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몫의 사랑을 탕진하고 지금 당신을 만나
장석주 지음 / 마음서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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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여행 그리고 편지>

 

제목이 주는 묘한 느낌이 있다. 사랑이라고 하면 무한의 것을 주어야만 할 것 같은 부담감이 있는데 작가는 자신의 사랑을 탕진했다고 당당히 말한다. 그리고 사랑을 탕진한 후에 당신을 만나러 간다고 하고 있다. 사랑이 유한하다면 그리고 그것을 탕진한 다음에 당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나러 가는 길은 어떤 길일까? 궁금해지지 않는가?

오랜만에 산문집을 읽게 되었는데 제목과 작가에게 거는 기대가 어쩐지 너무 컸나 보다. 제목에서는 사랑에 대한 진한 내음이 묻어나는 듯하다. 당신에 대한 사랑이 구구절절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과 달리 장석주 작가의 글에는 여행을 통한 사색과 고뇌를 당신에게 전달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편지글로 말이다.

 

아마도 작가가 떠나게 된 지구 반대푠의 시드니나 오클랜드는 나에게 주어진 반대 공간에서 무언가를 다시 찾고자 한 마음이 컸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나의 사랑을 탕진했음은 아마도 감정의 소비, 혹은 현실에 무감각해진 자신ㅇ르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그렇게 탕진한 아를 버리고 그리고 떠난 여행, 그곳에서 작가는 다시 당신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여행을 통해 편지를 쓸 때는 여행을 통한 느낌과 사색을 담기 마련이다. 작가 역시 여행 중에 동료들과 느끼게 된 작은 일들을 당신에게 전하기도 하고 불현듯 밀려오는 또 다른 사색의 끈을 당신에게 닿기도 한다. 그렇다면 당신을 과연 누구일까?

매변의 편지마다 '당신 잘 있어요'라고 끝맺으면서 작가는 당신을 찾는다. 처음 읽을 때는 사랑하는 여인이라는 생각도 들었고 조금 읽다 보니 어쩌면 불특정한 누군가를 지칭한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그래서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일 수도 있고 진정 떠난 사람일 수도 있고 앞으로 만날 누군가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당신에게 작가는 부드러운 어조로 자신이 떠난 여행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사색한 것을 담아 편지를 남긴다.

 

오랜만에 아주 감상적인 글을 읽은 것 같다. 좀더 치열하게 사랑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자 한 내게는 다소 밋밋한 이야기로 느껴지기도 했지만 당신이라고 지칭할 수 있는 그 누군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시간을 주기는 했다. 나에게 당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 대상은 누구일까? 만약 내게 주어진 사랑을 탕진했다고 표현한다면 그때의 나는 어떤 상태일까 등등 재미난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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