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한 밤의 눈 - 제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박주영 지음 / 다산책방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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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다른 구조의 혼불수상작>

 

전주의 한옥마을에 가면 꼭 들러보게 되는 곳이 있다. 물론 전동성당이나 경기전도 들리게 되지만 바로 근처에 있는 최명희 문학관이다. 혼불문학관이 남원에 있는데 비해 최명희 문학관은 사람들이 많이 드나드는 전주한옥마을에 있어서 쉽사리 찾아볼 수 있는 것이 참 좋다.

 

그렇게 전주를 가면 들리게 되는 최명희 문학관처럼 해마다 혼불문학상으로 만나게 되는 새로운 작품들이 있다. 그동안 다산에서 나온 혼불문학상 가운데 비밀정원과 나라없는 나라를 만났었고 이번에는 6회 수상작으로 <고요한 밤의 눈>을 만나게 되었다. 

 

표지부터 심상치가 않다. 눈에 뜨이는 파란 단색의 표지에 눈에 잘 뜨이지 않는 톤으로 여러사람들의 모습이 보인다.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사람들, 자신의 정체를 드러내지 않으려는 듯 하기도 하고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오히려 실체처럼 보이기도 하는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고요한 밤의 눈>그동안 읽었던 혼불의 작품들에서 찾아보지 못한 새로운 구조로 쓰여진 책이다. 자신이 누군지 드러내지 않는 사람들, 우리는 이들을 스파이라고 불러야 한다. 스파이들의 의식과 씨실과 날실처럼 얽혀 있는 구조를 통해서 사람들간의 관계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소설에 들장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름이 없다. 15년간의 기억을 잃은 남자 X, 그의 대한 동창으로 접근하면서 그의 의식의 빈곳에 스며들어 그를 움직이는 역할을 하는 Y,Y를 이용해서 X를 움직이게 하면서 총괄지휘를 하고 있는 중간 보스 B, 빈곤한 소설가로 침체기에 빠져있는 Z, 쌍둥이 언니가 실종되자 언니의 빈자리에서 언니 역할을 하고 있는 동생 D, 이들은 모두 스파이다. 누군가의 명령으로 누군가를 감시하고 또 다른 누군가에 의해서 자신이 감시당하기도 하고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고 Y에 의해서 움직이는 X의 의식의 흐름을 가장 많이 따라가게 되지만 읽는 내내 불안하고 혼동스럽다. 그것은 이들이 느끼고 있는 감정선이 그러하기 때문이 아닐까? 현대사회에서 열심히 살기는 하지만 무엇에 의해서 조직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는 자아가 상실된 듯한 느낌을 갖고 있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이 투영되는 것 같기도 하다. 스토리가 있다기 보다는 누군가의 뒤를 따라가다보면 그 기양기 속에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이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서로 얽혀 있는 구조 속에서 필요한 것은 역할보다는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것이 돌아가기는 하지만 새로운 세상이 필요함을 꿈꾸는 이들에게 마치 고요한 밤의 눈처럼 소리없이 그러나 변화를 바라는 마음이 작품에 담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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