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얀 거짓말 ㅣ 라임 청소년 문학 22
재스민 왈가 지음, 김지애 옮김 / 라임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그래도 인생은 살만하단다>
멀고 먼 길을 돌아온다. 그것이 인생에서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닐까?
문득 이 소설을 읽고 나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매번 어려움 없이 정해진 탄탄한 길로 나아가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때로는 제 자식이 험한
길로 가는 게 두려워 길을 닦아 놓고 꽃길만 밟게 하는 못난 부모도 있다. 그렇지만 역시 인생은 남이 살아주는게 아니라 자신이 살아가는
길..그래서 그 길이 모나고 때로는 멀리 돌아가더라도 제 스스로 밟고 가야 하는 길이 정답인 거 같다.
하얀 거짓말 속에 두 소년과 소녀가 서 있다. 라임에서 나오는 요즘 청소년 소설의 표지 속의 주인공들은 흡사 만화책속의 주인공처럼 너무도
이쁘게 그려져 있어서 확 눈에 뜨인다. 여하튼 너무도 아름다운 두 소년소녀의 만남 속에 하얀 거짓말이 존재한단다. 하얀거짓말이라 하면 좋은
거짓말?이라고 해석해야 하나? 선의의 거짓말을 보통 하얀 거짓말이라고 표현하는데 두려움이 따른다. 좋고 나쁨에는 역시 주관이 따르기 때문이다.
역시나 소년과 소녀의 만남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소녀 아이셀과 소년 로만은 동반 자살 사이트를 통해서 만난 사이다. 동반
자살이라니...섬뜩했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자살 비율이 높아서 그런지 더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동반자살을 꿈꾸는 아이들에게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을까?
아이셀은 이혼하고 새 가정을 꾸린 엄마와 함께 살고 있다. 이전에는 아빠와 살았지만 말이다. 그러나 아빠가 가게를 하면서 물건을 가지고
장난치는 아이들에게 충동적으로 휘두른 방망이에 한 아이가 죽게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일로 인해 아빠는 감옥에 가고 아이셀은 엄마와 함께 살게
된다. 그러나 아이셀은 자신에게 아빠처럼 살인자의 피가 흐를지도 모른다는 생각, 엄마의 행복한 가정에 이방인이 되어서 불행을 가져다 줄 지
모른다는 생각에 스스로 소멸하고자 한다. 로만 역시 여자친구와 시간을 보내고 싶어서 경기를 일으킬 위험이 있는 동생을 방치한 결과 어린 동생이
욕실에서 익사하는 사고를 겪게 된다. 이로 인해 로만 역시 타인과의 모든 관계를 끊고 칩거하면서 자살을 꿈꾸는 소년이다.
이렇게 서로의 삶이 가치가 없다고 느끼는 두 소년 소녀가 만나게 된 것이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자신이다. 자신이 가치없는 생각을
한다는 것도 결국 자신의 생각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신의 생각에만 갖혀 있던 두 아이가 서로를 만나서 함께 자살을 하고자 하면서도 상대방의 삶에
관심을 갖게 된다. 그게 바로 이 소설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닌가 싶다. 서로의 삶을 엿보면서 서로에게 "너는 살만한 가치가 있는
아이가"라고 느끼고 말해주고 싶다는 것.
읽는 순간만다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다. 주인공인 아이셀의 마음의 변화는 알겠는데 로만의 마음이 항상 불안하고 의심스러웠다. 혹시나 나쁜
생각을 하고 혼자 일을 저지르지나 않을까 하는...마지막 순간 로만을 죽음에서 구해준 아이셀. 그리고 모든 사람이 자신을 싫어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다는 것, 결국 자신만의 생각으로 스스로를 가둬두고 살았다는 걸 알게 된다. 결국 이 어린 친구들에게도 인생은
살만한 가치가 있다는 진실을 알려줄 수 있어서 다행이다.
결코 쉽지 않은 주제인 동반자살을 소재로 다룬 책을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라임에서 나오는 청소년 소설은 늘 사회 한 구석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중요한 주제를 이끌어서 생각하도록 해주는 것 같다. 이번 책도 자신의 생각에 민감하고 몰입하기 쉬운 청소년들이 읽으면 좋을 책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