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암의 루트를 따라 떠나는 답사 여행>
학창시절 누구나 연암 박지원의 작품을 읽을 기회가 있다. <허생전>이나 <호질>
같은 작품은 어린이들의 동화책에서도 자주 찾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연암 박지원의 이러한 작품이 실린 책이 바로 <열하일기>이다.
<열하일기>는 기행문이면서 동시에 당시 세태를 꼬집는 문학작품도 함께 실린 작품집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한동안 어른들을 위한 열하일기가 선풍적인 인기를 끈 적이 있는데 <열하일기>를 읽는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가 않다. 작품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과 읽고 이해하는 것에는 분명 차이가 있는 듯하다.
아무리 좋아도 읽지 않으면 보물이 되지 못하는 법이기에 좀더 쉽게 만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는데 이번에 <청소년을 위한 연암 답사 프로젝트>라는 책이 나와서 너무 반가웠다.
우선 이 책에 대해서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연암 박지원의 <열하일기>를 청소년들이 읽기
쉽게 풀어쓴 책이 아니다. 그대로 쓴 책이 아니라 연암의 루트를 따라서 답사를 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니 연암을 따라 청소년들과 함께 그 길을 걷는다고 하면 좋겠다.
어떻게 하면 열하일기를 좀더 잘 이해시킬까 하는 고민을 했던 저자의 약력이 그 마음을 이해하게
한다. 고등학교 국어교사인 저자였기에 아이들에게 어떻게 하면 더 잘 전달할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고 여러차례를 현장 답사를 통해 아이들과
실제적인 루트를 따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 한마디로 교과서 속의 교육이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보고 배우는 답사를 제대로 했다고 하겠다.

재미난 것은 이 책을 보면서 연암 박지원이 정조 시대에 뛰어난 인물이었지만 열하일기에도 작은
오류가 있었다는 사실이다. 사실 오류가 있었다는 것을 발견한 작가가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이러한 발견은 그만큼 열하일기에 대한 상당한 연구를
했다는 이야기도 될 것이다.
연암은 당시에 가지 못했지만 오늘날에는 가볼 수 있는 장소도 있다. 그러한 장소를 더 흥미롭게
소개하는 저자의 상기된 표정이 책속에 역력하게 드러난다.
만변 연암을 갔지만 지금은 가지 못하는 곳도 있다. 북한과의 왕래가 없는 한 가볼 수 없는 장소가
되어버린 곳에 대한 아쉬움이 무척 크다.

한곳씩 답사를 마칠 때마다 '답사를 위한 마침표'라는 코너를 통해서 답사한 장소를 열하일기에서
찾아본다거나 혹은 제시어를 주고 열하일기에서 찾기 등의 재미난 활동이 마음에 든다. 물론 답사 포인트도 직접 답사를 떠난 사람들, 책을 읽으면서
간접 답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흥미를 유발시킨다.

책속의 부록이라고 할 수 있는 연암의 연경, 북경, 열하 답사 지도도 들어있다. 책을 읽으면서
지금 어디를 가고 있는지 어디로 이동하는지 함께 보면서 따라가는 길을 그려보는 것도 좋겠다. 200년이 지난 지금 열하일기를 들고 답사를 해도
불편하지 않을 만큼 정확한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 다시 한번 놀랄 뿐이다. 꼼꼼한 연암의 메모 습관과 노력 때문에 당대 청나라를 연구하는
중요한 자료로까지 쓰인다는 열하일기의 우수성을 우리만 너무 모르는게 아닌가 싶다. 아이들과 물음표와 느낌표를 안고 답사를 떠나는 프로젝트 정말
마음에 든다.
작가의 다음 작품은 '청소년을 위한 항일독립두쟁사'라고 한다. 이 작품 역시 출간될 날을 손꼽아
기다리게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