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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내 일기 읽고 있어? ㅣ 라임 청소년 문학 2
수진 닐슨 지음, 김선영 옮김 / 라임 / 2014년 2월
평점 :
푸른책의 청소년 브랜드인 라임을 통해서 두번째로 만나게 된 책 [형, 내 일기 읽고 있어?] 제목과 그림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뜻하지 않은 내용을 다루고 있어서 화들짝 놀란 것도 사실이다. 아직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어른들이 먼저 읽어봐야 하는 책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사회에서 왕따와 집단따돌림, 그로 인한 자살 등에 대한 이야기는 더 이상 이상한 이야기가 아니다. 한 교실에는 분명 왕따인 아이들이 있고 그 아이를 대하는 다수의 무관심과 무언의 긍정이 이런 현상을 지속시킨다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러나 어른과 사회의 대응은 미온적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물론 과거부터 놀림을 받는 아이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은 괴롭히는 아이들은 더 지능적이 되고 전체적인 아이들의 무관심과 도덕적인 무감이 커졌으면 대상이 되는 아이는 아픔을 견디는 인내심이 극도로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내 작가들도 끊임없이 왕따와 가족의 문제 등을 다루는 작품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작품이 조금 생소하게 느껴지는 것은 단순 왕따나 자살을 넘어 자신을 괴롭히는 학생을 총기사고로 죽인다는 끔찍한 설정이다. 결과에 대해서 모두 죽은 사람은 미화되고 죽인 사람은 그 반대가 되지만 진실은 오히려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는 것도 직시해야 할 부분이다.
너무도 착하고 다정했던 형이 우연치 않은 사건을 계기로 전교적인 왕따가 되고 수치스러운 일까지 당하다가 결국 자신을 괴롭히는 학생을 총으로 살해하고 자신도 자살하고 만다. 이런 끔찍한 사건은 외국에서 쉽지 않게 벌어지는 일이기도 하다. 이 소설은 남겨진 가족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듯하지만 실은 연속선 위에서 또 다른 비슷한 사건이 다시 재발할 수 있는 현실의 다양성도 함께 보여주고 있다.
형의 자살로 엄마는 자신의 잘못과 총을 제대로 소지 못한 탓을 아빠에게 돌리며 가족가 떨어져 정신과 치료를 받고 주인공 헨리와 아빠는 다른 지역으로 옮겨 살게 되었다. 새로운 학교에서 시선을 피해 조용히 살려고 하지만 헨리의 곁에는 왕따도기 십상인 팔리라는 친구와 얽히게 되고 팔리를 괴롭히는 트로이와도 얽히게 된다.
단순히 형의 잘못 때문에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헨리가 형의 치부를 숨기기로 한 약속을 지키는 바람에 오히려 형을 지키지 못한 마음의 빚이 커졌음을 알게 되는 말미는 안타까움이 극에 달한다. 아이들 나름대로 자신을 지키고 해결하려 하지만 그것이 때로는 더 큰 아픔으로 작용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적대감을 가지고 대했던 이웃 아줌마가 사실은 자신처럼 가족을 지키지 못한 아픔을 가졌다는 사실을 알고 서로 보듬어 주는 때는 결국 아픔도 치유도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해결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또 한번 배우게 된다.
마음을 문을 닫고 언제 부서질지도 모르는 가족때문에 자신을 로봇처럼 취급하던 헨리가 조금씩 마음을 문을 열고 아픔을 공유하고 형처럼 고통받을 수 있는 친구를 위해 적극적인 행동을 취하는 과정에서 독자로써 조금은 쾌감과 안도감을 갖게 된다. 한없이 자기 안으로 들어가는 것보다는 표현하고 공감하고 드러내야 해결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자시의 마음을 드러내놓기 시작하는 헨리의 일기장은 형에 대한 세상에 대한 소통의 첫걸음이었던 것 같다.
단순한 총기사고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적으로 위험수위에 오른 아이들 사이의 왕따와 괴롭힘에 대한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녹아 있는 작품이다. 당사자 외에 남겨진 가족들이 지니게 되는 아픔까지 생각하면서 결국 사회와 어른들이 풀어야 할 또 하나의 문제에 대한 직시를 하게 되는 것 같다. 마지막 긍정적인 방향으로 끝맺는 작품의 결말을 보면서 현실에서도 긍정의 결말이 가능했으면 하는 바람을 해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