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
이 책은?
제목은
『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 부제가 <미처리 시신의 치다꺼리 지침서>라고 해서,
행려병자 시신이 어떻게 처리되는가
정도,
그런 사항을 사건별로 관련자가 쓴
르뽀 형식의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장편소설이라는 것, 그걸 알고
솔직히 놀랐다.
그러니
확실히 알아두자.
이 책은 소설이라는
것을.
장편소설이다.
저자는
김미조,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여러 출판사에서 인문학 책을
기획,
집필하고 있>으며,
<쓴 책으로는
『천국의 우편배달부』,
『엄마의 비밀정원』,
『피노키오가 묻는 말』
등이 있>으니,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등장인물은 ?
김사장
(김영필) :
헌책방 ‘솔’을 운영한다.
화자인
‘나’(황익주) :
대필 작가,
냉장고에 ......
허
08 ;
옥탑방에서 죽은
사나이.
지
31 :
<시스템이 당신의 부를
결정한다>의 저자.
살해되어 산 속에
버려진다.
노
17 :
등단한 작가(136쪽),
시요
(인숙) :
김사장 집안일을 돌봐주는 파출부의
딸,
노 17의 딸,
김사장과 ‘나’의 여자.
푸
13 :
차에 치여
죽고,
시신은 호수에 버려지는
여자.
여기
등장하는 책이 있다.
미처리
시신의 <치다꺼리 지침서>라는 책.
<시스템이 당신의 부를 결정한다>(자기 계발서)
<여행의 희망> (102,
153 쪽)
<도깨비,
사라지지 않는
이야기>
(190쪽)
<누구나 알고 있는 비밀>(237쪽)
그들의
시신을 보러가는 임무를 맡은 뒤치다꺼리인 ‘나’는 그들과 관련된 ‘책’을 먹는다.
그들의 생각과 삶을 그렇게 하면
읽을 수 있다.
종이로 된 책을 먹어야 하는
‘나’는 염소가 되어 그들과 동행,
시신을 보러
간다.
과연 누구도 돌보지
않는 죽음은, 그 후 어떻게 처리되는 것일까?
예컨데 홀로
옥탑방에서 죽어간 허 08의 시신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몸을 떠난 영혼이
된 허 08 은 자기 시신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이런 생각 해본
적이 있는데, 이 소설은 그런 생각들에 대한 답을 형상화해서 보여주고 있다.
날카로운 세태 풍자가 보인다.
여기
자기계발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있다.
<시스템이 당신의 부를 결정한다>은 철저한 자기계발서다.
등장인물 허 08은 그 책을 신주단지 모시듯,
읽고 그대로
실천한다.
그 책은 그에게 감동을
주고,
나름의 희망을 품게
해준다.(57쪽)
그
책에 담겨 있는 내용 살펴보자. (39, 57
쪽)
자기
자신이야말로 자신의 적이다.
바라는
만큼 이루어진다.
환경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봐라.
일찍
일어난 새가 많은 먹이를 먹는다.
그
책을 읽고 허 08은 다음과 같은 실행계획을 세운다.
잘
살펴보자,
우리들 모습이 그 안에 보일지도
모른다.
첫
번째로, 아침형 인간으로 살고
두
번째로,
어떠한 일에서든 남들보다 수십배의
노력을 기울이고
세
번째로,
끊임없는 공부로 창의력을
키우고
네
번째로,
세상일에 관심을 기울여 동시대의
흐름을 읽고
다섯
번째로,
다른 사람과의 약속은 물론이거니와
자신과의 약속도 무조건 지켜 신뢰받는 사람으로 거듭난다.
단,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탓하지는 말아야 한다.
(이상,
열거한 사항을 담은
자기계발서,
지금도 서점들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을 것이다.)
그
책을 신주단지 모시고, 그 책의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따라 살던,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허 08은 어떻게 되었나?
답은?
그 책을 쓴
저자에게 '사기꾼'이라 외친다. 왜일까?
밑줄 긋고 새겨야 할 말들
<‘알고 있는 것’은 알고 있기 때문에 안다.
하지만 ‘모르는 것’은 무엇을 알지 못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모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른다.>
(11쪽)
<희망은 의지로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앞으로의 삶을
위해서라도.>
(105쪽)
<이 세상의 시간은 정지하는 법을
모른다.>
(127쪽)
다시,
이
책은?
사람의
상상력은 끝이 없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얼마
전 <호텔 델루나>
라는 TV
드라마 -
죽음 후에 혼이 일시적으로
묵어가는 호텔이 있다는 설정 -
를 보면서,인간의 상상력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이 책 역시 상상력에선 그
드라마에 못지않다.
이
작품에서 책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위에
열거한 책은 등장인물들과 관련이 있는 책이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삶과 기억,
그리고 감정은 한 권의 책으로
남게 된다.
('오로지 푸 13을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내는 데만 집중할
뿐이다.'
-236쪽)
해서,
이 책은 죽음 후에 벌어지는 일들
-
물론 상상의 산물이지만
-을 통해 우리 삶의 현주소가
어디인지,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즐거운
상상이지만,
방송에서 희한한 상상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요즘 트렌드를 감안한다면,
이 책 조만간에 드라마로 제작되어
우리 눈앞에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