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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십자가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선희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진정 중요한 것은 뉘우침과 깨달음이라는 것을>

지인이 작가의 작품을 너무도 좋아하기에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이름이었다. 그러나 내가 읽은 책이라고는 겨우 <용의자 x>의 헌신 정도였다. 그런데 작가의 작품활동이 벌써 10년이란다. 이 작품은 그의 10년 작가 생활의 정리이자 정점을 말하는 작품이라고 극찬하는데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작품은 결코 가볍거나 단순한 추리를 요하는 작품이 아니다. 그동안 읽은 일본 작가의 작품 중에서 흥미롭다고 하는 추리물이 많았기에 그 추리의 잔혹함이나 흥미진진함과는 사뭇 동떨어진 느낌이다. 무게감이 느껴진다는 것은 결국 삶과의 연관성이 그만큼 짙다고 할 수 있겠다.
만약 예상치도 못한 죽음이 내 가족 안에서 일어난다면...그 죽음이 병이나 사고가 아니라 범죄에 의해서 저질러 진 것이라면 나는 과연 그 사람을 용서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작품을 읽는 내내 드는 생각이다.
20년 전 집을 비운 사이에 침입한 강도로 인해 사랑하는 어린 딸을 잃은 부부가 있다. 그들은 딸의 살인범이 극악무도한 살인범이 아니라 우연히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다는 말을 결코 믿지 않는다. 딸이 사라진 자리에서 서로는 소원하고 결국 이별을 하게 되는데 그로부터 20년 후에 남편은 헤어진 전 부인의 살해 소식을 듣게 된다 딸과 아내를 모두 살해범에게 잃는 운명을 가진 남자. 나카하라. 그는 전 부인인 사요코의 행방을 쫒던 과정 묘한 것을 발견한다.
딸의 살해범이 의도가 아닌 단순 강도 살해라는 것을 알았고 그가 강도 살인으로 복역하던 중 출옥하고 이후 우발적으로 강도 살인을 저지른 것을 보고 그는 사형제도에 찬성하는 피해자 가족의 모임에 나가고 조사를 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독자는 자연스럽게 그녀가 취재하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피해자 가족의 대표격인 그녀의 생각을 세세하게 듣게 된다.
사요코의 딸이나 사요코 모두 우발적인 강도살인을 당하게 되는 피해자들이다. 이들은 모두 어처구니 없는 돈만 갖고 튀었기에 더더욱 그러하다. 그깟 돈에 당황함에 사람까지 죽일까 싶지만 그러한 일이 흔치 않기에 작가는 이런 문제를 다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사형제도에 대해서 사람들에게 질문을 제기하는 듯하다.
사요코는 살인을 저지를 범인을 직즉 사형했더라면 제2의 범죄나 살인이 나오지 않았을 거라고 한다. 아무런 뉘우침도 않하는 그들을 가둬봤자 소용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역으로 아무런 뉘우침 없는 그들을 사형대에 올려서 목숨을 앗아간다면 그것은 무슨 소용이 있는가도 반문하게 된다. 죄의 댓가로 목숨을 빼앗으면 된다는 것은 고개를 갸웃하게 된다. 그도 그럴 것이 결국 용서와 반성 없는 죄의 댓가는 무의미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책을 읽으면서 이상하게 공감이 되는 것은 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처음에는 무서워하고 진심으로 죄를 뉘투치는 듯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만사가 귀찮다는 듯이 되대로 되라, 혹은 죄를 감추기 위해 눈 하나 깜짝 않고 무의미한 거짓을 말할 때이다. 너무도 무감해지고 자신의 삶도 아끼지 않고 무의미하게 기계 부품처럼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숨기고 있는 무기력함과 너무 비슷하다고 할까? 작가는 공허한 십자가를 통해서 범죄와 그 댓가가 갖는 의미를 생각해 보게도 하지만 현대 사회에서 무기력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보여주는 듯했다. 개인적으로 이번 작품을 통해 그의 심리 묘사와 섬세함과 추리력에 감탄하게 되었다. 그동안 보아온 추리물과는 달리 인간의 내면과 삶의 연결고리가 가볍지 않게 관계하고 있어서 진지하게 읽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