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정의로운 사람입니다
이 책은 이제는 고인이 된 노회찬을 향한 그리움을 담뿍
담아놓았다.
제목 『당신은 정의로운 사람입니다』는 한 문장으로 노회찬 의원을 표현하는 말이
된다.
이 책은 모두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노회찬 의원과의 인터뷰한 것을 실어놓고
있다.
2장은 노회찬을 알던 지인들이 쓴
헌사.
3장은 노회찬의 육성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먼저 이런 글 읽어보자.
<매일 국어사전을 읽는 사람이 있다.
아니,
있었다.
오래전부터 국어대사전을
탐독해왔다는 그는 읽을수록 한국어의 깊이에 빠졌다고 했다.
그는 간혹 술을 먹고 늦게
귀가하는 경우에도 국어사전만은 꼭 읽고 잠들었다.
시인도,
소설가도
아닌,
이 특이한 정치인의 이야기를 들은
게 벌써 몇 년 전이다.
세상 사람들은 노회찬의
촌철살인·유머가 그저 타고난 재능이겠거니
했다.
그가 한국어를 얼마나
갈고닦았는지는 모르고 있다.
보통 정치인과 달리 그가 적확한
용어와 단어로 상황을 정의하고,
적절한 분석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한국어에 대한 오랜 집착의 결과다.> (227
~ 228 쪽)
그런 노력을 하길래,
다음과 같은 발언이 나왔겠다
싶다.
그의
어록
정치는 회를 써는 것이지 생선을 해부하는 게
아닙니다.
생선을 해부하듯 회를 썰면 해부는
했을지 몰라도 먹기는 곤란합니다.
이런 일이 진보진영에서 왕왕
생겼습니다.
(82쪽)
인권을 소금에 비유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
소금은 많이 넣으면 소금국이
되지만 인권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86쪽)
얘기가 쉽고 재미있어야 합니다.
재미 속에 내용이 있어야 하고
무엇보다 들은 뒤 머릿속에 남는 게 있어야 합니다.
(132쪽)
세상을 진보시키기 위해 자신이 먼저 진보하지 않으면 안 되는
시점이다.
(136쪽)
50
년 동안
삼겹살을 같은 불판 위에서 구워먹으면 고기가 새까맣게 타버립니다.
이제 바뀔 때가
되었습니다.
(137쪽)
이런 말을 읽으면서 새삼 그를 생각하게
된다.
많은 정치인들이 말들을 쏟아놓는데,
노회찬처럼 격조 있는 그리고
전체를 아우르는 발언을 하는 사람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
“재미있는 화술은 현란한 기교를 동원하는 것이
아니라,
사물에 대한 온전한 이해를
바탕으로 지적인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하다”(86쪽)고 말한 노회찬,
많이 생각이 날
거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상처가 깊은만큼 물음도 깊어진다.
(68쪽)
당장 굶는다고 라면을 미화하는 것은 끼니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74쪽)
우리는 우정과 낙관,
유머로 서로를 북돋울
것이며,
그 과정에서 즐거움을 잊지 않을
것이다.
(151쪽) -
국제 녹색당
헌장
문명이 발전되는데 가장 큰 원동력은 수치심이라는
감정이다.
(167쪽) -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다시,
이
책은?
‘체한 것같이 가슴이 답답하다’는 뜻을 가진 우리말 ‘먹먹하다’가 노회찬 의원을 떠올릴 때 느끼는 감정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먹먹한 기분으로,
책을 덮으려는데 이런 말이
보인다.
영화 <동사서독>
애서 장만옥은 무림의 고수가 되기
위해 고향을 떠난 장국영을 그리며 말한다.
“내가 가장 아름다운 시절에는 사랑하는 사람이 곁에
없었습니다.”
(229쪽)
그 말을 읽으니 가슴이 더 먹먹하다.
이제,
우리에게 아름다운 시절이 와도
그는 없다.
없을 것이다.
그러기에 더 먹먹하다.
아쉬운 점 한
가지
노회찬을 알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늦게나마.
그래서 이 책도 열심히 읽을 것이다.
이 책은 노회찬이 대담자로 등장하기도
하고,
또 지인들이 노회찬에 대하여
말하는 부분도 있으며,
노회찬의 육성이 들어 있는 글도
있다.
그러면,
이런 것을 알려줘야 하지
않을까?
대담은 언제 이루어진 것인지 또 노회찬의 육성은
언제,
어디에서 행한 연설인지 알려주면
좋지 않았을까?
그런 사항들을 알고 글을 읽으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훨씬
빨리,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을
것을,
전혀 그런 보충설명이 없으니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