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에 책 한 권 담고 페달을 밟는다
박현정 지음 / 바이북스 / 2020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전거에 책 한 권 담고 페달을 밟는다

 

이 책은?

 

이 책 자전거에 책 한 권 담고 페달을 밟는다는 수필집이다.

저자인 박현정이 인생을 돌아보면서 써내려간, 마치 샘에서 길어 올린 것 같은 마음글들을 읽어볼 수 있다.

 

저자 박현정은 평범한 주부다.

<김해에 거주하는 주부다. 오랫동안 작가를 꿈꾸며 일상의 자잘한 행복을 찾는 습관을 키우기 위해 매일매일 글을 썼다. 더 나아가 동아리 카페에 시와 짧은 소설들을 쓰며 습작 경험을 쌓았다.>

 

저서에 별다른 책을 언급하지 않은 것을 보니, 이 책이 저자에게 처음 출판한 책인가 보다.

 

이 책의 내용은?

 

결혼 23년차, 그만큼 살아온 주부로서 할 말이 어디 한 두 가지일까?

쌓이고 쌓인 말들을 어떤 사람은 말로 풀고 어떤 사람은 글로 풀어낸다.

이 책의 저자 박현정은 그런 말들을 글로 담아 놓는다.

그런 글들, 인생의 여정들을 한 꼭지 한 꼭지로 형상화한 것들이 글이 되고, 책이 되었다

 

저자는 2017년 늦가을 암진단을 받고 치료를 위해 일을 접고 6차에 걸친 항암 치료와 수술, 그리고 방사선 치료를 받았다. (20)

 

그런 저자가 그로 인해 다른 눈을 뜨게 되고, 그 다른 눈으로 본 세상을 에세이에 담아 놓았다. 인생이 다르게 보인다는 말을 실감나게 느껴볼 수 있는 글, 37편이 이 책에 담겨 있다

 

해서 저자의 글 배경에는 아픔이 있다.

저자는 그런 아픔을 성숙으로 바꾸어 놓는다. <세 번의 성숙>에 나오는 이야기다. (172)

동성동본 결혼 금지라는 법률 때문에 애를 먹었던 연애가 첫 번째 관문이었다. 법과 아버지가 반대하니 5년여를 울며 기다리는 시간이 저자에겐 성숙의 시간이었다. 그러다가 법이 개정되면서 동성동본에게도 결혼의 문이 열리게 된다.

그 다음은 결혼 후, 아이들을 키우며 엄마 역할을 배우고, 남편과 부대끼면서 또 한번의 성숙을 경험한다. 세 번째 성숙의 기회는 건상을 잃게 된 것이다. 투병하면서 전혀 둘러보지도 않았고 상상도 못한 그 세계를 경험하면서 다른 눈을 뜨게 된 것, 역시 성숙을 의미한다.

 

그 다른 눈으로 저자는 지나간 세월에 함께 했던 사람들과의 시간을 반추해본다.

남편은 어떻게 보일까?

동성동본인 것 때문에 애타했던 열애의 시간이 지나고 결혼한 뒤에는 남편은?

이런 이야기가 여기 들어있다.

<원인을 알았다. 남편과 자주 부딪히는 건 아직도 서로를 바꿀 수 있다는, 바꿔 보겠다는 헛된 의욕 때문이다.>(105)

 

그런 의욕 넘치는 시간이 흐른 뒤의 상황을 저자는 이런 말로 정리한다.

<돌이켜 생각해본다. 만약 그때 그 순간을 참지 못하고 남남이 되었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모습일까? 여전히 질병에 걸렸을까? 아이들은 어떤 상황일까?>(32)

 

저자는 TV 속 금슬 좋은 노부부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한단다.

<그들도 갈등의 나날이 있었을 것이다. 세월의 물살이 뾰족하던 그들을 둥글게 깎아 주었을 것이다.>(32)

 

그래서 저자의 눈길, 생각 또한 둥글다.

그런 눈으로 가족을 보고, 주변을 바라보고, 생각을 생각하는 저자에게 글은 <단순한 내 경험과 추억이 어떻게 묘사되고 서술되느냐에 따라, 다른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 방법이 된다.(24)

그렇게 쓰고 모은 글 37편을 다음과 같은 분류함에 넣어 갈무리 했다

 

1. 글이 늘 따라 다녔어요

2. 성격 is 뭔들

3. 이제는 너와 나, 우리입니다

4. 삶이 내게 준 선물, 우울증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정작 나도 나를 잘 모르고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나마 글쓰기를 좋아하는 까닭에 내가 쓴 글들을 읽어보며 나는 나를 알아간다. (40)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감동의 깊이나 지식의 흡인력이 과거와 달랐다. 책이 변할 리 없으니, 내가 변한 것이 분명하다. (51)

 

죽는 나무의 대부분은 수분 과다 아니면 수분 부족이다. (115)

 

다시, 이 책은?

 

<우리의 삶이 끝날 때 가지고 갈 것은 성실히 살았던 기억과 좋은 사람들과의 추억뿐이다. 건강을 잃은 일을 계기로 다시 돌아본 삶과 바뀐 생각들을 잔잔히 적은 글이 상당히 쌓였다. 그렇게 모인 글로 책을 만들면서, 비슷한 삶을 사는 어느 누군가나 어둠 속에서 울고 있을 어느 누군가에게 희망이 되고 싶다는 소망을 담았다.>

 

저자 소개의 글로, 책의 앞날개에 적혀 있는 글이다. 이 부분이 소개 글 끄트머리에 있어 하마터면 그냥 읽지 않고 넘어갈뻔 했다.

소개글마따나 이 책은 누군가에게 희망이 될 것이 분명하다.

 

동성동본금혼법으로 인하여 고통 받은 사람들, 원치 않게 병마와 싸워야 하는 사람들을 비롯하여 사회생활에서 상처받은 사람들, 등등 인생의 길에 발목을 잡는 일이 어디 한 두 가지인가?

 

그럴 때, 글로 희망을 가져보면 어떨까?

글을 읽으면서 누군가 나와 같은 아픔을 겪고, 이겨냈구나, 하는 동지애, 동질감을 느낄 수 있으면 그 얼마나 좋은 일인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