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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 Road
서찬석 지음 / 어린른이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아홉 굽이굽이 흐르는 삶과 자연을 담은 한강, 그대로 있어주길]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한강이 있기에 주말이면 아이들과 자전거를 타고 한강길을 누비기 십상이다. 멀리서 보는 한강과 가까이에서 물살의 흐름을 느낄 때의 모습은 정말 다르다. 그럴 때는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느끼는 것의 차이가 이런 것인가 싶을 때가 있다.
아동 대상의 도서에도 한강에 대한 책이 몇권 나와있다. 한강의 역사와 발원지 등등에 대해 정보가 실려있는 정도이다. 한강이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지만 무엇보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한강의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경우는 한강의 발원지부터 시작해서 한강의 자연과 역사, 인문, 지리의 이야기를 두루 담아내고 있으며 무엇보다 사진자료의 화려함 때문에 직접 가보지 못한 한강의 아름다움을 만끽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크게 남한강, 북한강, 한강에 세 가름으로 나뉘고 모두 열두 굽이이로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각 굽이를 시작하기 전에는 이렇게 물길지도 라는 것을 보여주면서 물길이 어디에서 어디로 흐르고 책에서는 어느 곳의 이야기를 담아낼 것인지 알려준다. 지도치인 내게는 이것도 쉽지 않지만 여기저기 맞춰보면서 나름 물살이 되어 이 길을 따라가게 된다.

1가름인 남한강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가 숨어 있다. 한강의 발원지가 되는 검룡소부터 정선의 아우라지와 영월의 단종애사, 단양8경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역사와 아름다운 자연이 펼쳐져 있었다.

한강의 발원지인 검룡소에 대해서 지금은 인정이 된다고 하지만 예전에는 발원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했다고 한다. 평창군에서는 오대산의 우통수를 태백시에서는 검룡소를 발원지로 보았단다. 대동여지도에서도 우통수를 한강의 발원지로 기록했다고 하지만 지금은 과학적으로 발원지가 검룡소로 입증이 되었단다. 태백시 황지연못은 낙동강의 발원지, 골지천은 남한강의 발원지..발원지가 거창하고 멋지지는 않다. 졸졸졸 어디선가 조용히 시작되는 물길의 근원지라는 점, 생명의 시작점 이라는 점에서 그곳을 기억하고 싶어진다.


여행을 많이 다녀보지는 않았지만 관동8경이니 단양8경이니 그 지역의 멋진 장소를 하나씩 점지하면서 부르는데 늘 그곳이 궁금했다. 책에서 가장 먼저 만난 곳은 동강12경..한번도 제맛을 보지 못했던 동강의 아름다운 12장소, 사진만으로도 그 자연의 아름다움이 한껏 느껴졌다. 세월과 자연의 힘으로 만들어진 이 절경이 4대강 개발로 인해 달라지고 있는 현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지 않을 수가 없다.

동강에만 피어있어서 이름 붙여진 동강할미꽃의 모습도 보인다. 머리를 수그려서 붙여진 할미꽃이라는 이름과 달리 동강할미꽃은 딸의 모습을 보고 싶어 고개를 빳빳이 들고 기다리는 어머니의 마음이 담겨있다고 한다.

물길을 따라 가면서 보여지는 절경 뿐 아니라 주변에 둘러볼 만한 명소와 문화재 등에 대한 정보를 담은 정보페이지가 있어서 이 부분도 눈여겨 보면 좋은 듯하다.

책에 실린 한강의 사진 중에서 가장 내 마음을 설레이게 했던 곳은 바로 단양팔경의 1경인 도담삼봉이었다.
봉래섬이 날아와 푸른 못에 떨어진 곳
낚싯배 바위문을 조심스레 뚫고 가네
어느 누가 솔씨 하나 가져다가 심어서
물 위 나뭇가지에 쏴쏴 소리 보탰는고
정약용의 '도담'이라는 제목의 시 한수이다. 얼마나 아름다운 곳이면 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정도전은 '삼봉'이라는 호를 지었을까? 직접 이곳에 가보고 싶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곳이었다.

남한강에 비해 북한강은 그 느낌이 달라진다. 북한의 댐건설에 준비해서 만든 평화의 댐 이야기부터 시작된다. 물길을 막았다고는 하나 남과 북으로 유유히 흐르는 강물과는 달리 경계가 분명한 곳에서 북한강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두타연의 전투위령비, 한반도의 정중앙이라는 양구, 평화의 댐....

춘천댐에서 시작된 댐의 이야기를 거의 북한강 쪽에서 듣게 되는 듯하다. 그리고 남한강과 북한강은 드디어 두물머리(양수리)에서 하나로 만나게 된다.두물머리에서는 근처 유기농 농사를 짓고 올해 세계유기농 대회가 팔당호 주변에서 열린다는 이야기를 싣고 있지만 마음 한 구석은 착찹했다. 올봄 두물머리 마을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는 주민들이 4대강 개발을 반대하는 현장의 이야기를 들은 탓이다. 이곳 역시 개발을 한다는 이유로 농사지를 관광 레져단지로 만들고자 하기에 지역주민과 갈등을 겪고 있었다. 나라에서 권장하던 유기농 농사를 짓던 사람들에게 반대로 유기농을 하지 말라고, 중금속에 오염된 작물을 재배한다는 등등의 이유를 내세웠던 이야기들을 기억하기에 씁쓸하다. 지금 그곳은 어떻게 되었을까? 내가 봤던 경관 그대로인지, 혹은 지금 책속의 경관을 앞으로고 쭉 간직할 지 걱정된다.

남한강과 북한강이 만나서 한강이 되어 서울을 유유히 흐르는 모습. 도심의 화려한 야경은 도도해 보이면서 아름다움을 과시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야경이 아름답다기 보다는 조금씩 서글퍼지는 것은 왜일까? 한강의 발원지에서 시작해서 이곳으로 흘러든 물살은 그 모든 것을 보고 들으면서 어떤 변화를 거쳤을까?

한강의 발원지부터 서해로 흘러들기 전까지 그 물길을 함께 하면서 한가지 든 생각이라고는 이곳이 모두 그대로 남아있었으면 하는 것이었다. 중간중간 댐을 만들면서 수몰된 마을의 이야기도 듣고 4대강 개발을 하면서 사라지는 물길의 이야기도 들었다. 자연의 변화는 오랜 시간을 두고 묵묵히 살아남기 위한 자생의 변화를 거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빠른 시간 내에 자신이 원하는 것으로 바꾸기 위한 인간의 개발과 탐욕이 아니면 공존이라는 이름으로 함께 할 수 있을텐데 말이다.
올 봄 여주 신륵사 앞에서 보던 여강의 파헤쳐진 강둑과 벌개미취 군락지의 변화를 다시 떠올리면서 후손에게 빌려쓰는 그것조차 욕심내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 정말 간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