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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과 사람과 눈사람
임솔아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6월
평점 :
내가 원하지 않던 눈사람을 어쩔 수 없이 만들어야 하는 고통이라는 것도 그 비열하고 저속하고 기회주의적인 편법의 이면 속에 들어있다는 걸 우리는 핑계 삼을 수밖에 없다.. 그만큼 세상 살아가기가 녹록치 않기 때문이다.. 호수 위에 백조인지 오리인지들은 겉으로 보기엔 우아하고 평온하게 쉬고 있는 듯 보이지만 그 물 속에서는 사정없이 발을 놀려야한다는 걸 사람들은 미처 깨닫지 못한다. 우리는 모두 그 오리와 백조가 되기 위해서 오늘도 원하지 않는 눈사람을 만드는 데 동참하는 건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눈사람은 차라리 녹아없어지는 게 진정코 아름다운 이 세상을 위해 좋은 일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서걱거리는 모래알들이 시간이 흐른 뒤에는 찰지고 단단한 눈으로 승화될 수도 있다는 작가의 의견에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이렇듯 책 한 권을 읽으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조금의 변화가 생김을 감지한다.. 좀 자세히 표현한다면 기존의 부정마인드가 긍정의 마인드로 바뀔 수도 있다는 느낌 같은 거.. 그래서 책이 사람을 만든다는 흔한(?) 표현이 존재하는 건 아닐런지...
처음에는 청운의 푸른 꿈을 갖고 세상의 모든 오염으로부터 나 혼자만은 꿋꿋하고 깨끗하게 삶을 살아가리라 다짐하며 하루하루를 신중하게 살아가려고 노력하지만, 결국엔 높고 험하디 험한 세상의 큰 장벽에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굴복을 하면서 타협에 나서고만다. 살기 위해선 나도 어쩔 수 없이 녹아버리는 눈사람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극장에서 영화를 볼 때,, 주위에 사람들이 영화를 보면서 막 웃으면 나도 따라 웃는다. 그러다가 또 슬픈 장면이 나오면 사람들은 눈시울을 붉히며 찡찡거리고 그러면 나도 따라서 괜히 훌쩍거리는 척(?)한다..
정말 큰 맘먹고 클래식 연주회를 보러갔는데 주위의 사람들이 부라보를 외치면서 환호를 하면 나도 어쩔 수 없이(?) 환성을 지르고 박수를 쳐야만 한다. 솔직히 그러고 싶지 않은데, 결코 감동 따위도 없고 당췌 저 음악이 뭔지도 모르겠는데도 나는 소리를 지르며 난리를 쳐야한다. 그럼 내가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볼까? 그건 바로 내가 이 세상을 온전히 살아가기 위해서이다. 주위에서 열심히 박수를 처대는데 나혼자 감흥이 안 생긴다는 이유로 시큰둥하게 가만히 있는다면 비록 그 솔직함에는 남들이 내게 찬사를 보내줄 지는 몰라도 사회생활은 꽝이 돼버리는 것이다.
잠시나마 현실을 등지고 책 속에서 위로를 받을 수 있다는 것에 자그마한 행복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