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맛 기행 - 바다에서 건져 올린 맛의 문화사 바다맛 기행 1
김준 지음 / 자연과생태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단순한 맛기행이 아니기에  더 멋진 기행>

 

 

책의 제목이 주는 느낌은 사람을 대할 때의 첫인상과도 같다. 아마 여행 전문지에서 바다맛기행이라고 나왔으면 맛집기행으로 생각했을 게다. 그런데 자연과 생태의 책이기에 맛집 기행이 아니라 인간이 바다생활을 통해 얻는 것들에 대한 기행이 되리라 짐작했다. 역시 책을 읽으면서 생동감있는 바다 사람들의 삶의 모습이 곳곳에 담겨 있어서 바다내음이 물씬 나는 듯했다. 단지 출판사 성향을 보지 않고 맛집 여행이라고 오해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 기우를 해본다.

 

그동안 자연과 생태의 잡지를 몇 권 본 독자이기에 이번 책에 거는 기대가 남달랐다. 아마도 바다생활을 하는 사람들이 바다에서 건져 올린 먹거리들에 대해서 그들만이 알고 있는 지식은 물론 삶의 모습도 담기겠지 하면서 말이다. 첫번째 접하는 이야기부터 생소해서 갸우뚱하면서 책을 펼쳤다.

 

자연산 명품 미역 진도곽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데 갱번이라는 철학에 대해서 논한단다. 진도곽은 뭐고 갱번은 뭔지 생소하기만 한 말들이다. 친정어머니가 아이 낳은 딸을 위해 혼수품으로 넣고 80만원 정도되는 돈을 지불하고 첫손자를 낳은 며느리를 위해 사다줄 정도로 명품 미역이란다. 거친 조류에서  건져올린다는 진도곽. 한번도 맛보지 않았지만 그만큼 귀하고 값나가는 미역인가 보다. 사실 난 진도곽을 먹고싶다는 생각보다 진도곽처럼 거친 조류에서 건져올리는 갱번이라는 곳에 관심이 갔다. 처음 들어보는 갱번은 마을주민들이 공동으로 관리하는 어장이란다. 외지 사람들이 사고 싶어도 그 마을에 주민으로 살고 마을 기금을 내는 까다로운 과정을 거쳐야 갱번에 들러갈 수 있는 진짜 주민이 된단다. 도시에서 이런 마을 공동체에 관심이나 갖지도 않고 알지도 못하지만 바닷가 주민들이 그들의 삶의 터전을 가꾸고 공동으로 생활해가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그러하기에 이들이 살아갈 수 있구나 싶고 그렇기에 갱번이 유지되고 바다가 지켜지겠구나 싶다.

 

이렇듯 몇월에 어디에 가면 뭐가 맛있다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부제를 달고 삶의 철학을 논하기도 하고 얽힌 이야기가 주가 되기도 하기에 이 책에서 바다향이 물씬 느껴지는 것 같다. 바다에서 필요한 삶의 먹거리를 건져 올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담긴 생생한 사진이 인상적이다. 물론 바다에서 건져 올린 먹거리로 만든 음식 사진도 있지만 한 귀퉁이에 담긴 작은 사진을 보면 이 책이 주려는 것을 맛난 음식점을 알리고 드세요~라는 것보다 삶의 터전을 바다로 삼은 사람들이 그곳에 동화되고 살아가는 모습을 더 담아냈구나 싶다. 그렇게 건져올린 제철의 먹거리들에 대해서 이름을 지어주고 봐가면서 잡고, 크기에 따라 다른 이름을 짓고 물고기 성깔도 구분하고...그러니 바다맛이 나지 않겠는가?

 

사진과 더불어 마음에 든 또 한가지는 저자가 자주 인용하는 자산어보의 이야기들이다. 흑산도에서 유배를 하면서 검은 바다가 무섭고 두려우면서도 그곳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고 바다에서 나는 것들에 대해서 이야기를 쓴 자산어보. 그것이 맛기행 책이 아니듯이 이 책 역시 단순한 맛기행이 아니라 다행이다.

 

책장을 덮으면서 어디에 무슨 계절에 먹으러 갈까 라는 생각보다는 이렇게 맛난 것들 먹을 수 있는 자연에 감사하며 단순히 생태체험이라고 맛소금을 잔뜩 뿌려가면서 갯벌의 조개를 캐던 행동, 슈퍼에 가서 돈만 주면 당장에라고 살 수 있는 해산물들보다 더 싱싱한 이야기에 우리가 접하는 맛과 멋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참, 이 책을 읽는 동안 신문기사에 실린 자연과 생태의 출판사 이야기를 보았다. 아는 얼굴을 하나도 없지만 책을 통해 신뢰를 쌓아가는 이곳 사람들의 모습에 빙그레 미소가 지어진다. 다음에도 더 멋진 책을 독자들에게 선사하고 자연과 생태를 느낄 수 있었으면 싶은 독자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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