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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텍쥐페리, 삶과 죽음을 넘어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지음, 설영환 옮김 / 작가와비평 / 2020년 5월
평점 :
생텍쥐페리 삶과 죽음을 넘어
이 책은?
이 책 『생텍쥐페리, 삶과 죽음을 넘어』 는 생텍쥐페리가 2차 세계 대전 중에 다른 이들과 주고받은 편지를 모아 놓은 서간집이다.
원저 제목은 『Ecrits de guerre』이니, ‘전쟁의 글’이라 번역할 수 있겠다.
생텍쥐페리가 1939년부터 1944년 사망하기 전까지, 전쟁에 참여하면서 겪었던 일, 생각하고 있는 것을 써 보낸 편지들을 엮어 만들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을 읽기 위해 먼저, 제 2차 세계 대전의 경과를 훑어보았다.
1939년 9월, 독일은 폴란드를 침공하여 2차 대전의 포문을 열었고, 1945년 5월에는 독일이, 같은 해 8월에 일본이 항복하면서 종결되었다.
이 책의 글들은 편지로, 생텍쥐페리가 1939년부터 1944년까지 2차 세계 대전을 겪으면서 써보낸 것들이다. 생텍쥐페리가 참여한 2차 세계 대전, 전쟁에 참여하면서 겪었던 일, 생각하고 있는 것을 써 보낸 것들이다.
1939년부터 1944년까지, 생텍쥐페리는?
편지글을 이해하려면, 수신자가 누구인지, 어떤 사람인지, 어떤 상황에서 보낸 것인지를 먼저 알아야 한다. 편지를 보낼 당시 발신자의 상황을 알아야한다.
그래서 생텍쥐페리의 상황을 알기위해 각종 연표를 모아, 연도별로 그의 행적을 추적해 보았다.
<1939년부터 1944년까지, 생텍쥐페리는?>
http://blog.yes24.com/document/12585766
해서, 이 책을 편집하면서, 연도별 편지글 앞에 간략하게 연표를 제시해 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인데, 아쉬움이 있다.
예컨대, 이런 식으로.
1939년 2월, 『인간의 대지』출판.
6월 미국에서 『바람과 모래와 별』이라는 제목으로 번역 출간되어 ‘이달의 책’으로 선정되고 아카데미 프랑세즈 소설 대상을 수상하는 등, 작가로서 최전성기를 맞이했다.
전쟁이 임박했음을 예감하고 미국 여행 중 8월 말에 귀국했다.
또한 편지의 수신자가 어머니, 루이스 갈랑티에르, 하는 식으로 명시되어 있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경우는 X 로만 표시되어 있다.
설령 이름들이 드러난다 해도, 그들이 누구인지, 그들이 생텍쥐페리와 어떤 관계인지를 모르니, 글을 읽으면서 답답한 마음이 들었다.
<생텍쥐페리의 영혼과 고뇌>라는 글의 필자는?
이는 이 책의 맨 처음 글에서도 마찬가지다
이 책의 맨 처음 글은 <생텍쥐페리의 영혼과 고뇌>라는 타이틀로, ‘우리는 그때 롱 아일랜드 사운드에 살고 있었다’는 글로 미루어 보면 분명 생텍쥐페리 아닌 다른 사람이 쓴 글인데, 누구인지 밝히지 않고 있다. ‘8월 5일 우리는 생텍쥐페리에게 전화를 했다’라는 구절이 있으니 역자일리는 없다.
<1939년 『바람과 모래와 별』이 미국에서 출판되고 나서 곧 나의 남편과 나는 생텍쥐페리가 뉴욕에 있는 동안 만날 수 있는 행운을 갖게 되었다.>(7쪽)는 구절도 있고, <나의 책 Listen! The Wind 의 불어 번역판을 위해 그가 쓴 서문>이라는 말도 있어, 검색을 해 보았더니, 이런 결과가 나왔다.
Listen! The Wind is a 1938 book by the American writer Anne Morrow Lindbergh. It tells the story of Lindbergh's and her husband Charles Lindbergh's 1933 flight from Africa to South America across the Atlantic Ocean
그 글을 쓴 사람은 Anne Morrow Lindbergh, 대서양 횡단 비행에 성공한 찰스 린드버그의 부인이다.
생텍쥐페리의 글, 이렇게 어렵다니!
그런 과정을 거쳐, 드디어 생텍쥐페리의 편지들을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게 내가 알던 생텍쥐페리가 아니다. 『어린 왕자』, 『인간의 대지』를 쓴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을 정도의, 어려운 글들이 이어진다
예컨대, 이런 글들이 연이어 나온다.
나는 전파 소리와 잘못 맞추어진 헤드라이트와 물질세계의 모든 타성에 초조해졌다.(60쪽)
그의 몇 몇 친구들은 그를 자신의 소망에 대해 보호하기 위해 이 ‘공모’에 가담했다. (61쪽)
이들은 위험이나 진흙과 불편한 통나무집에서 오래 되었지만 아직도 감미로운 전투를 둘러싸고 서로 행복하게 모여 있던 우정이었다. (69쪽)
또 이런 문장 읽어보자.
만일 1억의 독일인이 그들의 존재가 대변하는 도전의 이름으로 5억의 유럽인들을 모두 함께 뭉쳐서 파멸시키겠다고 위협하는 그런 경우를 직면했다면 우리는 아직도 전쟁이 안겨다 주는 파괴를 막을 수가 있었음이 너무나도 명백하다. (74쪽)
아, 어렵다. 우리말이 이렇게 어려울 줄은 미처 몰랐다. 이 문장의 혼란스러움을 생텍쥐페리에게 물어야 하는지? 아니면?
그들은 놀라면서 하나님의 정당함에 호소하면서 마치 그러한 보물들이 손실 없이 지켜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마치 문화가 세대를 거쳐 자유롭게 전달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처럼 그들은 항의한다. (75쪽)
이 문장은 어디쯤 쉼표 하나쯤 찍어야 되는 것 아닌가 싶다.
해서, 이런 문장들이 군데군데 함정과 거침돌로 변하는 바람에 나의 독서는 방해를 받을 수밖에 없었다.
다시, 이 책은?- 그래도 생텍쥐페리!
생텍쥐페리는 히틀러로 촉발되는 전쟁의 공포를, 적나라하게 드러내 보여 주고 있다.
사랑하는 어머니, 우리는 얼마나 불행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입니까? (284쪽)
이런 글이 들어있는 어머니에게 보내는 편지는 1944년 7월에 보낸 것이니, 그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보낸 것이라 생각된다.
그 다음 실려 있는, 아마 그가 생에서 마지막으로 썼을 편지 - 피에르 다로즈에게 보낸 편지, 1944년 7월 30일, 혹은 31일 - 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보인다.
....나는 힘껏 싸우고 있네, 나는 이 세상에서 가장 늙은 조종사일거야. 내가 아는 비행기 조종사의 평균 나이 제한은 30살이지. 지난번 나는 내가 44살이 되는 바로 그 순간 아네시의 상공에서 기계 고장을 일으켰다네! 내가 독일 전투기에게 쫓기면서 느릿느릿 알프스를 넘으면서 나는 아프리카에서 내 책을 판금했던 그 광적인 애국주의자들을 생각하고 나 혼자 미소지었지. 얼마나 인생이 기묘한지 모르겠군! (285쪽)
그의 연표에 의하면, 그는 1944년 7월 31일 오전 8시 30분, 리트닝 기지를 출발, 프랑스 본토로 정찰을 떠난 후 돌아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 마지막 비행에서도, 그가 마지막 편지에서 썼던 것처럼, 혼자 미소지으며, ‘얼마나 인생이 기묘한지 모르겠군!’이라고 되뇌었을까?
그날, 그가 마지막 비행을 떠나던 날, 지중해의 한 여름은 그날도 맑고 짙푸르고 뜨거웠다, 고 한다. 전쟁이 벌어지는 ‘불행한 시대’를 온몸으로 살아낸 그에게, 마지막 가는 날에 날씨라도 맑아서 다행이라고나 할까.
우리는 그런 삶을 살아내고 간 생텍쥐페리의 글을, 이 책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