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유창성의 비밀>
방송에서 자주 보던 외국어에 능통한 조승연의 책으로 만나게 된 <플루언트-영어 유창성의 비밀>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
영어 뿐 아니라 프랑스어, 이탈리어에 능통하고 독일어, 라틴어도 가능하고 한문과 중국어까지 배우고 있다는 대단한 언어능통자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어떻게 하면 이렇게 많은 언어를 잘 하게 되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은 세계문화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니 이제는 언어를 넘어 문화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는 것도 눈에 뜨인다.
영어, 학창시절 중고등학교. 대학교만 해도 10년을 공부하고도 입을 떼지 못하는 사람도 수두룩하고 오늘날에는 유치원부터 영어를 시작하니 그
시작은 빨라지고 과정은 더 길어진 것이다. 영어를 배우기 위해서는 영어학원을 다니지 않으면 안된다는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매한가지인 것 같다.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는 문법 위주의 영어이고 우리가 테스트 하는 대다수의 영어는 그러한 문법 구조에 갇혀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마디로 재미없게
배우면서 익히는 외국어가 되는 셈이다. 그런데 가만 생각해보면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사람이나 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에 이유가
있으리라. 조승연이 그 궁금증을 책에서 풀어주고 있다.
가장 먼저 식민지시대의 영어관에서 벗어나라고 말하고 있다. 앞서가는 나라의 것을 배우기 위한 것보다는 이제는 나를 표현하고 소통하기 위한
글로벌적 관점에서 영어를 배우라고 말한다. 단어를 무진장 외우면 그래도 소통은 되겠지 하는 식의 방법이 아니라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고 스타일대로
말하기 위해서 영어를 배우라고 한다. 그렇다면 영어를 그렇게 배우는데도 왜 안되는 걸까?
가장 큰 문제점으로는 역시 언어의 틀에 갇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가 가장 먼저 배우는 문법의 틀, 그리고 단어의 틀, 발음의 틀.
그러나 정작 중요한 것은 문법에 맞는가 안맞는가는 언어 소통에서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한다. 발음 역시 마찬가지이다. 오히려 상대방의 문화나
방식을 이해하지 못하면 문법에 맞게 이야기를 해도 대화가 되지 않음을 지적하고 있다. 흑인들이 곧잘 하는 농담을 진담으로 받아들여 소통이 되지
않았던 일화가 인상깊었다.
그렇듯 말하기에 중요한 것은 단어의 표면적인 뜻이나 발음이나 문법이 아닌 것이다. 그 나라 사람들의 생각하는 방식이나 문화나 습관을
이해해야 대화가 제대로 되고 의사소통이 원활하다는 것이다. 영어와 우리만의 어순이 달라서 힘든 것도 있지만 가치관이 다르고 생각하는 방식이
달라서 생기는 장벽이 또한 크다고 한다. 우리나라는 '우리'라는 관점에서 늘 이야기하는 데 익숙하지만 서양은 '나'의 입장에서 이야기하기 때문에
표현 방식이 다르게 된다고 한다. 또한 우리는 큰 것에서 작은 것으로 생각하지만 서양에서는 나와 관련된 작은 것에서 큰 것으로 확장된다고 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주소를 말하는 방식을 생각하면 되겠다.
영어를 잘 하는 방법을 이야기 할 때 문법의 가장 중요한 것을 이야기하거나 하루에 얼마큼 공부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 조승연은 그
나라의 문화를 배우라고 말하는게 가장 인상적이었다. 단어를 하루에 50개씩 외우는 것보다 영미권 드라마를 한 편보고 영화를 한편 보고 혹은
원서를 보는 것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영어를 잘 하는 것과 영어시험을 잘 보는 건 확실히 다른 것 같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얼마전 한강의 소설이 멘부커 상을 동양 최초로 수상을 했는데 당시 소설가보다 번역가였던 데보라 스미스에게 관심이 갔다.
단순히 언어적인 번역이 아닌 인간에 대한 이해, 문화에 대한 이해를 동반한 번역이 살아있는 번역이 된다는 것을 보여준게 아닌가 싶다. 언어를 잘
한다는 것은 앵무새처럼 말하기를 잘 하는 것과는 다른 것 같다. 그 나라의 문화와 관습에 대한 이해를 동반하면 진정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언어소통자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