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장의 온도 - 지극히 소소하지만 너무나도 따스한 이덕무의 위로
이덕무 지음, 한정주 엮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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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에세이스트 이덕무의 글>

 

 

 

 

 

 

이덕무 하면 책만 보는 바보 '간서치'라는 말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아이들과 함께 읽던 동화책 속에 이덕무가 종종 등장하곤 했다. 책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책만 읽는 바보라는 뜻의 '간서치'라는 별명까지 얻은 그였다. 정조 때 서얼 출신으로 총애를 받던 사람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다가 요즘 새롭게 시작하는 역사 공부에서 이덕무가 또다시 등장한다. 당시 과거시험을 보기 힘들었던 서얼출신들을 관직에 등용한 이가 있으니 바로 정조이다. 규장각 검서관으로 발탁되어 정조를 도왔던 수많은 인물 중에 쉽게 그 이름을 찾을 수 있는 이가 이덕무이다. 또한 그가 책을 좋아하고 책을 읽은 만큼 아름답고 솔직한 문장을 남겨 더 그를 많이 기억하게 되는가 보다.

 

 

 

지금의 파고다 공원에 있었던 원각사지10층섭탑이 있다. 이덕무와 벗들이 이 탑을 백탑이라고 부르고 탑 주위에 모여 살아서 이들을 흔히 백탑파라고 부르기도 했답니다 .벗들과의 사소한 만남도 소중했던 이덕무 그는 조선 후기 북학파 답게 조선초기 관념이나 중국식 사고 대신 살아있는 조선의 모습, 삶의 모습을 담아내는 문장을 담아냈다.

 

 

 

-순백의 구름-

맑은 하늘에 떠 있는 한 조각 순백의 구름으로

형암 이덕무의 마음을 분명히 알 수 있으리

                                                              [이목구심서2]

 

 

 

아주 짧은 글이지만 글 속에 담고자 하는 솔직하고 간결한 마음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사람의 마음이 변하는게 보통이지만 그래도 순백의 구름처럼 변하지 않고 치장하지 않은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자 함이다. 가식이나 어려움 미사여구 대신 솔직함과 간결함으로 담아낸 문장이 그가 말하고자 하는 말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하다.

 

 

 

 

 

 

-내 동생 정대-

형이 동생을 안고 업고 있는 모습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문득  속마음이 화평해져 웃음을 머금게 된다  정대의 글 읽는 소리를 한 식경이 지나도록 듣고 있다

                                                               [이목구심서2]

 

 

조선초에는 중국화풍과 시서를 읊는 이들이 많았을 터이나 간서치 이덕무가 살던 때는 많은 변화가 있었으리라. 새로운 것보다 과거의 것을 따라가는 것이 보통인 반면 그는 과거의 것을 그대로 답습하는 대신 가볍다 하더라도 자신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드러내는 글을 택했다 .그가 보여주고자 하는 마음의 온도가 느껴지지 않는가?

 

 

 

꾸밈없이 느끼고 생각하는 바를 미사여구에 의존하지 않고 나타냈기에 이덕무의 문장이 세월을 거슬러 마음에 다가오는 것같다 .책만 읽는 간서치 이덕무에서 이제는 내 마음을 움직이는 솔직한 문장가 이덕무로 기억하게 될 듯하다.  과거의 문장을 접하는게 쉽지 않는데 반가운 경험이 되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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