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영휴
사토 쇼고 지음, 서혜영 옮김 / 해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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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한 구조 속의 삶과 죽음을 반복하는 사랑>

 

 
 

현대  사회에서 사랑이라는 말이 너무 가볍게 쓰인다고 누군가 말했던 거 같다. 사랑해도 눈빛으로 주고받던 예전과는 달리 지금은 많이 표현하면서 사는 시대이다. 그러나 사랑해도 표현하지 못하는 혹은 원치않는 이별때문에 가슴이 아리는 경우도 있지 않겠는가? 누군가 당신을 너무도 사랑해 삶과 죽음을 거듭하면서 다른 모습으로라도 당신을 찾아온다면 당신은 받아들일 수 있을까?

 

<달의 영휴>는 책을 읽기도 전에 나에게 두 가지 숙제를 하게 만들었다. 우선은 영휴라는 어려운 단어가 무엇인지 사전을 찾게 만든 것이고 또 하나는 나오키상이 어떤 상인지 알아보도록 한 일이다. 영휴라는 말은 달이 차고 기우는 것을 의미하고 나오키상은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통속소설에 주는 상이라고 한다. 문단에서 따지는 무거운 의미를 뒤로 하고 대중이 선택한 올해의 작품이 되었다는 사토 쇼고의 <달의 영휴> 독창적인 구성과 섬세한 필력때문에 문단의 유명한 작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은 작품이라는데서 기대를 갖게 만든 작품이다.

 

이야기의 시작은 15년 전 교통사고로 딸과 아내를 동시에 잃은 한 남성이 어떤 모녀를 만나게 되면서 시작된다. 7살 소녀는 자신의 딸과 같은 이름인 루리. 어린 아이답지 않은 말투와 잠깐의 대화를 통해서 이미 오래전부터 이 남자를 알고 있는 듯한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루리의 이야기속으로 빨려 들어가게 된다.

 

목차를 보면서 갖게 된 황당함은 이야기 구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문장도 단어도 없이 숫자로 나열된 5개의 장과 13개의 에피소드. 이야기는 남자와 리오가 만난 오전 11시부터 고작 2시간이 지난 시간의 흐름을 따라간다. 그러나 이야기는 그보다 훨씬 더 깊숙한 누군가의 과거의 과거의 과거속을 자꾸 거닐게 만든다. 바로 이런 점이 이 소설의 가장 큰 매력이고 특이한 점이라고 하겠다.

환생을 통한 이야기는 영화나 소설 속에 많이 있다. 이 작품 역시 환새을 다루고 있지만 거듭된 환생 그리고 그 속에 잠재된 사랑하는 이를 알아보는 비밀스러운 약속과 표식. 이런 과정을 거치면서 함께하게 되는 주변인들의 이야기까지 함께 자리하고 있다.

 

20살의 청년 미스미와 27살의 유부녀 루리. 사랑하는 미스미를 향해 "달이 차고 기우는 것처럼 삶과 죽음을 통해서 늘 당신에게 나타나겠다"는 그 말이 사실이 되어 가는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런 과정속에서 누가 누구인지 혼란스럽기도 하고 환생을 거듭하는 모습에 당황하게도 되는데 그렇기에 더 집중되는 면도 있는 작품이다. 등장인물이 하는 대사 하나하나에 의미가 담겨있어 그냥 흘리기 아쉬워진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만남을 담은 이야기이지만 구성은 미스터리  형식이라고 해야할까? 사랑을 풀어가는 방식에 기묘함도 함께 녹아있는 특이한 작품이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한 독특한 방식때문에 단순한 사랑소설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묘한 매력이 있는 작품이다. 오랜동안 묵혔던 작가만의 고민이 소설 곳곳에 담아있는 듯하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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