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의 아이들 라임 청소년 문학 8
다마리스 코프멜 지음, 김일형 옮김 / 라임 / 2014년 10월
평점 :
절판


 [인권의 사각지대에 버려진 아이들의 적나라한 삶]

 

누구나 그렇다. 내게 직접적으로 닥친 일이 아니면 혀를 끌끌 차다가도 금방 잊고 마는 반복되는 행동.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의 차이는 실천이나 변화를 이끌 수 있느냐 없느냐 하는 중요한 밑바탕이 되기 때문에 모르는 것보다 알기를 바라는 편이다.

 

책을 받아든 순간 제목만으로도 유추되는 이야기들이 머리를 어지럽게 맴돌았다.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고통받으면서 자라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겠구나. 가늠하기 힘든 상황이 얼마나 많이 그려질까 하는 두려움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얼마 전 라임문고에서 나온 책 중에서 <휴대폰의 눈물>이라는 작품에서도 콩고 소녀의 실상이 그려져서 얼마나 경악했는지 모른다. 지어낸 이야기라기 보다는 현재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기에 더더욱 그러했다.

 

<거리의 아이들>의 작가 다마리스 코프멜의 이력이 특이해서 눈길이 갔다. 16살에 첫 청소년 소설을 쓴 것도 그렇지만 거리의 부랑아들을 소재로 한 작품을 쓰려고 상파울루에서 직접 취재를 하다가 10년간 머물면서 아이들의 실태를 작품으로 쓰고 그들을 돕는다고 한다. 다큐가 아닌 소설을 쓰지만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은 이야기를 하고 그들을 이해하고 돕고자 한 작가 정신을 높이 사고 싶다.

 

주인공인 마르시우는 태어나자마자 고아원에 버려졌다. 그러나 혼자가 아니라 누나와 더불어 동생들이 함께 고아원에 버려졌다. 어떤 상황이길래 자식들을 모두 고아원에 맡길 수 밖에 없었을까 하는 의문은 금방 밝혀진다. 버림받다시피 자신들이 고아원에 맡겨졌다는 슬픔을 느낄 여유도 없이 마르시우는 감독관의 폭행에 하루하루가 힘들다. 이유 없이 아이들을 괴롭히는 이사벨 감독관의 행동은 정신이상자가 아닐까 싶을 만큼 가학적이다. 그런 가학성은 고아원 밖의 세상에서 경찰관을 통해서도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참 아이러니하다. 끔찍한 고아원을 탈출한 마르시우는 그보다 더 끔찍한 삶을 거리에서 접하게 되는 것이다. 어른들이 어른들로써 행동하기보다는 약자이고 보호자가 없는 거리의 어린이들을 학대하는 행동을 쉽게 접할 수 있다. 브라질의 현실이 정말 이렇다면 정말 심각함을 넘어서 무지하다는  생각마져 들 정도였다.

 

거리의 아이들은 잘 곳도 없고 먹을 것도 없다. 그들이 살기 위해서는 마약을 전달하는 일을 하거나 훔치거나 하는 등의 나쁘고 위험한 일을 해야만 했다.그리고 그것이 보통이었다. 그러나 주인공인 마르시우는 그러한 유혹을 모두 뿌리치고 나쁘지 않게 살기 위해서 노력한다. 노력하고 노력해서 주위 사람들로부터인정도 받고 일자리도 구하게 된다. 사실 이 작품에서 경찰의 비리나 폭행, 고아원 감독관의 폭행 등에 대해서도 놀랐지만 가장 끔찍했던 것은 마지막 장면이었다. 동생을 잊지 못해 고아원을 찾아간 마르시우가 만난 것은 그를 기다리는 동생들이 아니라 고아원을 도망쳐나와 이미 세상을 경멸하고 멸시하는 눈빛을 가진 동생들이었다. 거리의 아이들이 되고야 만 동생들. 이 장면이 가장 마음아프면서도 브라질의 현실을 생생하게 마주대한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사실 이 작품에서 만난 마르시우는 현실에서 가능할까? 라는 생각이 많이 들긴 했다. 주위가 모두 물들어 있는데 혼자 바르게 살고 긍정적으로 살기가 가능할까? 실제로는 마르시우처럼 살기가 무척 힘들 것이다. 아마도 작가는 힘들 걸 알지만 거리의 아이들이 마르시우처럼 강하게 버텨주기를 바란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면서도 마지막 마르시우의 동생들이 거리의 아이들이 된 것처럼 실제로는 브라질에 버려진 거리의 아이들의 삶은 변하지 않고 지속된다는 것도 말하고자 한 듯하다.

 

이런 작품을 읽을 때는 '어린이'라는 단어를 자꾸 되새기게 된다. 방정환 선생님이 아이들의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만들어준 말처럼 약자가 아닌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것은 결국 사회의 강자이자 어른들의 몫인 것이다. 비단 브라질만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에서 고통받는 아이들을 생각하면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위해 어른들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생각하지 않고는 못배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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