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어 마음사전 걷는사람 에세이 6
현택훈 지음, 박들 그림 / 걷는사람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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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어 마음사전

 

이 책은?

 

이 책은 제주도 출신으로 제주도에 살고 있는 시인 현택훈의 에세이집이다.

책을 읽어보니, 저자의 부인도 역시 시인이다. 김신숙 시인.(181)

 

해서 저자 집안이 펴낸 책만 해도 모두 4권이다.

현택훈 시집 : 지구 레코드, 남방큰돌고래, 난 아무 곳에도 가지 않아요.

김신숙 시집 : 우리는 한쪽 밤에서 잠을 자고

 

이 책의 내용은?

 

제주도에 가본 적이 있지만 현지인이라고 해야 가게, 호텔의 직원들과 공식적인 이야기만 나눴으니, 본격적인 제주말 경험해 보지 못했다. 해서 아는 제주말은 고작 혜은이의 노래 감수광정도다.

 

그런 제주말이 유네스코에서 소멸위기 언어로 지정됐다니, 안타깝다.

이 책은 그런 제주말이 주인공이다.

 

저자는 소멸되어 가는 제주말을 마음에 담아두려고, 이 책에 사연들을 담아 놓았다.

그런 제주말, 어떤 게 있는지 살펴보자.

, 저자는 제주말이라 하지 않고 제주어라 한다. 이하 제주어라고 부르겠다.

 

참 제주어는 예쁜 게 많다.

 

제주에서는 쌀밥을 곤밥이라 부르는데, <쌀밥을 곤밥이라 부른 것은 보리밥이나 조밥을 주로 보다가 쌀밥을 보니 그 하얀 빛깔이 고와서 곤밥이라 부르게 된 것으로 보인다.> (23)

 

그러니 고운 밥이라는 의미다. 밥이 곱다니? 생각도 참 좋고, 그 하얀 빛을 찾아내는 눈도 참 좋다.

 

내 마음의 도댓불 (64)

도댓불은 어떤 불일까? 도댓불은 등대를 밝히는 불빛을 말한다.

 

예쁜 말이 많으니, 자연 지명도 예쁘게 짓는다.

가스름, 아홉굿마을, 볼레낭개, 소보리당, 스모루, 지삿개, 폴개 등.

 

그런 예쁜 이름들이 이제 행정구역 이름으로 한자어가 쓰이면서 사라지고 있다니 안타깝다.

또한 거기에는 제주도의 아픔인 4.3 때문에 마을 이름이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니 어떤 사연이 있나 보다. 더더욱 안타까운 일이다.(29)

 

그 아름다움 뒤에는 비극이 웅크리고 있다.”

잃어버린 마을들은 1948년 겨울에 멈춰있다. 꽁꽁 얼어버린 나라가 제주도에 건국되었다. 한라산 중간산을 거닐다 대밭이 있고 돌담만 남아있는 집터들이 보이면 그 마을은 4.3 당시 잃어버린 마을일지도 모른다.”

 

이왕에 4.3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제주도에는 이외에도 다른 상처가 남아있다.

바로 이재수의 난이라 불리는 신축민란이 일어났다. 1901년의 일이다. (174)

 

신축민란은 천주교인들의 횡포에 맞선 민중항쟁이다. 잘 모르고 있던 사건인지라, 자세한 내용을 찾아가면서 읽었다.

당시 제주 앞바다에 군함 두 척을 정박시켜놓고 프랑스군은 제주성으로 들어와 프랑스 깃발을 꽂았다. 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하지만, 나라의 힘이 약하면 별 일이 다 생기는 모양이다. 이 또한 안타까운 일이다. 제주도에는 그런 아픔이 있다.

 

<제주에서는 춥다얼다라고 한다. ‘춥다보다 얼다가 더 감각적이고 서럽다. 추운 건 참을 수 있겠지만 얼어버리면 참아봤자 소용없다. 더 가난한 말로 들린다.> (133)

 

이런 것들, 새롭게 알게 된다.

 

<5월에 하얗게 귤꽃 핀 풍경도 좋아한다.> (21)

 

귤을 즐겨 먹으면서도 귤이 꽃피는 식물이라는 생각을 못했다. 열매 맺는 식물은 당연히 꽃이 피건만, 귤나무 꽃은 왜 생각을 못했을까?

또한 귤 색깔만 떠올리고, 귤꽃은 노랑색이라 생각하면 안된다는 것, 귤꽃은 하얀 색이다.

 

구름도 모양따라 이름이 있는데..

<구름의 모양을 분류한 사람은 루크 하워드다. 그는 원래 약사였다. 구름의 아름다운 모양에 반한 하워드는 매일 구름을 보며 구름 일기를 썼다고 한다. 그렇게 구름을 좋아해서 연구하다보니 어느새 그는 기상학자가 되어있었다. 그는 평생 구름에 이름을 붙이고 분류를 했다. 그 이름은 현재 세계적으로 쓰이고 있다.> (89)

 

이런 글, 참 좋다.

 

역시 시인은 뭐가 달라도 다르다. 그 감수성에 밑줄 그을 수밖에 없다.

다음 문장 읽어보자. 밑줄 긋지 않고는 못배길 걸!

 

<월동준비라는 말은 있지만 여름은 준비한다는 말은 없다. 선풍기나 에어컨을 청소하거나 구멍난 방충망을 손질 하는 정도겠지. 준비가 없는 것은 맨몸으로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온몸으로 받아들이면 가능하기 때문이다.>(92)

 

<시인은 슬픔과 자주 부딪친다.

눈물이 흐르는 건 눈물방울이 둥글기 때문이다. 눈물방울에 모서리가 있다면 얼마나 아플까.> (104)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곳까지가 먼 곳이다.>(112)

 

<내가 새라면 텃새일 것 같다. 철새를 꿈꾸지만 여기에 머물러 있다.>(113)

 

다시, 이 책은?

 

이 책이 담고 있는 제주어의 아름다움과 그 아름다움 뒤에 숨어 있는 아픔까지, 저자는 마음 사전을 만드는 심정으로 잘 가다듬어, 담아 놓았다.

 

그리고 이 것, 하나 꼭 집어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에게, ‘지리산의 의미(183)는 무엇일까?

 

제주도 이야기 하다가, 왜 갑자기 지리산이 나오는가 의아해할지도 모르겠다.

그럼, 다음을 읽어보시라.

 

문예창작과에서 소설을 공부할 때, 최학 선생님이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리산에 오르지 않고 소설 쓸 생각을 하지 마라.”

그러나 그 말 듣고도 끝내 지리산에 오르지 못한 저자, 나중에 그 선생님을 만나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저 아직 지리산에 오르지 못했습니다. 그럼 저는 소설을 쓸 자격이 없는 거죠?”

지리산? 그게 무슨 말인가?”

선생님께서 예전에 우리한테 지리산에 올라야만 소설을 쓸 수 있다고 말씀하셨잖아요.”

, 그거!”

선생님은 크게 웃고는 말을 이었다.

그 말을 그대로 들었군. 그 말은, 한국 현대사 공부를 하라는 말이었지. 지리산은 상징적으로 말한 게지.”

 

지리산 저자는 그렇게 지리산도 말하며 제주도 역사를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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