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품격을 높이는 길위의 인문학]
여행이라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가장 먼저 일상을 벗어나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작은 열망에서 여행은 시작된다. 그렇게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즐기다 보면 그 다음에는 좋은 곳을 보고 맛난 것을 먹기 위한 즐기는 여행이 시작된다. 여행 그렇게 즐기고 웃고 사진을 찍다가도
못내 아쉬운 것이 있다. 여행을 통해 그 지역의 특색이나 먹거리 외에도 숨어 있는 역사나 문화에 대해서도 담아 오면 훨씬 더 뜻깊은 여행이
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마지막의 요소를 담고자 하는 바람이 높은 편이다.

그동안 읽었던 책이 주로 여행을 가기 위한 여행안내서, 혹은 여행을 통한 여행수필이 많았던 게 사실이다. 이번에 읽은 [여행의 품격]은
그동안 내가 꿈꾸었던 여행에서 아쉬웠던 길에 대한 문화와 사람들의 이야기, 역사가 얽힌 이야기가 담겨 있다. 책을 읽고 나면 정말 여행의 품격이
걸맞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저자는 조선일보의 여행전문기자로 오랫동안 활동했다. 사실 개인적으로 신문사의 문화란에서 가장 많은 정보를 얻는다고 생각했던 조선일보이기에
여행에 대해서도 많은 곳을 보고 쓰고 다녔겠구나 싶었다. 재미난 것이 여행가, 작가, 사진가는 알겠는데 몽상가라고 칭하는 점이 색달랐다.
몽상가. 어떤 꿈을 그리면서 살고 있는 분일까 작가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그의 여행에 동참하게 된다.

특히 책에서 첫부분에 담은 사계절의 사진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사진이 아름다웠고 그 계절에 농부는 씨를 뿌리고 비를 맞고
들판을 거닐고 숲으로 가지만 여행가는 사계절 내내 여행을 한다. 미소짓게 되지 않는가?
길위의 인문학이라는 도서관의 인문학 기행에 종종 동참하던 나로써는 그의 여행의 품격이 또 다른 길위의 인문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다닌 여행지에 대한 사진과 글이 있고 그 위에 누구에게서도 듣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와 역사가 담겨 있기때문이다.

서울 사람이기에 목차를 보고 17번째 북촌의 이야기를 가장 먼저 찾아봤다. 북촌을 가면 늘 외국인들로 북쩍이고 데이트하는 연인들로
가득하다. 주말에는 걷기조차 힘든 글이 바로 북촌의 길이다. 북촌의 한옥마을 보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한옥의 모습을 이곳에서 찾고
진실이라고 여기는데 안타까움이 있었다. 북촌의 한옥은 분명 한국 전통한옥이 아니다. 일본인들의 부동산 투자에 맞서 세운 근대식 한옥이라는 정도만
알고 있었는데 책에서 북촌한옥마을의 창시자라고 할 수 있는 정세권의 이야기를 처음 들었다. 일본인들에게 쪼개져서 팔리는 마을을 살리기 위해서
지금의 북촌을 사들여 근대식 한옥을 지었다는 이야기부터 북촌의 조선어학회 회관도 그가 지었다는 걸 처음 알았다. 늘 지나치고 읽으면서도 몰랐는데
이제 분명하게 그의 이름 석자를 기억하게 되었으니 얼마나 고마운 일인지 모르겠다.

사람사는 이야기가 땅의 역사, 풍경을 담은 여행의 품격, 정말 여행의 품격을 높여주는 의미있는 책으로 손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