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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아리랑 17:20≠1:1.2≠1/1.2=1:2=1/2 - 그는 혼자였습니다
남도현 지음 / 페이퍼르네상스 / 2019년 1월
평점 :
혼자 아리랑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혼자 아리랑』, 철학 만화집이다.
저자는 남도현, 만화를 그리니까 만화가인데, 그렇게만 소개하기는 뭔가 부족하다.
자자는 이번 작품이 두 번째 발표작인데, 내용을 깊게 이해하기 위해 그의 자기소개를 들어보자.
<만화 그리는 남도현입니다. 남들이 글자를 배울 때 저는 낙서를 익혔습니다. 평생 백수로 놀 줄 알았는데 메뚝씨라는 이상한 선생을 만나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지요. 처녀작 『청춘 선언』은 그와 함께한 첫 번째 기록이고, 『혼자 아리랑』은 두 번째 기록입니다. 『청춘 선언』은 젊은 우리들의 노래고, 『혼자 아리랑』은 저만의 노래입니다. 더는 외롭지 않기 위해, 철저하게, 외롭고자 했습니다. 제가 겪어낸 고독이 낱개로 살 수밖에 없는 우리의 스산함을 녹여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의 내용은?
저자는 이 책의 내용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시골에서 독립적인 주체로 살아가기 위한 작은 투쟁의 기록이다.> (10쪽)
그런 기록인데, 어떤 내용일까?
그가 홀로 지내는 시간의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사, 만화, 노동, 종교, 공부, 고독, 새벽, 원칙, 스승, 죽음, 사랑.
그가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가 하면, 먼저 이사를 했고 만화를 그린다.
노동에 대해서는, “나의 아버지는 매일 땀과 돈을 교환했으나, 나에게 노동은 전수하지 않으셨다”고 한다.(32쪽) 종교에서는 스스로를 종교적 인간이 아니다, 라고 선언한다.
그렇게 저자는 본인의 생활을 그림으로 그려낸다. 그림으로 시간을 형상화하는 작업을 하는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그는 모든 시간에 철학자를 초대한다.
그가 초대한 철학자는 모두 11명, 저자는 매 시간마다 철학자의 발언을 떠올리며 생활에 적용한다,
1 이사 - 김영민
2 만화 - 존 러스킨
3 노동 - 칼 맑스
4 종교 - 프로이트
5 공부 - 에릭 호퍼
6 고독 - 롤랑 바르트
7 새벽 - 니체
8 원칙 - 푸코
9 스승 - 까뮈
10 죽음 - 보부아르
11 사랑 - 앙드레 고르
특히 저자는 자기의 생활에 독자들이 공감, 또는 참여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각 그림의 마지막 컷을 질문으로 마감한다. 저자가 독자들에게 보내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1 이사 - 김영민
여러분에게 이사는 어떤 의미인가요?
여러분은 어디로 가고 있나요? (20쪽)
2 만화 - 존 러스킨
만화와 같이, 여러분의 환상에는 무엇이 있나요?
환상이 아닌 현실을 살고 계신가요? (30쪽)
3 노동 - 칼 맑스
여러분에게 노동은 어떤 의미인가요?
나를 직업이 아닌 모습으로 설명한다면, ‘나’는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40쪽)
4 종교 - 프로이트
종교를, 당신은 어떻게 이해하고 있나요?
“신은 죽었다”는 니체의 말을 사유하신 적이 있나요? (50쪽)
5 공부 - 에릭 호퍼
당신의 몸은 피곤한 공부에 지쳐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에게 공부는 과연 무슨 의미일까요? (60쪽)
6 고독 - 롤랑 바르트
외로울 때 여러분은 무엇을 찾나요?
도망가고픈 욕망만을 키우는 건 아닌가요?(70쪽)
7 새벽 -니체
여러분은 밤을 사랑하나요? 새벽을 사랑하나요?
밤의 기운에 취해 선명한 일상을 꾸리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가요? (80쪽)
8 원칙 - 푸코
여러분의 삶에는 어떤 원칙이 있나요?
복잡한 삶을 정리하기 위해 나만의 원칙표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요? (90쪽)
9 스승 - 까뮈
여러분에게 스승은 현재형으로 자리하고 있나요?
혹시 추억의 저 공간에서 신비한 존재로 살고 있는 건 아닌가요? (100쪽)
10 죽음 - 보부아르
혹시 죽음을 상상해 보셨나요? 여러분은 어떻게 죽고 싶은가요?
유한한 생만이 아름다운 꽃이 된다는 사실을 잊고 지내고 있는 건 아닌가요?(110쪽)
11 사랑 - 앙드레 고르
당신은 ‘지금’ 충실히 사랑하고 있나요?
아니면 다른 ‘사랑’을 찾으시나요? (120쪽)
저자가 혼자 살아가면서 생각하는 11가지 주제를 같이 생각하도록 만든 저자의 의도에 전폭적으로 공감한다. 해서 그 질문에 답을 해 가면서 읽었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제목과 함께 이런 수식이 적혀 있다.
<17:20≠1:1.2≠1/1.2=1:2=1/2>
이게 무슨 의미일까?
그 숫자를 제목 옆에 적어 놓았으니 무슨 의미가 있을 법 한데 도저히 감을 못 잡겠다. 등호와 부등호가 계속 이어지는, 보통의 상식으로는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는 고난도의 수학이라, 무슨 고차원적인 의미가 있는 것 아닐까? 다른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데 나만 모르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러니 무슨 뜻인지 저자가 답을 해주면 감사하겠다.
아, 참, 마지막 주제는 사랑이다.
저자는 홀로 있다가 친구와 같이 지내는 시간을 갖게 되는데, 그 주제가 사랑이니 의미심장하다. 바라기는 저자가 ‘매순간 사랑하고자 할 때 일상은 바뀐다. 함께 있기에 추운 겨울도 따뜻하다’고 말한 것처럼 앞날에 따뜻한 날만 계속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