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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ㅣ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3
J. D. 샐린저 지음, 이덕형 옮김 / 문예출판사 / 1998년 8월
평점 :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의 설정이 좀 우습다. 주인공인 홀든 콜필드의 나이가 열여섯 살인데,,한국 나이로 치더라도 열여덟살,,그러니까 말그대로 고딩2~3학년 정도의 나이인데 어쩌면 세상 고민 저 혼자 다 짊어진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하는 게 이건 여지없이 애늙은이다. 게다가 이 자식이 몇살부터 담배를 처피웠다고 그 나이에 벌써부터 좀 뛰기만해도 숨이 가빠오고 폐병인지 폐렴인지 지랄인지를 앓는다는 게, 결국 요양원에서 요양을 해야 할 정도로.... 좀 과장도 심할 뿐더러 꼴값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작가가 그렇게 쓰겠다는데 어쩔 수 없지.
언젠가 한국인이 제일 많이 읽은 고전 1위로 <호밀밭의 파수꾼>이 선정됐다는 기사를 읽으면서 나름 그 이유를 생각해봤는데,, 이 책은 나이 좀 먹은 사람들보다는 청소년층을 비롯한 어린 세대들이 입소문과 귀동냥을 통해서 안 읽으면 안 되는 책인것 처럼, 그러니까 나름 교복 좀 입고 학교를 다녀서 학생처럼 보이는 애들은 꼭 한 번은 읽어야 한다는 책처럼 인식이 된 작품 탓에 한국인이 제일 많이 읽은 고전 1위의 영예를 차지한 게 아닐까 내 꼴리는대로 추측해본다. 게다가 한국사람들은,, 특히 애들일수록 남이 다 하는 짓 나만 못 하면 도저히 참지 못 하는 기질의 애들인지라 이 책의 인기도 그런 심리의 반영이 아닐까 역시 내 꼴리는대로 짐작해본다.
나는 기성세대 중의 한 사람이다. 이 작품 속에 나오는 위선과 가식, 그리고 구역질 나는 짓꺼리를 하는 사람들 중의 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으로서 홀든 콜필드의 후예들에게 몇 마디 해 주고 싶다. "이 놈들아~~ 니들도 나중에 더 커서 사회생활 해봐라. 기성세대가 돼서 세상을 살아보면 니들 역시 위선 가식 거짓 범죄 기타등등 어느 기성세대 못지 않게 행동하게들 될 테니까. 그러니까 한번 살아보라고. 언제나 맑고 투명하고 정의감 있게, 솔직하고 바르게 인생을 살아갈 수 있는지 스스로 알게 될 거다"
얼마 전에 정의당 국회의원 故 노회찬 의원이 유명을 달리 했다. 4000만 원 뇌물을 받고 양심의 가책에 못 이겨 자살로 인생을 마감한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해 못 할 것은 노회찬 의원이 뇌물을 받고 자살을 했는데 무슨 이유인지 그를 추모하는 사람들이 인산인해를 이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이해하지 못할 현상에 대한 원인을 나름대로 생각해봤다. 즉,, 사람들은 노회찬 의원의 4000만 원 뇌물에 대한 팩트보다는 고인이 그 뇌물을 받고 자기자신 가슴 저 맡바닥에 잠재돼 있던 도덕성을 결코 무시할 수 없었기에 그 행동의 발로로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했으리라 추측을 했던 것 같다. 따라서 그 결벽증과 같은 도덕성에 감동을 받아 그토록 많은 추모 행렬이 생겨났으리라는...
내가 여지껏 살아오면서 한국의 공직자들 중에서 뇌물을 먹고 그 수치심으로 자살을 택한 사람들을 거의 보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4억 40억도 아닌 겨우(?) 4천만 원 뇌물을 받고 자살을 한다는 건 이 한국 사회에선 결코 꿈도 꿔보지 않은 일이었는데, 노회찬 의원의 그 도덕성엔 뭐라 할 말이 없고 그저 놀라울 뿐이다. 아울러 만약 노회찬 의원이 젊은 시절에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었다면 그야말로 홀든 콜필드의 진정한 후예로서 손색이 없는 인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은 사람들 중에서 혹시라도 작품의 내용에 백배 공감했거나 무한한 감동을 받은 홀든 콜필드의 후예들에게 주문하고 싶다. 진정한 콜필드의 후예가 되고 싶다면 그 롤모델을 故 노회찬 의원으로 삼아 줄 것을... 이시대의 마지막 양심이요 최후의 보루 같은 존재였던 노회찬 의원 마저 어쩔 수 없이 손을 벌릴 수밖에 없도록 만든 이 살기 어려운 현실, 그리고 썩은 세상을 하루라도 빨리 홀든 콜필드의 진정한 후예들이 바로 잡아 주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