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역사학자 유 엠 부틴의 고조선 연구 - 고조선, 역사.고고학적 개요
유리 미하일로비치 부틴 지음, 이병두 옮김, 유정희 해제 / 아이네아스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러시아 학자 유 엠 부틴의 고조선 연구

 

고조선은 그들(?)만의 리그

 

보통 사람들은 고조선에 대해 관심이 없다. 있다고 해도, 고조선에 대해 잘 모른다.

거기에 환단고기가 등장하여, 고조선 하면 환단고기같은 엄청난 주장을 하는 것처럼 보여, 아예 애초에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

 

그래서 결국 고조선에 관한 논의, 논쟁은 학자들만의 문제로 치부해 버리고, 아예 관심을 끊어버리게 된다.

 

여기 고조선 논의에 대하여 꼭 알아야 할 인물이 있다. 바로 윤내현 교수.

윤내현 교수 (1939~ )

 

단국대 사학과 교수를 역임하였으며 정년퇴임했다.

대고조선론정립한 독보적인 역사학자인데, 그의 저서 논문으로 <상주사>, <고조선의 사회 성격>, <한국고대사신론>, <고조선 연구>가 있다.

윤내현의 주장중 분명히 할 것은 그가 주장하는 대고조선론환단고기를 믿는 환빠들의 주장과 다르다는 것이다.

 

대고조선론 VS. 소고조선론

 

대고조선론을 주장하는 학자는, 윤내현, 신채호, 성삼재, 박병섭이 있는데, 그들은 고조선이 중국의 만주에 있었다는 주장을 펼친다.

 

소고조선론을 주장하는 학자는, 이병도, 송호정, 서영수, 신석호, 이문영이 있다.

그중 송호정은 평양중심설, 서영수는 중심지 이동설을 주장하며 고조선이 요동에서 >평양으로 옮겼다는 주장을 펼친다.

 

이들이 고대사학계의 주류이며, 이들은 고조선 자체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그들이 고조선을 말하는 진짜 이유는 한사군과 낙랑군 이야기를 지키기 위해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윤내현 교수의 글쓰기에 대하여.

 

<실제로 그의 학술논문들은 주류 고대사학계가 제기할 수 있는 모든 헛소리들에 대한 대답이 들어있다. 심지어 그들이 지금은 안 했어도 미래에 거론할지 모르는 헛소리에 대한 대답까지 준비해 놓았다. 그의 저작을 읽다보면 독자가 의구심을 가질만한 사안은 반드시 어딘가에 설명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한국 고대사와 그 역적들, 김상태, 책보세, 337)

 

이 책, 고조선 연구

 

이런 고조선 논의에 새로운 인물 한 명을 추가할 수 있어 기쁘다.

바로 이 책의 저자 유 엠 부틴이다. 우리나라 학자가 아니라 러시아 인이다. 러시아 역사학자.

 

우리나라에서도 고조선 논의가 일부 학자들만의 것으로 치부되는데, 외국인 그것도 러시아인이 고조선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한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목차를 통해 책의 내용을 살펴보자.

 

윤내현 교수의 추천의 글

 

1장 영토와 인종 구성

2장 문헌 자료에 나타난 고조선

3장 남만주와 한국 북부의 초기 철기 시대

4장 사회 경제 구성

 

먼저 추천사를 쓴 사람이 윤내현 교수라는 점이 돋보인다.

윤교수는 저자는 한국 내외의 학자들이 내놓은 고조선에 관한 그간의 연구 업적을 충실하게 소개하고 그것들을 종합하려고 노력하였다. 외국 학자가 이 정도의 책을 내 놓았다면 한국 학자들은 그것을 수정, 보완하여 더욱 발전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8)

 

저자는 연구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연구를 시작하면서 저자는 고조선 문제의 주요 측면인 영토, 인종 구성, 생산력 발전 수준 그리고 한국사에서 최초 국가의 사회 체제 등을 연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였다. (400)

 

이 책의 가치는 해제자가 밝힌 것과 같이, 이 책은 고조선에 대해 훨씬 전방위적으로 검토했으며, 고고학 유적등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다룬 것이라 할 수 있다. (414)

 

고조선 논쟁과 중국의 동북공정

 

고조선에 관한 논의는 결코 일부 학자들만의 소관사항이 되어서는 아니된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들 하는데, 고조선은 처음부터 잊은 부분으로 아예 제쳐두고 있는 것은 아닌지?

특히나 고조선 문제는 중국의 동북공정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만리장성의 동단(동쪽 끝)이 어디인가에 대하여 역시 견해가 달라진다.

주류 사학계는 만리장성이 북경의 산해관이 아니라, 요하라고 하며 심지어 이병도는 황해도 수안이라고까지 한다.

그들 견해에 의하면 만리장성이 한반도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그래서 거기까지가 중국의 역사에 포함된다는 게, 바로 중국의 동북공정이다.

 

따라서 만리장성의 동단이 어디인가 분명해지면 동북아시아의 고대사는 그에 따라 윤곽이 결정되는데, 우리나라 사학계의 주류 되시는 분들이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의 동북공정에 이론적 근거를 제시하게 되는 것이다.

 

다시, 이 책은?

 

그런 반면 이 책은 어떤가?

 

2장에 보면 고조선에 관련된 각종 문헌을 통해 고조선을 증명하고 있으며, 또한 고고학 자료들을 상세히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이 출판(초판)된 것이 1983년이니, 우리나라에서 그 이후 논의된 것들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 아쉽지만, 저자가 특히 이병도의 여러 견해를 소개하면서 비판하고 있는 점은 돋보이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또한 저자의 이런 견해, 고조선의 실재를 주장하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4, 사회 경제 구성> 의 첫부분, 문제 제기 부분이다.

<만일 우리가 고조선 사회의 지배적인 생산 도구와 생산 관계의 본질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고조선 사회의 성격에 관한 해명은 불충분하게 될 것이다.>(354)

 

그래서 저자는 심지어 고조선 철제품의 화학 성분에 관한 자료(372)도 제시하고 있을 정도이니, 그의 학자적 자세를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고조선이란 난제를 맞이하여, 이 책을 이해하는 데는 특히 이 책의 해제자인 유정희의 도움말이 많이 도움이 된다. 해제자는 <질문 & 답변> 란을 통하여 궁금한 점을 소개하고, 더하여 서평까지 제공하고 있다. 고마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역사가 외국인에 의하여 증명되고 있음은 한편으로는 안타깝지만  한편으로는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는 찬밥 신세인 고조선이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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