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쉰의 광인일기, 식인과 광기 - 권위와 관습적 읽기에서 벗어나 21세기에 다시 읽는 「광인일기」
이주노 지음 / 21세기북스 / 2019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루쉰의 광인일기 식인과 광기

 

이 책은?

 

이 책 루쉰의 광인일기, 식인과 광기는 중국 작가 루쉰의 단편소설 광인일기를 분석하는 글이다.  

 

저자는 이주노, <서울대학교 중어중문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문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현재 전남대학교 중어중문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에서 저자가 분석의 대상으로 삼고 있는 루쉰의 작품 광인일기는 짤막한 단편소설이다. 30쪽이 채 안되는 분량이다.  A4 용지로 치면, 겨우 7쪽에 해당될 뿐이다.

이렇게 짤막한 단편소설을 저자는 분석하여, 물경 440여쪽에 달하는 책으로 엮어내었다.

 

그러니 이 책을 읽기 전에 루쉰의 광인일기를 읽을 필요가 있다.

광인일기는 루쉰이 1918년에 발표한 작품으로 피해망상 환자의 일기 형식을 취하고 있다. 주위 사람이 자기를 잡아먹으려고 한다는 강박관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통하여 중국의 낡은 사회, 그 중에서도 가족제도와 그것을 지탱하는 유교도덕의 위선과 비인간성을 고발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책에서, 본문을 수시로 인용하면서 논의를 진행하기에, 그 작품을 이해하는 데는 문제가 없으나, 그래도 전반적인 이해를 돕기 위해서는 사전에 광인일기를 읽는 게 좋다.

 

우선 광인일기」의 1절과 13절을 인용해 본다.

 

1.

<오늘 밤, 달빛이 참 좋다.

내가 달을 보지 못한 지 벌써 30여 년, 오늘 달을 보게 되니 정신이 유난히 상쾌하다.

지난 30여 년이 온통 흐리멍텅했음을 이제야 깨달았다. 하지만 모름지기 조심하지 않으면 안 되는 법. 그렇지 않다면 저 자오()씨 개가 왜 날 흘끔거리겠는가?

내가 겁을 먹는 것도 그럴만 하다>. (18)

 

13.

<사람을 잡아먹어 본 적이 없는 아이가 혹 아직도 있을까? 아이를 구해야 할 텐데 ……> (58)

 

참고로, 광인일기는 이렇게 13개의 문단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저자는 이걸 1, 2...이런 식으로 부르고 있다.  

 

광인일기의 광인, 광기는 무엇을 의미하는가?

 

광인일기를 읽으며, 깊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 그저 중국의 당시 시대를 그린 작품이거니 생각하고, 루쉰의 작품 목록 하나 알았다고 넘어갔는데, 그러니 그 작품을 허투루 읽었다는 것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글 읽으니 더더욱 그런 생각이 든다.

 

<그렇다면 문학적 글쓰기에서 광기 혹은 광인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작가는 흔히 일상적인 세계의 평범한 인물로 환경의 부조리와 폭력성을 더는 드러낼 수 없을 때, 비범하(unusual)거나 비정상적인(abnormal) 인물을 통해 자신의 예술적 역량을 발휘한다. 이러한 인물의 비범성과 비정상성은 흔히 영웅의 초월성이나 광인의 광기로 표출되거니와, 특히 광인의 광기는 작가의 새로운 예술적 사유의 원천이 된다. 작가에게 광기란 더는 정신질환이나 이상심리 같은 질병이 아니라 자신의 문학적 상상력을 담아내는 유용한 도구로, 기성 권위와 질서에 대한 위반과 일탈의 기호다. 그리하여 광인과 광기는 세계를 새롭게 해석할 수 있도록 돕는 통로가 되며, 동시에 기성 지배 담론을 전복시키는 위험한 시도를 가능케 하는 문학적 보호장치가 된다. 이제 광기 속에 내재되어 있는 위반과 일탈의 욕망을 문화적으로 재해석해내는 것은 우리 몫이다.> (86)

 

그 아래 중요한 발언이 나온다.

 

<이러한 맥락에서 우리는 루쉰의 광인일기에 나오는 광인과 광기를 읽어볼 수 있다. 광인일기의 광인은 기성 권위와 질서에 대한 회의와 부정의 정신을 보여주는 근대적 인간의 상징이다. 그가 발하는 광기는 개의 이미지로 반복되는 폭력적 세계와 그것의 지배 담론에 대한 저항의 몸부림이다. 이러한 광인과 광기를 통하여 루쉰은 자신이 몸담은 사회가 떠받들고 있는 가치 체계를 뒤집어보려 한다.>

 

그래서 결론은?

<이러한 관점에서 읽어나가노라면, 루쉰의 광인일기는 허위적 세계와 야만적 권력의 폭력성에 대한 알레고리로 볼 수 있다.> (87)

 

지금 루쉰의 광인일기를 읽고, 생각해 볼 필요성은?

 

중국현대문학 연구가인 저자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루쉰의 광인일기는 루쉰이 오랜 침묵을 깨고 다시 문학의 마당으로 돌아와 발표한 최초의 작품이다. 광인일기는 이후 그의 문학 활동은 물론, 비판적 지식인으로서 사회운동의 출발점이 되었다. 바로 이러한 점으로 말미암아 광인일기는 루쉰의 사상, 루쉰의 혁명, 루쉰의 문학을 살펴보는 데 있어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 (12)

 

루쉰의 사상, 루쉰의 혁명, 루쉰의 문학을 살펴보는 데 있어서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되었다.”는 말은 뤼신의 광인일기가 그만큼 이야기할 거리가 많다는 것이기도 하거니와 그만큼 복잡하고 분석할만한 거리가 많다는 말이겠다.

 

저자는 그래서 광인일기를 다음과 같이 분석해 나간다.

 

1광인일기의 새로운 의미를 찾아서

1. 광인일기의 의미생성구조

2. 광인일기의 의사소통구조

3. 광인일기의 문학적 시공간

 

2광인일기창작의 이모저모

1. 국민성 개조와 시대 의식

2. 모티프로서의 식인과 광기

3. 새로운 서사 양식

 

3장 세계문학 속 광인

1. 고골의 광인일기

2. 모파상의 오를라

3. 다니자키 준이치로의 미친 노인의 일기

 

4광인일기연구 현황

1. 중국의 광인일기연구

2. 일본의 광인일기연구

3. 한국의 광인일기연구

 

다시, 이 책은?

 

저자는 작품 속으로 들어가 분석하고, 밖으로 나와 시대를 분석하고, 더 나아나 세계 문학으로 눈을 돌려 광인을 주제로 한 작품들을 살펴본 다음에, 광인 일기에 대한 연구는 어디까지 왔는가를 살피고 있으니. 이 책 한 권으로 광인일기에 대한 모든 것을 알 수 있겠다.

 

특히 저자의 꼼꼼히 읽기는 배울 점이 많다.

하나의 작품을 다각도로 꼼꼼히 읽어내어, 그 작품이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정확하게 짚어내고 있으니, ‘읽기’, ‘짚어내기’, ‘쓰기’, 모든 점에서 다시한번 나 자신을 살펴볼 수 있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