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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 심청 - 사랑으로 죽다
방민호 지음 / 다산책방 / 2015년 1월
평점 :
절판
[효심에서 사랑으로 재탄생한 심청이야기]
국문과를 나오지 않고서 고전소설을 찾아 읽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학창시절 국어시간에 배운 고전소설 외에 스스로 고전소설을 찾아 읽는 이는
많지 않을거라고 생각된다. 정서적인 면도 다르겠지만 사용되는 어투도 익숙하지 않기에 빠른 전개와 솔직한 스토리를 좋아하는 현대인들에게 고전은
쉽게 읽혀지는 스토리는 아니다.
처음에 심청이라는 제목만으로 뭔가 고리타분하지 않을까 하는 선입견이 든 것은 사실이다. 고전 소설을 재해석한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는
내용에서 별로 달라질 것도 없겠다는 생각과 얼마전에 뺑덕어멈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영화화한 작품이 관객들로 하여금 그리 큰 호응을 얻지 못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였다. 이러한 생각이 조금 달라진 것은 저자 서문을 통해서였다. 나와 비슷한 선입견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있다면 저자의 서문을
먼저 읽기를 권하고 싶다.
서울대 국문과 교수이기도 한 저자는 15년 전 쯤 심청전 경판본 24장본을 다른 판본이나 글도 읽어보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채만식이
<심봉사>라는 제목으로 작품을 세번이나 다시 썼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미 있는 이야기를 구지 여러번 썼다는 사실에서 "작가는
황무지에서 자기만의 꽃을 심는 존재가 아니라 길고 깊은 문학의 전통 속에서 나타나 그곳에 한 줌 흙을 더하고 사라지는 존재"라고 생각했단다. 이
말 한마디가 작가가 왜 심청전을 재해석 해서 탄생시켰는가 충분하지 않을까? 이러한 작가의 의도를 알고 연인 심청을 읽으니 작가의 글쓰기 의도에
십분 공감해서 읽게 되지 않나 싶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떤 식으로 심청전을 재해석했을까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심청전의 주제는 바로 "효"이다. 그러나
이 책은 효로만 심청전의 이야기를 풀어나가지 않는다는 점이 재미있다. 바로 그 시각이 작가가 심청전을 새롭게 해석한 부분이기도 하다. 딸인
심청이와 아버지인 심봉사의 연은 어디에서부터 시작했을까? 작가는 고민했는가 보다. 그러한 작가의 상상은 작품의 중반을 훌쩍 넘어 천상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둘의 인연이 인간계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가 된 이유, 그리고 왜 그리 심청은 아버지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필 수 밖에
없는 것인지까지 말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심청전을 효만을 이야기하지만 이 책에서는 효 외에도 "사랑"을 깊이 다뤄주고 있다. 아버지 심봉사와 딸 심청의 연을 있게
한 것도 사랑이었고 인간세상에서 이것은 효로 발현된다. 그리고 인간세상에서 생긴 또 하나의 이루지 못한 사랑은 그 다음 생에서 이뤄야 할 몫으로
남는 것이다. 이러한 구조를 보면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사상을 구지 거론하지 않아도 우리가 모르는 인생의 순환구조와 인연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심청전의 이야기 그대로만 현대적 감각으로 담았다면 다소 밋밋할 수가 있는데 작가의 새로운 해석으로 재탄생 했기에 현대 시각에서 심청의
이야기를 새롭게 만날 수 있었던 것 같다. 끝으로 작가가 했던 문학의 탄생 외에서 재탄생의 의미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기회였던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