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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색다른 42일간의 미국 횡단기 - 아메리칸인디언을 찾아서
이재호 지음 / 책과나무 / 2020년 5월
평점 :
조금 색다른 42일간의 미국 횡단기
이 책은?
이 책 『조금 색다른 42일간의 미국 횡단기』는 <아메리칸 인디언을 찾아서>라는 부제가 붙어있다. 미국에 있는 미국 선주민(원주민)을 찾아 살펴보면서 그들의 역사와 실상을 밝히고 있다.
해서 책 제목은 이렇게 해야 한다.
‘조금 색다른’이 아니라, <완전히 색다른 미국 횡단기>!!
저자는 이재호, <서울대학교 경영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였으며 CPA, CFA이다. 그는 회계법인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 넓은 세상을 배우고 싶어 유엔에 지원했고,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재무 담당관과 경영자문관으로 일했다.>
이 책의 내용은?
<2019년 여름, 오랫동안 관심을 가져온 주제 중의 하나였던 인디언 이야기를 따라가는 여행을 실행에 옮겼고, 매일 블로그에 올렸던 여행 기록을 책으로 엮었다. >
이 책은 다른 여행기와는 질적으로 완전히 색다르다.
물론 다른 여행기에서도 여행지의 역사를 다룬 책도 있기는 하지만, 이 책은 그런 평이한 역사를 다루는 게 아니다. 눈물과 피와 땀, 그 중에서도 피가 철철 넘치는 역사, 그런 아픔과 슬픔의 역사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다. 해서 이 책은 역작(力作)이다.
아메리카 인디언에 대한 이야기는, 하워드 진의 『살아있는 미국 역사』를 읽으면서 조금은 알고 있었는데. 이 책은 아주 본격적으로 인디언을 다루고 있다.
먼저 이런 의문이 있다, 는 것, 짚고 넘어가자.
지금은 그런 영화를 볼 기회가 없지만, 흔히들 서부 영화 하면 인디언이 난폭한 야만인으로 등장한다. 그래서 서부를 달려가는 역마차를 습격하고, 무고한 백인을 죽이는 원주민, 인디안 그런 영화, 그런 영화에 나오는 게 사실과 부합한 것일까? 인디언은 나쁜 쪽에 서는 존재인가?
또 이런 의문, 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미개한 종족이었을까? 해서 백인들이 인디언이 사는 그 땅에 문화와 문명을 가져다 준 것일까?
아메리카 인디언은 미개인이었을까?
이런 글 읽어보자.
유럽인들이 미 대륙에 상륙한 날로부터 인디언들에게 정의로운 심판은 존재하지 않았다.
체로키 같은 부족은 적극적으로 백인의 문물을 받아들여 대규모 농업을 영위하고(이들은 심지어 수천 명의 흑인 노예까지 부렸다), 헌법과 법원과 의회 시스템을 갖춘 국가를 건설했으며, 위대한 학자 세쿼이아는 우리의 훈민정음과 같은 체로키 문자까지 만들어 사용했지만, 순식간에 자신들의 영토를 빼앗기고 수천 킬로 떨어진 오클라호마의 인디언 구역으로 쫓겨나야 했다(한겨울에 진행된 이 눈물의 이동 과정에서 전 부족의 4분의 1이 추위, 질병, 굶주림으로 사라지고 말았다). (6쪽)
미국 독립 당시 미국 남동부에는 문명화된 부족이라 불리는 5개 부족이 거주하고 있었다. 체로키, 촉토, 크리크, 치카소, 세미놀 부족이다. 이들 부족은 앤드류 잭슨 대통령에 의해 모두 오클라호마 주로 강제 이주를 당하는 설움을 겪는다. (136쪽)
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주한 백인이 들어간 그 땅에는 이미 원주민이 살고 있었다. 결코 미개하지 않은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그들이 백인에 비해 부족한 것이 있었다면 단지 사람을 살상하는 무기가 발달되지 않은 것, 그것 하나였다.
그래서 미국인들이 국가적 명절로 대단하게 여기는 추수감사절은 인디언들에겐 다른 의미를 지닌다.
청교도들의 상륙은 원주민들 입장에서 보면 수백만 동족들이 학살당하고, 땅을 빼앗기고, 문화와 전통을 말살당하게 되는 비극의 시작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이후 매년 추수감사절에 이들은 이곳에서 애도의 시간을 갖고 있다고 한다. 플리머스시는 이들의 주장을 공식적으로 인정하여 이곳에 동판을 세운 것이다.......... 유럽인들의 상륙으로 원주민들의 문명화가 시작되었고, 원주민 토지는 모두 합법적인 조약 체결을 통해 확보하였다는 식의 주장은 이곳에 존재하지 않는다. (272 -273쪽)
인디언이 당한 고난들
유럽에서 백인들이 그들 땅에 들어온 결과 어떤 일이 발생했는가?
백인들은 그들보다 먼저 살던 사람들과 평화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대신, 그들을 척박한 땅으로 몰아내기로 하고, 그들을 핍박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몰아내고, 쫓아내고, 잡아 가두고, 죽이고 빼앗는 일이 미국 땅 도처에서 벌어진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보던 서부 영화의 인디언들, 자기들의 생존을 위해 피흘려 싸운 것이다.
여름에는 이리 뜨거워도 겨울에는 얼음이 얼 정도로 추운 곳이다. 이런 날씨에 미군에 쫓기던 나바호 족은 연기로 위치가 탄로날까봐 불도 지피지 못하며 겨울을 나다가 얼어 죽어 갔다. (61쪽)
스페인인들에게 부족 성인 남자들 모두 발목이 잘리는 만행을 당했던 아쿠마 부족...(75쪽)
오냐테의 만행은 .......포로가 된 아쿠마 부족민 중 25세 이상 남자들의 오른 쪽 발을 자르라는 명령을 내린다. (87쪽)
샌드 크리크를 방문할 계획이다. 1864년 수백명의 아라파호족과 쉐이엔족 인디언들이 무참히도 학살당하는 사건이 벌어진 곳이다.(108쪽)
체로키 부족은 군대에 의하여 강제로 주거지에서 쫓겨나서 수개월간 열악한 수용소 생활을 거친 뒤 오클라호마로의 이동을 시작하는데. 이 과정에서 4천 명의 주민이 사망한다.(141쪽)
프랑스군은 500명이 나체즈족 포로들을 서인도 제도로 보내 노예로 팔아버린다.(164쪽)
인디언 보호구역의 실상
그렇게 시작된 토끼 몰이식의 시간이 흐른 다음에, 거의 모든 인디언이 백인에게 항복하고, 그들은 인디언 보호구역이란 곳으로 들어가게 된다.
인디언 보호구역, 과연 그곳은 어떤 곳일까?
국유림의 녹색 식물들이 사라지기 시작하는 바로 그 지점에 산카를로스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들어섬을 알리는 표지판이 서 있었다. 이 나쁜 놈들.....(27쪽)
광활하지만 황량하기 그지없는, 도저히 사람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27쪽)
그런 곳으로 몰아넣고, 그들을 어떤 식으로 보호(?)하는가? 이런 식이다.
다수의 인디언 보호구역에서 카지노가 운영되고 있다. 이는 많은 미국인들에게 인디언 보호 구역의 상징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24쪽)
다시, 이 책은?
이런 역사의 현장을 저자는 42일간에 걸쳐 다니면서, 그 모습을 하나 하나 기록해 놓고 있으니, 완전히 색다른 여행기인 것이다.
이 책은 그래서 다음과 같은 숙제를 남겨주고 있다.
현상과 보이는 것을 넘어선 이면에 있는 진실을, 시간의 흐름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보아야 할 것을 보는 역사관을, 그리고 더 나아가 사람이라면 한번쯤 생각해 보아야 할 양심이라는 것까지,
바라보고 생각해야 한다는 것!
그러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런 사람들이 사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게 이 책의 목적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