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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섬옥수
이나미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8월
평점 :
<현실적 모습을 다양한 형태로 보여준 연작소설>
책을 읽는다고 읽는데도 아직도 모르는 작가, 처음 대하는 장르의 책이 많다. 책을 받자마자 작가의 약력부터 살피게 된다. 더구나 이나미 작가의 책을 아직 읽어보지 못한 터라 작가의 약력이나 작품을 통해 그동안 나도 모르게 접한 적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보았다. 벌써 25년이나 된 베테랑 작가이고 자음과 모음에서는 여러편의 소설이 소개되었는데 참으로 연이 아니었던지 그동안 작품을 접하지 못했다.
[섬, 섬옥수] 알수없는 모호함을 담은 제목과 파랗고 푸른 바닷빛을 연상시키는 표지가 참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단순히 섬마을 사람들의 이야기일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이 속에는 섬마을 사람들의 삶 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녹아있다. 소제목이 따로 없고 <섬, 섬옥수>1,2,3,,,이런 식으로 나가서 각 장의 인물을 기억하기 보다는 각 장마다 다른 인물과 다른 스토리로 소개되는 삶의 느낌을 받아들이는 편이 나으리라 생각된다. 사실 연작소설은 많이 읽지도 않았고 개인적으로 익숙하지 않은터라 소설 중반을 넘어서야 익숙해지는 버릇이 있다.
이 작품 역시 처음에는 연작소설이라는 것도 모르고 읽다가 하나의 화자가 아닌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해서 자신의 관점에서 문제들을 풀어가고 때로는 사람이 아닌 개가 주인공이 되는 느낌으로 섬마을을 삶을 바라봐야 하기에 약간의 혼란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익숙하지 않은 제주도 방언도 꽤 많이 등장하고 인물도 적잖이 등장하고 단순히 섬마을 사람들이 자연을 토대로 살아가는 다양한 삶의 모습이 아닌 개발과 이익을 둘러싼 갈등과 탐육, 때로는 폭력도 오고가는 현실적인 갈등의 장도 담고 있어서 섬마을 사람들과 이 섬을 찾은 인물들이 주인공인 드라마 한 편을 대하는 느낌도 든다.
그런데 읽으면 읽을수록 묘한 매력을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분명 처음 읽으면서 작가가 여자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매순간 강한 필력을 지니고 현실 사회의 문제에 대해서도 관심이 많은 남자 작가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감성에만 집중한 것이 아니라 섬 마을을 둘러싼 사람들의 다양한 갈등과 섬을 토대로 살아가는 삶의 모습이 치장되지 않고 그려졌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연상되는 제주도의 강정마을 사태라든가 구지 섬이 아니어도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지역 주민과 외지인들 사이에 빚어지는 갈등의 문제를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었다. 문제가 어떻게 해결되는것이 좋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작가의 말처럼 자연은 후손에게서 빌려온 자연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고 잘 써서 물려줘야 한다는 생각에는 동참한다. 한참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건설을 둘러싸고 공권력까지 투입되면서 갈등이 최고조가 되었던 그 순간이 작품의 말미에서도 얼마나 떠오르던지..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고 휘 돌아온 듯하지만 소설의 처음에 등장하던 인물이 말미에 흐르는 세월 속에서 조금은 변한 모습으로 등장해 전과는 다른 생각과 삶을 보여주는 모습 속에서 동떨어져 고립되어있는 듯한 섬에 육지의 사람들이 찾아와 서로 순회를 하듯 우리의 인생도 결국 이것과 저것이 맞물려 갈들을 빚더라도 최선의 길을 찾아가는 흐름을 타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작품 속에 등장한 다양한 사람들과 갈등, 마을 주민만큼이나 크게 마음 한구석에 자리잡는 개들, 외지인이지만 떠나오기보다 다시 시작하려는 모습 등등 책장을 덮고 나면 떠오르는 것들이 많아 조금 시간을 두고 다시 한번 읽어보리라 마음 먹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