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뺑덕의 눈물 - 대한민국 스토리 공모대전 우수상 수상작 ㅣ 시공 청소년 문학
정해왕 지음 / 시공사 / 2016년 3월
평점 :
품절
<효심이 아닌 사랑이야기로 새로 태어난 고전>
모든 이야기에는 주인공이 있고 주변인이 있다. 우리는 대개 주인공에 모든 관심을 갖고 주인공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분석하고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그러나 이야기는 주인공만으로 전개될 수는 없다. 주인공과 대립되는 인물이 있는가 하면 혹은 주변인물로 아주 간단하게 치부되는 인물도
있다. 잠깐 관심을 가질 수는 있지만 역시 모든 관심은 주인공의 입장에서 전개되고 생각된다.
한동안 명작을 비틀어서 재해석한 작품이 유행처럼 번진적이 있었다. 주인공에 대한 재해석인 작품이 많았던 걸로 기억한다. 얼마전에는 유명
배우가 출연하고 제작을 하면서 관심을 박았던 영화가 있었다. '마담 뺑덕'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심청전에서 모티브를 따왔다는 말을 들었다.
이번에 읽게 된 작품 역시 심청전을 기반으로 한 것이지만 전혀 다른 고전의 재해석 혹은 비틀어낸 새로운 작품이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우리가 알고 있는 심청전의 효녀 심청이 주인공이 아니다. 우리에게는 욕심 많은 인물로 기억되는 뺑덕어멈, 아니
그녀도 아닌 그녀의 아들 뺑덕이 주인공이다. 한번도 뺑덕어멈에게 자식이 있다는 생각을 못했는데 가만 생각하니 뺑덕이 자식이름일 수도 있겠다.
여하튼 작가는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이야기 속의 인물 중 거의 생각조차 하지 못한 인물을 이야기의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효심을 주제로
한 심청전의 이야기에서 전혀 예상못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뺑덕어멈의 자식인 뺑덕, 그의 본명은 병덕이다. 역관인 아버지가 역적으로 몰려 큰형과 함께 죽임을 당하는 바람에 어미와 함께 도화동에 몸을
피하고 정착하면서 바보 행세를 하면서 살게 되었다. 그로 인해 그의 이름도 멀쩡한 병덕대신 어느새 뺑덕이 되고 말았다. 설정부터 참 인상적이라고
생각하면서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몰입하게 된다. 그동안 주변인물로 혹은 전혀 생각조차 하지 않은 인물을 중심에 내세우면서 어느새 이야기는 효가
아닌 사랑을 주제로 독자의 마음을 건드리고 있으니 말이다. 이미 알고 있는 듯하면서도 그렇지 않은 이야기의 전개는 식상하리라 예상하고 있는
독자를 완전히 매료시켜버린다. 이러한 고전 비틀기라면 새로운 관점에서 작품을 바라보거나 이야기의 전개를 새롭게 상상하는 것에서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을 듯하다. 이미 예견된 비틀기는 더 이상 흥미롭게 여겨지지 않지만 말이다.
새로운 상상력으로 고전의 또 한편을 만들어 낸 것같은 느낌이 든다. 이 작품을 읽고 나면 우리가 알던 심청 외에 심청을 사랑하는 뺑덕이라는
인물을 떠올리게 될 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기는 작품이다. 새로운 상상, 그 상상의 힘이 고전에 다시 관심을 갖게 하는 힘으로도 작용하는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