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수록 다시 보는 서양 조각
100
그때의 아쉬움들
제법 박물관,
미술관을 다녀본
셈이다.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미술품,
조각품들을 찾아 나선 여행이 한두
번이 아니다.
또한 유렵에 머물면서 파리의
루브르,
영국의 대영박물관 등 여러 곳을
다녔다.
전시된 그림,
조각,
그리고
유물들,
시간을 거슬러 현재를 살고 있는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시간이란 참으로
유장(悠長)하다’는 생각을 절로 하게 된다.
그런데 정작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그러한 작품 앞에서 압박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
시간은 그저 한정된
것이라,
절박,
급박하기만
하다.
볼 작품은 아직도 많은데 벌써
문을 닫겠다고 예고하는 방송이 들려오고 있지 않는가.
해서 살아있는 사람에게 시간은
모래시계의 한줌 모래에 불과할 뿐이다.
그러니 어디 작품인들 제대로 볼 수
있었겠는가?
그래서 그런 곳을 다녀오면 항상 더
아쉬워졌다.
조금더
보았으면,
다른 층에는 또 다른 작품이
있었는데,
하는 안타까움
말이다.
이 책으로 조금은
해서 이 책은 그런 아쉬움,
안타까움을 조금이나마 보상받을 수
있는 기회를 담뿍 담아놓았으니,
좋다.
시공간에 전혀 제한을 받지
않으니,
마치 내 것인 것처럼 마음놓고
감상할 수 있다.
서양 조각 100점이다.
책의 판형도 173*230*25mm로 보통의 책보다 크다.
널찍하다.
거기에 인쇄술의 발달로 색채감 또한 현장 그대로인
듯하다.
해서 현장에서 보지 못했던,
느끼지 못한 감각의 향연을 제대로
맛보고 있다.
현장에서 시간에 쫓겨,
또한 밀리는 사람들 사이로 몇 초
정도 보았을 작품들을 이 책에서는 그야말로 마음 놓고,
마치 3D
화면을 보듯 방향도
이리저리,
또한 가깝게 멀리 찍은 사진들로
감상할 수 있으니,
이런 호사가 어디
있을까?
게다가 전문가인 저자 두 분의 해설을 읽으면서 작품을 감상하게
되니,
이어폰으로 해설을 청취하면서 작품
앞에 서있는 듯하다.
소인국에서 걸리버가 된
듯
또한 내가 서 있을 위치,
즉 시선도 책에서는 편리하기 이를
데 없다.
등신대(等身大)
작품 앞에서야 내
키로,
내 눈으로 감상이
가능하지만,
몇 배 크기의 작품 앞에서는 그저
발바닥과 정강이를 자세히 보고,
나머지 부분은 올려다보다가 뻐근한
목만 부여잡고 돌아다니지 않았던가.
이 책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된다.
마치 소인국에 온 걸리버처럼 내가
마음대로 내려다 보고, 올려다 볼
수도 있다.
그러니 작품 저 멀리 한켠에
숨어있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시공간을 초월한다
또한 일껏 찾아갔더니,
문을 열지 않아서 보지 못한
작품들,
또 수리 중이라 가림막을 해
놓아 보지 못한 건축물들도 여기서는 마음껏 볼 수
있다.
쾰른 대성당이 그런 경우다.
벼르고 벼르다 시간을 내서 독일로
쾰른을 찾아갔더니,
이게 웬일?
쾰른 대성당은 거대한 가림막으로
그 모습을 반이나 가리고 있었다.
그런 대성당을 이 책에서는 스테인드글라스도 볼 수
있고,
(241쪽)
라인강이 흐르는 호엔촐레른 철교 너머로 자리잡고 있는 대성당도 볼 수
있네.(238쪽)
해서 그때로 돌아가,
가림막을 걷어내고 볼 수 있으니
이 책은 시공간을 넘나드는 신기 그 자체인 것이다.
비너스는 모두 몇
명?
또한 같은 주제를 가지고 만든 여러 작품도 이 책에서는
한꺼번에,
비교하면서 감상할 수 있다는 점,
해서 ‘미’를 보는 안목을 길러준다.
밀로의 비너스(141쪽)
카피톨리나의 비너스(145쪽)
메디치의 비너스 (148쪽)
릴리의 비너스 (152쪽)
칼리피기안 비너스 (156쪽)
목욕을 마친 비너스 (435쪽)
비너스와 아도니스 (473쪽)
베누스 푸디카 (Venus
Pudica) :
그리스 아르카익기(期)의 비너스 상은 한손으로는 음부를 가리고 다른 한손으로는
앞가슴을 가리고 있는 ‘정숙한 자세’를 취하고 있는 처녀의 모습을 띄고
있다.
이 비너스 상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정숙한 자세’를 베누스 푸디카라고 한다.
(147쪽)
스토리텔링,
조각이 제대로
보인다.
작품마다 숨어있는 스토리가 있다.
작품에 얽힌
이야기,
작가의 숨은 사연들이
무궁무진하다.
이 책에는 두 분의 저자가 100개의 작품마다 모두 스토리를
발굴하여,
소개하고
있다.
그러니 작품에 스토리를 겹쳐 놓으니, 그렇지 않아도 3차원의 조각품인데,
이야기가 덧붙어 마치 종이를 뚫고
조각이 솟아나는 듯,
입체감이 압도적으로
살아난다.
그래도 작품 사진
하나.
대개의 경우 스크롤의 압박을 피하기 위해 리뷰에 사진을 올리지
않지만,
이 책만은 그래도 한 장
올려야겠다.
작품 중 질감을 느낄 수 있는 것으로 한 장
올리니,
손으로 쓰다듬어 보시기
바란다,
느낌이 다를
것이다. <페르세포네의 납치>
부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