을 잘못 한 것이다.
1972년 프랑스 국회에서 여성 정치인이 바지를 입었다고 생난리를 친 일이 일어난지 무려 50년이 지난 현재, 우리 모습이, 얼마나 철학이 빈곤한지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전에도 같은 일이 있었다. <유시민, 백바지>
역시 빈곤한 철학이 어떤 것인지 잘 보여주는 샘플이다.
이 책은?
이 책 『옷장을 열면 철학이 보여』는 패션의 역사를 다루고 있으며, 그 역사 속에서 철학이 어떻게 작동했는가를 살펴보고 있다.
패션의 역사와 다양한 철학적 담론을 그래픽노블로 유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의식주, 사람이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3대 요소중 하나인 의(衣), 옷 입고 사는 문제가 문제가 된 것은 언제부터였을까?
물론 인류가 이 땅에 살면서부터였을 것이다.
기독교의 성경에 따르면, 최초의 인류인 아담과 하와는 무화과 잎으로 몸을 가리는 형태의 옷을 해 입었고, 그들을 불쌍히 여긴 조물주가 그들을 위해 짐승을 잡아 그 가죽으로 옷을 해 입혔다 한다.
그렇게 옷을 입기 시작한 인류에게 패션이란 의식이 생긴 건, 14 세기 유럽에서였다. (10쪽)
그전까지는 남성, 여성으로 나뉘어 일사분란하게 한 가지로 통일되어 있었다.
그렇게 패션이란 게 등장한데는, 사회적인 관계가, 시대정신이 변했다는 것을 나타난다.(11쪽)
그렇게 등장한 패션, 패션은 그후부터 각종 사회 현상을 담아내는 그릇이 되기 시작한다. 패션의 변화를 설명하는데 많은 심리학, 철학, 사회학적 고찰이 필요하게 되는 것이다.
먼저 신분에 따라 옷을 다르게 입으려는 패션 경향은 왜 생기는 것일까?
상류층은 하류층과 무언가 다른 스타일의 패션을 추구한다.
즉, 패션은 상류층에서 시작하여 하류층으로 퍼지게 된다. 이는 하류층과의 간격을 유지하려는 상류층의 의도와 동시에 하류층의 신분상승 욕망을 반영하는 현상이 된다.
그래서 상류층이 패션이 하류층에 퍼졌다고 생각이 되면, 다시 상류층은 새로운 스타일의 패션으로 저만치 벗어나려 하고, 다시 하류층은 그를 따라 하는 현상이 반복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모방과 구별의 심리로 설명할 수 있다.(43쪽)
또한 왜 사람들은 유명인의 패션에 열광하는 것일까?
그런 현상은 욕망의 삼각형으로 설명할 수 있다.
르네 지라르는 ‘무언가를 욕망하는 것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것’이라 한다. (46쪽)

또한 옷은 개인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도구가 된다.
특히 여성은 다른 사람과 구별되려는 의지를 표현하며, 개인의 존재감을 증폭시키는 옷을 선호한다.
그래서 옷은 다른 이의 관심을 끄는 수단이자 다른 사람을 매혹시키는 힘이 되기도 한다.(67쪽) 저자는 이런 사례로 마릴린 몬로가 케네디 대통령의 생일 파티에서 입고 노래 불렀던 드레스를 예로 든다.
패션의 역사에서 알아두어야 할 것들
서양의 경우, 예전의 남성 복장을 보면 한껏 멋을 부려 치장을 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그런 화려함이 사라졌다. 왜 그렇게 되었을까?
남성이 치마 입기를 포기한 데는, 심리학자 존 칼 플루겔에 의하면, 18세기 말에 남자들이 가방, 보석, 하이힐과 같은 패션을 포기함으로서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이를 ‘남성성의 포기’라고 한다. (62쪽)
더 말하자면, 남성들은 신체를 드러내는 욕망과 몸치장으로 자기를 표현하는 욕망을 억압하고 관람자로 변모하게 되는 것이다. 즉, 화려한 옷을 버린 신사들은 이제 실용적인 것으로 관심사를 돌린다. 남자들은 노출 충동과 표현 욕구가 억압되자 그 심리적 부담을 여성에게 투사하고 여성들을 비난의 대상으로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심리적 기제로 패션을 설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것들, 다음과 같다.
1장 패션이 패션이 되었을 때
2장 복장 혁명
3장 패션은 왜 계속 변화할까?
4장 패션은 왜 여성의 전유물이 되었을까?
5장 여자들의 치마 아래에는
6장 새 옷을 사면 왜 기분이 좋을까?
7장 화장을 벗기다
8장 모자를 쓰면 왜 자신감이 넘칠까?
9장 바지를 입은 여자
다시, 이 책은?
우리가 입고 살지 않으면 안 되는 의복, 그 옷이 패션의 경지에 들어서자, 우리의 의복에 많은 변화가 생긴다. 그냥 단순히 추위를 가리는 짐승의 가죽이 아닌 것이다.
그 옷은 이제 신분을 나타내기도 하고, 심지어 입은 사람의 정치적 입장을 표시하는 도구로 쓰이기도 한다. 그래서 옷을 입을 때, 자연히 여러 가지를 고려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입고 다니는 옷이 역사, 철학, 심리학, 그리고 사회의 모습까지 다양한 것들을 담고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옷장을 열면 철학이 보이는 것처럼, 내가 입은 옷이 나의 철학을 보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