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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20년 1월
평점 :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
이 책은?
일단 이 책이 어떤 책인지를 알아보자.
박완서 선생은 타계하셨으므로, 이제 새로운 글은 나올 수 없다.
해서 이 책은 저자의 새 글, 새 책은 아니다.
이 책은 『프롤로그 에필로그 박완서의 모든 책』이란 제목 그대로, 선생이 생전에 발표한 글에서 <프롤로그 에필로그>를 모아 편찬해 놓아, 선생의 글을 추억해 볼 수 있도록 했다.
이 책 소개에 의하면 <작품의 초판과 개정판의 서·발문의 내용이 다른 경우 모두 수록했고, 내용이 동일할 때는 당시의 집필 및 시대 상황을 고려하여 초판의 것을 실었다.>
이 책의 내용은?
박완서 선생의 책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었지만, 이 책에 실린 책들을 보고, 선생의 저작이 얼마나 대단한지 - 우선 양적으로 -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책은 선생의 작품 67편을 연대순으로 정리해 놓았으니, 이 책을 읽으면서 선생의 글을 시대순으로 알 수 있고, 선생의 책에 대한 솔직한 감회를 엿볼 수 있어, 아주 의미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책아, 책아, 나의 책들아!
선생이 발표한 작품에 대한 애틋한 감회가 곳곳에 묻어난다.
장편 소설 『나목』에 관해서, 이 책에는 모두 3개의 글이 실려 있다.
1976, 1985, 1990년 판에 실린 발문들이다.
그 발문들에서 선생이 얼마나 이 작품을 아끼는지 알 수 있다.
<나는 처녀작 『나목』을 사십 세에 썼지만, 거의 이십 세 미만의 젊고 착하고 순수한 마음으로 썼다고 기억한다.> (19쪽)
선생에게 『나목』은 데뷔작이다. 선생의 표현대로 ‘처녀작’ - 이런 용어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 됐지만 선생의 표현 그대로 옮긴 것이다 - 이다. 그러니 얼마나 애틋했을까?
그래서 그 다음 판을 펴냈을 때는 이런 소회도 밝힌다.
<때로는 마음이 아팠고 때로는 응분의 대접이라고 승복했기도 했지만 『나목』이 받는 독자의 사랑만큼 기쁘고 대견한 대접은 없었다.> (21쪽)
나목에 대한 애틋한 마음은 이어진다.
<특히 이 작품에 대한 나의 애착은 편애에 가깝다. 『나목』을 생각할 때마다 애틋해지곤 한다.> (24쪽)
소설이란 어떤 것인가?
선생이 작품을 발표하면서, 그 작품을 쓸 때의 마음가짐을 통해서 선생이 소설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알 수 있다. 다음과 같은 글들, 읽어보자.
<소설을 쓸 때 재미의 문제를 의식 안하고 써본 적이 없다.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강요하지 않고 듣게 하기 위해선 우선 재미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6쪽)
<내가 쓴 글들은 내가 살아온 시대의 거울인 동시에 나를 비춰줄 수 있는 거울이다. 거울이 있어서 나를 가다듬을 수 있으니 다행스럽고, 글을 쓸 수 있는 한 지루하지 않게 살 수 있다는 게 감사할 뿐이다.> (139쪽)
해서 선생의 글을 읽으면, 그 시대를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지금 이 시대, 또 앞으로 맞이하게 되는 시대를 비춰내는 선생의 작품을 읽을 수 없다는 게 못내 아쉽기만 하다.
그 밖에도
이 책이 담고 있는 선생에 대한 추억은 다양하다.
에필로그 프롤로그 뿐만 아니라. 작가 연보, 또한 선생의 첫 작품인 『나목』을 비롯하여 마지막 작품에 이르기까지 주요 작품의 표지들을 모두 실어 놓았다. 그것을 하나 하나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호사를 누린다는 느낌 받았다. 선생에 대한 추억은 그렇게도 되살릴 수 있다.
다시, 이 책은?
선생이 글을 쓰면서 느꼈던 다른 감정 하나, 소개한다.
선생의 작품에 대한 긍지를 엿볼 수 있는 글이다.
<또 책을 낼 수 있게 되어 기쁘다. 내 자식들과 손자들에게도 뽐내고 싶다. 그 애들도 나를 자랑스러워했으면 참 좋겠다. 아직도 글을 쓸 수 있는 기력이 있어서 행복하다.> (164쪽)
그런 기쁨이 글을 읽는 나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온다. 해서 기쁘다. 독자들에게 이런 기쁨 전해주는 작가가, 또 어디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