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 - 미처리 시신의 치다꺼리 지침서
김미조 지음 / 42미디어콘텐츠 / 2019년 10월
평점 :
절판


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

 

이 책은?

 

제목은 빌어먹을 놈은 아니지만』, 부제가 <미처리 시신의 치다꺼리 지침서>라고 해서, 행려병자 시신이 어떻게 처리되는가 정도, 그런 사항을 사건별로 관련자가 쓴 르뽀 형식의 책인 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장편소설이라는 것, 그걸 알고 솔직히 놀랐다. 

그러니 확실히 알아두자. 이 책은 소설이라는 것을. 장편소설이다.

저자는 김미조,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여러 출판사에서 인문학 책을 기획, 집필하고 있>으며, <쓴 책으로는 천국의 우편배달부, 엄마의 비밀정원, 피노키오가 묻는 말등이 있>으니, 다양한 주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등장인물은 ?

 

김사장 (김영필) : 헌책방 을 운영한다.

화자인 ’(황익주) : 대필 작가, 냉장고에 ......

08 ; 옥탑방에서 죽은 사나이.

31 : <시스템이 당신의 부를 결정한다>의 저자. 살해되어 산 속에 버려진다.

17 : 등단한 작가(136),

시요 (인숙) : 김사장 집안일을 돌봐주는 파출부의 딸, 17의 딸, 김사장과 의 여자.

13 : 차에 치여 죽고, 시신은 호수에 버려지는 여자.

 

여기 등장하는 책이 있다.

미처리 시신의 <치다꺼리 지침서>라는 책.

<시스템이 당신의 부를 결정한다>(자기 계발서)

<여행의 희망> (102, 153 )

<도깨비, 사라지지 않는 이야기> (190)

<누구나 알고 있는 비밀>(237)  

 

그들의 시신을 보러가는 임무를 맡은 뒤치다꺼리인 는 그들과 관련된 을 먹는다. 그들의 생각과 삶을 그렇게 하면 읽을 수 있다. 종이로 된 책을 먹어야 하는 는 염소가 되어 그들과 동행, 시신을 보러 간다

 

과연 누구도 돌보지 않는 죽음은, 그 후 어떻게 처리되는 것일까?

예컨데 홀로 옥탑방에서 죽어간  허 08의 시신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몸을 떠난 영혼이 된 허 08 은 자기 시신을 바라보며 어떤 생각을 할까?

 

이런 생각 해본 적이 있는데, 이 소설은 그런 생각들에 대한 답을 형상화해서 보여주고 있다.

    

날카로운 세태 풍자가 보인다.

 

여기 자기계발서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있다.

<시스템이 당신의 부를 결정한다>은 철저한 자기계발서다.

등장인물 허 08은 그 책을 신주단지 모시듯, 읽고 그대로 실천한다. 그 책은 그에게 감동을 주고, 나름의 희망을 품게 해준다.(57)

 

그 책에 담겨 있는 내용 살펴보자. (39, 57 )

 

자기 자신이야말로 자신의 적이다.

바라는 만큼 이루어진다.

환경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돌아봐라.

일찍 일어난 새가 많은 먹이를 먹는다.

 

그 책을 읽고 허 08은 다음과 같은 실행계획을 세운다.

잘 살펴보자, 우리들 모습이 그 안에 보일지도 모른다.

 

첫 번째로, 아침형 인간으로 살고

두 번째로, 어떠한 일에서든 남들보다 수십배의 노력을 기울이고

세 번째로, 끊임없는 공부로 창의력을 키우고

네 번째로, 세상일에 관심을 기울여 동시대의 흐름을 읽고

다섯 번째로, 다른 사람과의 약속은 물론이거니와 자신과의 약속도 무조건 지켜 신뢰받는 사람으로 거듭난다.

, 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사회의 구조적 모순을 탓하지는 말아야 한다.

 

(이상, 열거한 사항을 담은 자기계발서, 지금도 서점들 한쪽을 가득 채우고 있을 것이다.)

 

그 책을 신주단지 모시고, 그 책의 내용을 하나도 빠짐없이 따라 살던, 그렇게 열심히 살았던, 08은 어떻게 되었나?

 

답은?

그 책을 쓴 저자에게 '사기꾼'이라 외친다. 왜일까?

 

밑줄 긋고 새겨야 할 말들

 

<‘알고 있는 것은 알고 있기 때문에 안다. 하지만 모르는 것은 무엇을 알지 못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모르고 있다는 것조차 모른다.> (11)

 

<희망은 의지로 가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앞으로의 삶을 위해서라도.> (105)

 

<이 세상의 시간은 정지하는 법을 모른다.> (127)

 

다시, 이 책은?

 

사람의 상상력은 끝이 없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얼마 전 <호텔 델루나> 라는 TV 드라마 - 죽음 후에 혼이 일시적으로 묵어가는 호텔이 있다는 설정 - 를 보면서,인간의 상상력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는데, 이 책 역시 상상력에선 그 드라마에 못지않다.

 

이 작품에서 책은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

위에 열거한 책은 등장인물들과 관련이 있는 책이다.

또한 등장인물들의 삶과 기억, 그리고 감정은 한 권의 책으로 남게 된다.

('오로지 푸 13을 한권의 책으로 만들어내는 데만 집중할 뿐이다.' -236)

 

해서, 이 책은 죽음 후에 벌어지는 일들 - 물론 상상의 산물이지만 -을 통해 우리 삶의 현주소가 어디인지, 어떤 모습으로 남게 될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즐거운 상상이지만, 방송에서 희한한 상상을 영상으로 보여주는 요즘 트렌드를 감안한다면, 이 책 조만간에 드라마로 제작되어 우리 눈앞에 나타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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