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은 깊은 곳
고은.김형수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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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대담집-고은 깊은 곳>

 

 

 

한국에서 노벨 문학상을 받을 인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사람은 고은 시인이었다. 그러나 한국사람들의 바람과는 달리 노벨상과의 인연은 깊지 않은 듯하다. 어제 2017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가즈오 이시구로라는 작가가 선정되었고 고은과 김형수의 대담집인 <고은 깊은 곳>을 읽으면서 마음 한편에 아쉬움이 남았다.

 

 

 

한국인이 사랑하는 시인 고은이라고 하지만 정작 고은의 시를 알고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나 역시 고은시인의 이름은 알지만 그의 시 세계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턱없이 부족한 사람이다. 몇 해 전에 군산에 가서 여러 유적지를 보면서 우리나라에 유일하게 남아있는 일본식 사찰이라고 하는 동국사를 가면서 길에 걸려있는 고은 시를 보았던 기억이 난다. 군산태생의 고은  시인, 그리고 불가에 귀의하기도 했던 시인이 바로 고은이다. 고은 시인의 시가 아닌 그이 대담집을 읽는다는 건 내게는 다소 낯선 일이었다.

 

 

 

소설과 김형수와 시인 고은의 대담집인 <고은 깊은 곳>은 계간 <아시아>의 요청으로 진행되었는데 목차를 살피니 한 번의 대담이 아닌 한 해를 거쳐 나눈 대담집이었다. 2016년 봄을 시작으로 가을과 겨울그리고 다시 2017년 봄까지 총 4번의 대담이 실려있고 한구작가회의 40주년 회고담으로 2014년 7월의 대담도 마지막에 실려있다.

 

 

 

고은이라는 시인의 사적인 역사를 통해서 현대사를 간접경험하는 느낌이었다. 1933년 군산에서 태어난 고은은 10대의 청소년기를 억압된 환경에서 보내야했다. 보통사람은 나라를 빼앗긴에 방점을 찍겠지만 고은에게는 시어를 빼앗긴이라는데 방점이 찍힌다는 것이 특이했다. 그에게 1945년 광복은 정치적 해방이날 민족의 해방이라기 보다는 모국어 해방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시인에게 있어서 시어는 표현할 수 있는 최고의 수단이자 무기이다. 모국어를 사용할 수 없었던 그 때는 그에게 시를 표현할 수 없는 암울한 청소년기였는지도 모르겠다.

 

 

 

시인에게 시는 삶이자 인생이며 모든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80 넘은 노시인에게는 듣는 말은 비수처럼 가슴에 콕콕 와서 박히는 살아있는 그것이었다.

 

 

 

....나에게 시를 빼앗으면 나는 뱀 허물이고, 거미줄에 걸린 죽은 풍뎅이 껍질이지.....본문 중

 

 

 

자신의 인생에 대한 기억 보따리를 하나씩 풀어놓는데 모든 것은 시와 연결되어 있는 그의 삶이었다. 5살 집을 삼키던 불에 대한 생생한 기억은 마치 거짓말처럼 생생하게 표현되는데 그만큼 그에게 각인된 영상화의 한 장면이고 표현이었다. 이상하게도 불과 그의 시는 얽혀있는 지점들이 있다. 고은 시인의 최초 시집이랄 수 있는 <불나비>가 불에 소실되고 다음 해에 출간된 <피안감성>이 사실은 두번째 소설집이라는 말도 그러하다.

 

 

 

시인이 전 생을 통해서 시에 대해서 하는 이야기, 그리고 그의 사적인 인생을 통해서 공적인 역사의 맥을 집어가는 느낌이 드는 대담이었다. 김형수 소설가의 말처럼 고은 시인의 사적인 기록이 집단의 역사가 되는 마법같은 시간이기도 했다.

 

 

 

사실 고은 시인의 시선을 제대로 읽어본 적인 없는 나로써는 대담집을 읽으면서 참 부끄럽고 껄끄러웠다. 그의 이야기를 먼저 들은 다음에 시를 읽고 끼워맞추면서 아는 척 하지는 말아야겠다고 다짐을 하면서 말이다. 노벨 문학상 그게 뭐 그리 중요한다. 세계인의 인정을 받기 전에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그의 시와 그의 인생이 좀더 가깝게 전해지는게 먼저였으면 좋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솔직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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