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아름다운 이웃 - 박완서 짧은 소설
박완서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나의 아름다운 이웃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나의 아름다운 이웃, 박완서의 작품집이다

일단 제목이 낯설다. 그간 박완서의 작품집은 모두 다 유명해서 제목만 들으면, 박완서의 책인 줄 아는데, 이 책은 영 낯설다.

 

그래서 혹시 제목에서 박완서를 떠올리지 못해, 이 책의 가치를 알지 못하고 넘어갈까봐, 제목을 이렇게 하면 어떨까? 박완서의 아름다운 이웃들

  

저자는 박완서, 굳이 소개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 당분간은. 아니 영원히 박완서를 소개할 필요는 없으리라 생각하는데 혹시 모르겠다. 박완서를 모르는 세대가 된다면 

 

이 책의 내용은?

  

박완서의 짧은 소설 46편이 실려 있다

어떤 것은 연작으로, 어떤 것은 단회로 끝나는 소설이기에 굳이 처음부터 읽을 필요가 없는 소설집이지만, 박완서니까 처음부터 끝까지 주욱 읽게 된다.

  

처음 시작하는 소설은 <그 때 그 사람>.

 

모든 걸 갖춘 대기업의 아들인 주인공이 결혼상대를 만나기 위해 중매 맞선을 보는 이야기다. 너무 가진 게 많다 보니까, 그래서 일등 신랑감이라 자부하니까 상대 여자들이 시들해 보이고, 결국은 보는 맞선마다 실패를 거듭하게 되는데......드디어 그의 영혼 깊은 곳에 불이 당겨진 걸 깨닫게 되는 순간이 온다. 그를 그렇게 만든 여자는 누구일까? (21) 

 

끝에 실린,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나의 아름다운 이웃>은 이렇게 끝이 난다.

 

<그 여자는 알까? 내가 마음으로부터 그 여자의 건강을 빌면서 손자가 결혼하는 걸 볼 때까지 살고 싶은 내 과욕을 줄여서라도 그 여자의 목숨에 보태고 싶어 하는 마음을.>(390) 

 

이웃에 사는 그 여자, 그 여자의 목숨에 자기의 목숨을 보태 주고 싶은 여자, 그 이웃은 어떤 사람일까 

 

<이사 오는 날이었다. 옆집에 산다는 여자가 인사를 왔다. 나는 반갑고 한편 놀라웠다. 아파트에도 이웃이란 관념이 남아 있다는 게 반가웠고, 그 여자의 미모가 놀라웠다. 중학교 다니는 자녀가 있는 그 여자의 미모는 상당하달 수 없었지만 유달리 착하고 밝은 표정 때문에 눈부시게 느껴졌다. 나는 그런 여자가 내 이웃이라는 게 예기치 않은 행운처럼 즐거웠다.>(387) 

 

이렇게 소개되는 그 여자와 마지막 문장에서의 그 여자, 그 사이에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모두가 짧은 소설이지만, 저자가 말한 것처럼 마치 방 안에 숨어 앉아 창호지에 바늘구멍을 내고 바깥세상을 엿보다가 그 협소한 시야 안에 기막힌 인생의 낌새가 잡힌 한 짜릿한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묘사, 이런 순간 읽어보자. 

 

<여자에 대해 남달리 평등한 생각을 가진 남편이 어째서 남자가 심심하면 바람날 가능성에 대해서만 알았지, 여자도 심심하면 바람날 수도 있으리라고 상상도 하려 들지 않는 걸까? 나는 문득 이상하게 생각한다.>(57 

 

또 모든 걸 가진 사람이 아들 장가보내기 위해 신부감을 찾는데, 이런 생각도 한다

 

<아들 가진 쪽에선 중매결혼 그거참 할 만한 거더라고, 그게 말야, 꼭 돈을 핸드백에 잔뜩 넣고 백화점으로 물건 고르러 다니는 것만큼이나 신이 난다니까. 자네도 알지? 돈 없이 물건 쳐다볼 때 온통 갖고싶은 거 천지다가도 가진 돈이 두둑하면 별안간 안목이 높아지면서 거드름을 피우고 싶어지는 거 말야.>(26) 

 

다시, 이 책은? 

 

박완서는 소시민의 두 가지 갈라진 마음, 그 이율배반적인 성격을 순간 포착하는 식으로 잡아내어 깔끔한 솜씨로 내어 놓는다. 그게 박완서의 짧은 소설을 읽는 즐거움이다. 나 자신도 어느 땐가 저런 마음 가진 적 있다는 것을 유쾌하게 인정하게 되는 즐거움 

 

그래서 박완서는 마치 방 안에 숨어 앉아 창호지에 바늘구멍을 내고 바깥세상을 엿보다가 그 협소한 시야 안에 기막힌 인생의 낌새가 잡힌 한 짜릿한 매력이란 말에 이어서 바늘구멍으로 내다보았음에도 불구하고 멀리, 적어도 이삼십 년은 앞을 내다보았다고 으스대고 싶은 치기를 고백하는데, 그 이삼십년 내다보았다는 말이 딱 맞으니, 더 신기한 노릇이 아닌가? 

 

이래저래, 박완서의 글을 읽는다는 것은 기쁨이요, 즐거움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