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삿갓의 지혜
이문영 엮음 / 정민미디어 / 2020년 5월
평점 :
절판


김삿갓의 지혜 

  

이 책은?

 

이 책 김삿갓의 지혜는 삿갓을 쓰고 한평생 유랑을 한 김병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의 행적과 그가 지은 시를 중심으로 하여, 그의 삶에서 지혜를 얻고자 하는 책이다.

 

저자는 이문영, <서울예대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1995현대문학에 단편소설 우리는 공룡의 시대로 가고 있다로 등단하고, 2001년에 장편소설 풀밭 위의 식사를 발표했다. 엮은 책으로 백년 인생 천년의 지혜, 네 글자에 담긴 지혜, 난세를 이기는 지혜, 마음을 파고드는 101가지 우화등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방랑시인 김삿갓의 이야기를 담았다.

그가 왜 삿갓을 쓰고 삼천리 방방곡곡을 떠돌아야 했는지, 그가 전국을 방랑하면서 겪은 일들, 그가 만났던 사람들과의 일화, 또한 그가 지었던 시들을 담아 놓았다.

 

먼저 그의 일생에 대한 간단한 소개가 있다.

조선 시대 순조 치세에, 그의 조부가 홍경래의 난에 관련하여 반군에게 항복을 하는 바람에 나라의 역적이 되고, 그로 인해 집안이 풍비박산이 되는 과정이 소개된다.

그리고 그런 자세한 사정을 모르고 백일장에 참여한 김병연이 조부의 죄를 논하는 글을 써서 장원이 되었지만, 집안의 사정을 그제야 알게 된 김병연은 삿갓을 쓰고 전국을 방랑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참고로, 이 책 말미에 김병연이 쓴 백일장에서 쓴 시 전문이 실려있다.

 

김삿갓이 방랑에 나서게 된 데에는 채근담중 한 구절이 역할을 했다.

조부를 욕한 사실로 인해 술을 마시며 괴로워하는 그에게 한 노인이 채근담의 한 구절을 소개한다.

 

河天不可?翔 而飛蛾獨投野燭

하천불가고상 이비아독투야촉

 

넓디넓은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다닐 수도 있는데

불나방은 어찌하여 등잔불 속으로만 뛰어들려고 하는가. (225)

 

이 구절을 듣고 그는 깨닫는 바가 있었다.

내가 여기서 주저앉는다고 해서 내 조부의 죄가 씻기는 것은 아니다. 더 넓은 세상을 경험하고 차후에 할 일을 찾아보아도 늦지 않다.’

 

그런 깨달음을 품고 그는 방랑에 나선 것이다.

저자는 그런 김삿갓의 행적을 다음과 같은 7개의 카테고리로 분류하여, 살펴보고 있다.

 

인생의 지혜

처세의 지혜

성공의 지혜

행복의 지혜

인격의 지혜

정의의 지혜

배움의 지혜

 

시를 통해, 풍자와 해학을

 

김삿갓이 사용한 문자는 한자다.

그는 한자를 사용해 시를 지으면서, 우리말과 연관시켜 풍자하는 경지를 내보인다.

 

이런 시를 우선 한자 음으로 읽어보자.

 

二十樹下三十客 四十家中五十食

人間豈有七十事 不如歸家三十食

 

이십수하삼십객 사십가중오십식

인간기유칠십사 불여귀가삼십식

 

이 시를 한자로 읽고 새겨본들 그 뜻을 짐작조차 할 수 없다.

이런 때는 한자음을 읽으면서, 거기에 우리말을 떠올려야 한다.

해석하면 다음과 같다.

 

스무 나무 아래 서른 나그네가

마흔 집안에서 밥을 먹네

사람 사는 세상에 어찌 일흔 일이 있으랴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 서른 밥을 먹으리라.

 

밑줄 그은 부분에 유념하면서 다시 그 뜻을 새겨보자.

 

스무 나무 아래 서러운 나그네가

마흔 집안에서 밥을 먹네

사람 사는 세상에 어찌 이런 일이 있으랴

차라리 집으로 돌아가 밥을 먹으리라. (247)

 

이런 시는 저절로 나오는 게 아니다. 상황과 김삿갓의 시재가 어울어져 나오는 것이다.

김삿갓이 처한 상황은 어떤 것인가?

자신의 신분을 떳떳하게 밝힐 수 없는 처지다. 그래서 방랑하면서 하룻밤 묵을 곳을 찾아야 하고, 끼니를 구걸하는 처지에서 자기 신분을 밝힐 수 없으니, 간혹 난처한 상황을 만나게 된다.

 

이 시는 함경도 지방을 지나다가 어느 부잣집에 들러 한 끼 밥을 청하다가 거절당하고 서러워서 지은 시다.

 

길주에서 허가 성을 가진 집에서 문전박대를 당한 후 지은 시는?

 

吉州吉州不吉州 許可許可不許可

길주길주불길주 허가허가불허가    

 

길주 길주 하지만 길하지 않은 고을이고

허가 허가 하지만 허가하는 것은 하나도 없네 (204)

 

연애편지를 해석해 주는 김삿갓

 

이웃 집 처자를 사모하는 총각이 편지를 보내고 보낸 끝에 드디어 답장을 받았다.

그런데 거기에 적힌 글자는 단 한 글자. ()

 

그 뜻을 알지 못해 괴로워하는 총각에게 김삿갓 기지를 발휘해 답장을 풀어준다.  

한자는 파자하는 것 또한 묘미가 있는데, ()자를 파자로 풀어준 것이다.

 

대나무 죽(), 올 래(), 이십(十十), (), ()

각기 그 뜻을 새겨보면, ‘대나무 밭으로 스무 하룻날에 오라는 뜻이다. (139)

 

그 후일담은 이 책에 소개 되지 않았는데, 그 두 사람 대나무 밭에서 만났을까 궁금해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당연지사라는 말이 있으니.

 

쉼표를 어디에 찍느냐?

 

이런 편지 글 역시 풀어주는 게 김삿갓의 전문이다.

 

來不往 來不往

래불왕 래불왕

 

무슨 뜻일까? 쉼표를 잘 찍으면, 그 의미가 드러난다.

 

來不,

,不往

오지 말라고 해도 갈 판인데

오라고 요청까지 했는데, 왜 안 가겠는가? (293)

 

김삿갓의 정체를 밝히는 시

 

김삿갓은 어떤 사람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그가 지은 시를 검토하다가 그의 정체를 드러내는 시를 발견했다.

그가 어느 마을에 들어가서 동네 노인들과 이야기하면서 지은 시다.

 

나는 본래 하늘 위에 사는 새로서

언제나 오색구름 속에서 노닐었는데

오늘 따라 비바람이 몹시 몰아쳐

들새 무리 속에 잘못 끼어 들었네

 

我本天上鳥 (아본천상조)

常留五彩雲 (상류오채운)

今宵風雨惡 (금소풍우악)

誤落野鳥群 (오락야조군) (183)

 

시대를 잘 못 만나, 들새의 무리에 끼어들어 온갖 어려움을 당하는 김삿갓의 모습을 이처럼 잘 드러낸 시가 있을까.

 

아쉬운 점, - 다시, 이 책은?

 

아쉬운 게 하나 있다.

그건 다름 아니라, 김삿갓의 시를 소개하면서 위에서 아래로 써 놓은 것이다.

편집을 하면서, 일부러 고풍스러운 멋을 위해서 그렇게 한 것으로 이해가 되지만, 현대 모든 글자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어가는 풍조라, 위에서 아래로 내려 읽으려니 불편하다는 점, 사족으로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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