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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나 또 올게 - 아흔여섯 어머니와 일흔둘의 딸이 함께 쓴 콧등 찡한 우리들 어머니 이야기
홍영녀.황안나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1년 5월
평점 :
[엄마와의 추억을 더 담고 싶다]
딸과 어머니가 언제부터 가까운 사람이었을까? 내 기억만으로 더듬어 보면 어려서 엄마는 늘 공기처럼 내 옆에 있던 사람이어서 소중함도 존재감도 몰랐던 것 같다. 그러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 엄마는 나를 아이가 아닌 딸로 대해주었던 것 같다. 엄마가 안고 있는 감성을 조금씩 내비쳤고 어른스럽게 나를 대해주는 엄마의 태도에 사뭇 놀라기도 했다. 그렇지만 질풍노도의 시기인 사춘기에 내 감성이 어찌 엄마에게만 머물렀겠는가? 세상의 중심이 나였고 모든 세상의 고민 역시 나로부터 시작되었기에 엄마를 떠올린 시간이 적었던 것 같다. 그러다가 결혼을 할 무렵 엄마는 처음으로 내게 눈물을 보이면서 꺼이꺼이 우셨었다. 평생의 한으로 남아있던 나에 대한 미안한 마음을 결혼 전날 밤에 다 푸셨던 것 같다. 없는 살림에 하루 한 끼를 먹으면서 살아야 할 만큼 어려웠던 때가 있었기에 억척같이 몇 사람 몫의 일을 해야만 했던 엄마는 줄줄이 달린 아이들을 살갑게 대할 여유가 없었었다. 집이 곧 공장이었던 그때 꺼리낌없이 이곳저곳을 누비던 세 살 아이는 그만 기계에 손을 크게 다치고 말았다. 마치 초록모자 속 주인공의 언니처럼 손수건을 꼭 쥐고 다니던 딸에게 평생동안 안고 있던 미안함을 눈물로 쏟아내던 어머니...어머니와 딸의 거리가 좁혀지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딸과 어머니는 가장 가까운 사이인 듯하면서도 내리 사랑을 깨닫기까지 참 먼 여정을 거쳐야만 하는 것 같다. 아직도 그 깊이를 다 알수는 없지만 처음으로 비췄던 엄마의 마음이 충격처럼 오래도록 기억되는 것은 마음이 가까워지고 엄마이자 한 여인으로써 그 삶을 바라볼 수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까막눈으로 평생을 살다 칠십이 가까워서야 어깨너머로 글을 깨우친 노모가 자신의 하루하루를 일기로 써내려간 흔적을 발견했을 때 딸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구지 말해 무엇하겠는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서 엄마의 글을 올리고 텔레비전에서 방송되기도 했지만 이제 한 편의 글로 엄마와 자신의 글을 내놓았을 때 이미 그들의 글을 개인이 아닌 모두의 마음을 울리는 글이 되었다. 글을 읽으면서 타인이 아닌 내 마음의 한쪽을 이미 그 속에 담아 놓고 읽는 듯했다. 이젠 안경너머로도 글씨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엄마가 이 책을 읽어도 나와 같지 않을까나?
하얀 쌀밥을 한 가득 담아 내미는 대신 소꿉놀이를 하듯 진달래 꽃을 한가득 담아 내놓은 듯한 표지 그림에 순간 가슴이 뭉클해진다. 친구와의 소꿉놀이 대신 엄마와의 소꿉놀이를 추억에 담아놓고싶은 생각이 든다. 더 늦기 전에 묵은 신김치 대신 바로 담근 김치 한 쪽 들고 엄마를 찾아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