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시볼
브래들리 소머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단 4초에 벌어지는 기적같은 이야기>

 

표지의 그림이 너무 매력적이라서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을 오랜만에 만난 거 같다. 피시볼이라고 하면 어향을 뜻하는데 표지 속의 금붕어가 헤엄치고 있는 어항은 묘하게 아파트를 담고 있다. 피시볼에 아파트가 담긴 건지 아니면 피시볼을 통해서 아파트를 보게 되는건지 나름대로의 상상을 해보면서 책장을 폈다.

 

목차를 보면서부터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55라는 챕터의 수도 그렇지만 챕터에 달린 제목이 정말 특이하고 길었기 때문이다. 챕터의 단적인 이야기, 혹은 어떤 상황을 문장으로 나타내는 듯해서 목차만 읽어도 뭔가 이야기가 될 것 같은 묘한 분위기였다.

 

 

 챕터1이 가장 인상적이다. '인생의 본질과 그 밖의 모든 것이 밝혀지다'. 인생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상자가 있다. 바로 그 상자는 종이에 글씨를 써 모은 상자도 아니고 바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1976년에 지어진 세빌 온 록시라는 아파트를 뜻한다. 이 아파트에 인생의 모든 것이 들어 있다는 것을 말하기 전에 우리는 이 아파트 27층 베란다의 피시볼에 살고 있는 금붕어 이언의 추락소식부터 접하게 된다. 27층에서 1층까지 추락하는데 고작 4초라는 시간밖에 걸리지 않지만 이언이 탈출을 감행하기 시작한 때로부터 30분 가량 이전에 시작된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확인을 받고자 인생과 그 밖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상자인 '세빌 온 록시'로 향하는 여인이 있다. 케이티는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인 코너에게 무언가 확인하고자 아파트로 향한다. 사랑? 그것만은 원한는 케이티가 알게 된 것은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엄청난 바람둥이라는 사실이다. 케이티는 사랑대신 이별을 택하게 되고 오히려 바람둥이는 육체만 탐닉하던 여러 여자와의 만남 속에서 진정한 사랑을 케이티라고 확신하는 순간 이별을 맞게 된다. 이 두 사람과 주변 여자들이 얽히는 과정에서 자신의 속내와 감정을 담아내는 표현들이 재미있게 펼쳐진다.

 

아파트에는 케이티 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왕따를 당해서 하는 수 없이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는 소년이 동거남의 아이를 임신해서 혼자 아이를 낳아야 하는 긴박한 상황을 맞게 되어 아파트  자신의 집에만 박혀 사는 은둔형 칩거녀의 집 문을 두드리면서 세 사람이 함께 만나게 되는 설정은 또 어떤가? 아이는? 기막히게도 119에 전화를 걸어서 도움을 받게 되는 상황이라니~또한 전화통화를 하게 되는 사람 역시 아파트의 인물과 연관성을 갖고 있어서 인연이라는 단어를 툭 하고 내뱉게 된다. 이 외에도 아름다움을 추구해서 여장을 하는 남자와 기다리는 사람이 없어 외로움에 줄기장창 일만 하는 아파트 수리공의 만남은 또 어떠한가?

 

이별을 생각하는 그 순간 새로운 생명의 탄생과 또 다른 만남과 사랑이 시작되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마치 모든 것이 수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듯이 알 수 없는 인연으로 모든 것이 얽히면서 돌아간다. 그래서 세빌 온 록시라는 아파트를 '인생과 그 밖의 모든 것을 담고 있는 상자'라고 한 표현에 수긍을 하게 된다.

 

금붕어 이언이 27층 아파트에서 추락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고작 4초, 이언에게 가장 짜릿하고 중요한 순간이듯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중요한 인생이 한데 어우러지는 관계를 보면서 4초만에 벌어지는 기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인생은 길고 긴 듯하지만 모든 것은 순간의 연속, 그리고 그 순간이 모여서 결국 인생이 되니 말이다. 이런 인생의 기적을 보여준 금붕어 이언이 기억하는 것은 찰나. 자신이 자유를 향해 탈출=추락 하고 있다는 사실만 기억하고 있음에도 그 순간이 얼마나 짜릿할까? 마지막 이언이 추락지점이 어딘가를 알게 되면 배꼽을 잡고 웃게 되지만 그렇기에 인생이지 싶은 생각마져 든다. 처음 알게 된 작가 브래들리 소머의 기발한 생각으로 펼쳐진 피시볼, 정말 매력적인 소설이 아닐 수 없다.

 

 

책장의 마지막 장에서 예전에 보았던 독자 엽서를 발견했다. 예전에는 이런 엽서를 적어서 출판사로 보내기도 했는데 지금은 sns등 매체의 발달로 이런 건 쏙 들어간지 오래다. 그런데 다시금 만나니 반갑기도 하고 글자 책의 서정이 다시금 느껴진다. 그래서 피시볼 속에 담긴 요 옆서도 한컷 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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