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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Q정전 ㅣ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37
루쉰 지음, 김택규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3년 12월
평점 :
[낡은 세계에 머문 이 시대의 아Q들에게]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아직까지 읽어보지 못한 고전이 너무도 많다. 이름만 들어도 유명하고 문학사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다는 외적인 요인은 알아도 실체를 대하지 못한 부끄러움을 이번 책에서도 느끼게 되었다. 루쉰의 <아Q정전>은 너무도 유명하지만 이제서야 읽어보게 되었다. 얼마전 루쉰의 다른 작품을 읽었기에 그의 작품 경향에 대해서 엿보기는 했지만 이번 책에서는 해설을 통해서 훨씬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많아서 고마웠다.
배경지식 없이 작품을 읽었다면 이게 무슨 소리인가 하는 생각이 앞섰을 것 같다. 사람을 잡아먹는 <광인일기>나 신화적인 요소가 있는 <여와가 하늘을 고치다>, 가장 유명하면서도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궁금했던 <아Q정전> 등 솔직히 중국문학에 익숙하지 않은 나로써는 생소한 면이 적지 않았다. 물론 비슷한 면도 있겠지만 가장 다른 것은 역시 국민의 성향?과 가치관 같은 것의 차이때문이기도 하다.
<아Q정전>에서 정전은 바르게 쓴 전기를 뜻한다. 다시 말하면 아Q라는 인물에 대한 전기라고 보면 되겠다. 그렇다면 아Q라는 인물은 어떤 인물이기에 이상한 알파벳꼬리를 이름에 달고 있을까? 그만큼 존재감이 없는 듯해서 이름도 기억되지 않는 인물이지만 어찌보면 당시 시대적 상황에서 가장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인물이 되기도 하기에 그에 대한 정전을 쓰지 않고는 안되었음을 짐작하게도 한다.
다른 작품을 제외하고라도 <아Q정전>의 아Q만으로도 수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보잘 것 없는 인물임에도 거들먹거리고 약자에게는 강하게 강자에게는 굽신거리는 인물이다. 변변한 직업도 없이 하찮게 지내면서도 자신의 정신세계는 우월하다고 생각하는 묘한 자존심을 가지고 있다. 겉과 속이 일치하지 않아 도무지 공감이 되지 않는 아Q. 루쉰은 그런 아Q를 통해서 당시 중국인들의 모습을 대변하고자 했다고 한다. 서구 열강의 침략 속에서 겉은 서양의 것을 따라가고 당하면서도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중국이 세계최고라고 생각하는 중화사상 , 그러한 모순된 중국인들의 모습이 아Q에 그대로 반영된 것이다. 이 작품에서 아Q외에 이를 대하는 마을사람들의 태도도 상당히 인상적이다. 겉으로 보잘 것 없다고 업신여기던 아Q가 마을사람들에게 존경받는 나리에게 따귀를 맞았기 때문에 아Q마저 존경의 대상으로 보는 태도. 이를 어찌 이해해야 할지..또한 마지막 사형대에 오른 아Q를 향해 행사를 구경 온 듯한 사람들의 차갑고 냉정한 시선, 그 시선으로 죽기 직전의 아Q를 또 한번 죽이는 묘한 집단적 군중심리.
이 작품을 읽으면서는 시대적 상황에 대한 배경지식이 동반되는 것이 훨씬 작품이해에 도움을 줄 듯하다. 당시 중국은 신해혁명을 치르는 시기였다. 황제 중심의 전제주의 국가에서 혁명을 통해 국가를 세우는 시기, 모든 나라는 혁명의 물결로 들뜨고 이에 동조하는 자와 반대하는 자로 양분되지만 그것은 정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고 거의 대부분의 국민에게는 혁명이 무엇을 뜻하는지 무엇이 바뀌는지에 대한 기본 지식도 관심도 없이 우르르 휩쓸리는 때였다. 루쉰은 그런 무지한 대중을 깨우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는 아니다..설마 내가?라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생각한다. 자신의 사회에 대한 무지를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내게 득이 되는지의 여부만 따지고 주변에서 말하는대로 그대로 휩쓸려가고 그것만이 진실인 듯 생각하는 아Q와 같은 인물이 지금 이 시대에는 없을까? 그렇다고 자신있게 말할 수 없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 작품을 읽으면서 해설을 통해 당시 중국의 상황은 물론 국민개몽과 낡은 시대 사상에 맞섰던 작가의 가치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되었다. 작가로서 루쉰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 이유도 조금이나마 알겠다. 루쉰의 이런 사상에 영향을 받은 당시 우리나라의 작가들에 대한 설명도 있기에 그들의 작품에 대한 궁금증도 함께 생긴다.
단순히 작품만 실어놓은 것이 아니라 현직 국어교사들이 작품의 해설과 더불어 작품 이해에 필요한 적지 않은 정보를 다양하게 제공해주고 중고생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만족감을 줄 책이다. 개인적으로 하드커버가 아니라 손에 쥐기 편한 사이즈라서 가방 속에 넣고다니면서 지하철 안에서 부담없이 볼 수 있어서 좋았다.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시리즈를 통해서 그동안 못보고 지나친 고전에 대한 관심도 생겨난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