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공원정대
배상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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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없는 청춘의 웃픈 자화상>

 

제목을 보고는 요즘 유행하는 그 조공은 아니겠지 생각했다. 좋아하는 스타를 위해 팬들이 바치는 일종의 선물이나 밥차를 조공이라고 한단다. 어감이 그닥 좋지 않아서 바꾸자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여전히 팬들의 스타를 위한 조공은 그대로 사용되는 말로 알고 있다. 이 소설의 제목 또한 다른 조공이 아니었다. 표지에서 눈물이 그렁그렁해서 '소녀시대'를 외치는 그들은 분명 지방에서 상경한 조공원정대였던 것이다.

 

이렇게 제목부터가 예상을 깨기에 작가가 현실을 아주  위트있는 그리는 작가가 아닌가 기대를 하게 된다. 2009년에 <조공원정대>라는 단편소설로 제1회 자모신인문학상을 수상한 배상민 작가. 작가 약력을 살피니 아주 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40대에 가까이 와 있는 중년 작가였다. 젊은이 냄새가 물씬 나는 이 8편의 작품들은 그에게 있어서 어떤 소설일까?

 

작가의 말처럼 여기에 실린 소설들은 그의 힘드었던 젊은  시절의 기록이라고 한다. 실직과 이별, 아픔을 견뎌야 했던 시기는 작가의 것만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공통으로 짊어지고 나가야 하는 짐이기에 아마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1997년 신랑이 IMF실직을 겪었을 때 얼마나 힘들었는지 알기에 이 광풍이 낯설지는 않았다. 작가의 모든 소설이 IMF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로 이어지는 신자유주의 영향을 시대적 배경으로 한단다. 어려운 말들이 많다. 서브프라임이나 모기지론, 신자유주의. 그러나 이제는 한 나라의 경제적 상황이 아니라 미국의 부동산만 휘청 거렸을 뿐인데 그 여파가 전세계 시장으로 광풍이 되어 몰아닥치고 미국 월가의 자기 주머니챙기기가 전세계 경제를 휘청거리게 하고 은행에 대한 불신을 가져온다는 것은 넌즈시 알고 있다. 그런 가운데 우리 젊은이들이 서 있는 것이다.

 

노력하고 공부한 만큼의 댓가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은 옛말이 되어 버렸다. 처음부터 가지고 있는 것이 적으면 나아지지 않거나 혹은 휘황찬란한 S대 왕관과 S기업의 타이틀을 거머쥐지 않으면 뒤쳐진 듯하고 그 S만 쫓다 이도저도 아닌 개만도 못한 삶을 산다고 생각하는 이들도 생겨나게 된다. 그런 사람들의 모습이 여러 작품 속에 드러난다.

 

곳곳에 드러나는 청년 실업의 문제, 그로 인해 자기 정체성마져 희미해져가는 청춘들, 사람의 생명이가 가치보다 빛의 속도로 달리는 스투트의 속도가 더 가치있어지는 현실, 그 현실속에서 우리는 벗어나기 위해서 소녀시대를 찬양하면서 조공을 바치려는 피나는 노력을 하는 아픈 청춘까지 만나게 된다. 읽으면서 피식 웃음이 나오면서도 가슴 한구석이 짠 하고 시린 그 이유를 알아내는 것이 이 소설을 읽는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아닌가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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