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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바라기 마을의 거대 바위 ㅣ 창비아동문고 266
김종렬 지음, 홍지혜 그림 / 창비 / 2011년 10월
평점 :
[기묘하고 오싹한 판타지와 현실의 결합]
과거에 <환상특급>이라는 텔레비전 시리즈를 보고 오싹한 공포를 느낀 적이 있었다. 그 오싹함은 기괴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현실과 환상을 교묘하게 넘나들면서 현실의 부조리나 부당한 것들이 환상 속에서 묘한 쾌감이나 공포감을 불러왔기 때문이었다. 처음 읽은 김종렬의 작품집은 과거의 환상특급의 느낌이 살짝 떠오르는 것은 왜였을까? 처음에는 단지 그의 상상력이 주는 공포스러움이나 괴상함 때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장을 덮고 보니 그런 모든 것이 현실과 연관성이 있기 때문에 그런 느낌을 갖게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엄마 몰래 탈출하기>는 학원이나 학교를 뺑뺑이 돌면서 공부에 얽매인 아이들이 '붉은방'게임을 하면서 마지막에 들려오는 엄마의 목소리에 답을 하면 엄마 몰래 탈출할 수 있다는 괴상한 소문에서 비롯된다. 학원? 공부? 벗어나고 싶은 마음에 누구나 한번쯤 혹하면서 해봤을 게임. 주인공 역시 게임에 몰입하는데 몰입하면 할수록 누군가 나를 지켜보는 듯한 오싹함을 느낀다. 결국 그 오싹함의 공포가 목소리의 주인공임을 알게 되면 웃음이 튀어 나오기도 하지만 이런 묘한 결함을 한 작가의 상상력이 기발할 뿐이다.
<독서은행>은 또 어떤가? 독서를 취미로 즐기면서 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누구보다 더 나은 대학을 가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인식되는 요즘 세태를 여실히 보여준다. 문제는 아이가 아니라 어른들에게서 찾는 기발함이 마음에 들었다. 엄마의 손에 이끌려 그곳에 가지만 결국 아이들을 행복한 독서를 하지만 어른들은 행복함이 아닌 불행한 독서를 하는 대목에 약간의 통쾌함이 든다는 사실.
<모두 다 웃는 가면>은 사회 속에서 저마다 자기 역할에 맞는 가면을 쓰고 살아가는 요즘 사람들의 모습을 풍자한 듯하다. 중학생 가면, 초등학생 가면, 웃는 가면 등등 진실은 감추고 남보기에 좋아보이는 모습을 한 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서 진실은 무엇인가? 묻고싶어진다.
<그 도시의 밖>은 거대 도시에 살면서 경쟁하지만 그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이 담겨있다. 간혹 우리가 사는 이 곳이 아닌 어딘가로 탈출하고 싶지만 가고자 하는 그곳이 어딘지 모를 때가 있다. 사춘기 때 이런 상상을 하곤 하는데 작가도 그랬을까 싶기도 하다. 이 작품은 <모래 계단>과 흡사한 면이 있다. 결국 온 마을이 모래에 파묻혀 결국 모래계단 위에 있으면서도 그것을 알아채지 못하는 사람들과 도시의 밖을 꿈꾸는 사람들의 삶은 매한가지가 되는 게 아닐까?
<해바라기 마을의 거대 바위>는 6학년 읽기 교과에도 나오는 작품이라고 한다. 마을에 굴러온 거대한 돌이 점점 커져만 가는데 탁상공론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은 요즘 세태를 풍자하는 듯도 하다. 급하다는 마음보다는 저마다 잘난체 하면서 목소리만 내는 사람들의 모습을 유심히 보게 되는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아빠가 가져온 나무 상자>는 가장 긴장되고 오싹한 작품이었다. 신사로 부터 가져온 나무상자에서 가장 원하는 무엇이 나올 듯도 하면서 점점 자신의 욕심에 노예가 되어가는 가족들의 모습에서 앞으로 닥쳐올 불행의 그림자를 보는 듯했다. 결국 다른 사람이 아닌 가족의 구성원이 서로를 구할 수 있게 되지만 결말까지 애타게 기다리면서 손에 땀을 쥐게 했다. 개암이 아닌 다른 것이 그 속에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경쟁하면서 급박하게 살아가는 사회 속에서 작가는 한번쯤 상상하면서 긴장하게끔 하는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그의 기발하고 기묘한 상상은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것이 아니리게 묘한 매력이 있는 것같다.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느낌의 책읽기를 경험하게 하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