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베할라 - 누가 이 아이들에게 착하게 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앤디 멀리건 지음, 하정임 옮김 / 다른 / 2011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쓰레기 더미에서 내일을 찾는 아이들이 있었다.]


중학교에 입학 한 딸아이의 사회 교과서를 함께 보다가 세계 여러나라 문화와 도시화 인구에 대한 문제를 함께 살핀 적이 있다. 필리핀에서 가장 발달한 도시 마닐라는 화려하고 생동적인데 비해 근교에 있는 빈민촌 베할라는 너무도 대조적인 곳이라 놀랐었다. 가장 부유한 도시 바로 옆에 가장 빈곤한 사람들이 모인 곳이 공존한다는 것은 발전과 빈곤이라는 양면성을 가지고 있는 자본주의 사회의 이면일지도 모르겠다. 여하튼 아이의 교과서 덕분에 베할라를 알아보고 알지못하는 또 다른 사회의 이면을 접할 준비를 했다.

14살 라파엘, 그의 친구 가르도와 래트(존)는 베할라에 사는 아이들이다. 이곳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누구나 도심에서 나오는 쓰레기 더미에서 생활한다. 일명 똥으로 불리는 이 쓰레기들을 뒤지다보면 괜찮은 것들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남들에게 똥이지미만 이곳에 살고 있는 아이들에게는 이 똥더미가 삶의 터전인 샘이다. 도대체 어른들은 다 어디있는거야?라는 의문이 들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이들도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하는 곳에서 어른과 아이의 경계는 참으로 모호하다. 어른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아이들을 보호한다거나 아이들에게 아이다운 순수함을 요구하는 것이 참으로 무색하게 보인다. 모두 살기 위해 나름의 거짓과 탐욕으로 무장하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 곳에서 늘 약자들은 억울하게 당하기 마련이다.

베할라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모두 약자이다. 그럼 이 약자들이 존재하게 하는 원인은 어디있을까? 저자는 그 원인 중의 하나를 정치권의 비리와 부패한 경찰권력 등에서 찾고 있다. 부패한 정치세력이 자신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만인을 위해 써야 할 돈을 개인의 수장고에 숨겨놓는다. 이런 일이 어디 필리핀에서만의 일일까? 그러한 부패한 정치권에 맞서 호세 안젤리코라는 인물은 이 돈을 어딘가로 빼돌리는데 성공하고 죽게 된다. 그리고 그 비밀의 열쇠를 쓰레기 더미에서 아이들이 찾게 되는 것이다.

알 수 없는 인물, 호세 안젤리코가 남긴 가방과 단서때문에 경찰에게 맞아 죽을 뻔하고 쫓기게 되지만 아이들은 겁먹는 대신 비밀을 밝히고자 합의한다. 아이들이 밝혀낸 중심에는 비리 정치인의 거대한 돈이 있다. 과연 아이들은 이 돈을 어떻게 할까? 어른들이라면 상상도 못하는 방법으로 아이들은 이 돈을 가져야 할 원래 주인인 사람들에게 돌려주고자 한다. 늘 베할라의 거대한 쓰레기 더미에서 하루를 보내는 아이들을 위해 그 돈은 쓰레기 더미 한가운데로 가는 것이다.

누구 하나가 주인공이 되어서 서술하는 방식이 아니라 등장인물이 저마다의 시선으로 사건을 서술해 나가는 독특한 방식이 인상적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시선으로 보기에 치우치는 느낌이 없고 저마다의 감정에 몰입하게도 된다.

아이들의 눈을 통해 바라보는 사회는 늘 불안하다. 언제 어른들이 숨겨놓은 지져분한 진실이 밝혀질까 두렵고 창피하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살기 위해 거리로 내몰린 아이들을 품고 있는 사회는 늘 불안하다. 그 속에 존재하는 기성층은 잔혹한 모습을 하고 있을 때가 많아 이런 현실에 분노하고 놀라게 된다. 늘 보이는 현실 외에 더 많은 경우의 수로 존재하는 현실을 접하면 마음이 무거워진다.

사막 한 복판에서 낙타를 타는 기수가 되는 아이들, 부모의 빚에 팔려 사창가에서 몸을 팔며 내일이 없이 사는 아이들, 무거운 벽돌을 나르며 허접한 일당도 챙기지 못하는 아이들, 그리고 쓰레기 더미에서 내일을 찾는 아이들,...외계의 일이 아니다. 상상 속의 일이 아니다.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 공존하는 아이들의 이야기이기에 더더욱 미안하고 죄스럽다. 마지막 상팔로에서 배를 타고 밝은 미래를 꿈꾸는 아이들의 모습처럼 지구상에 살고 있는 아이들이 더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도록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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