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또한 지나가리라! - 김별아 치유의 산행
김별아 지음 / 에코의서재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인생에 대한 치유가 되는 또 하나의 인생]


산과 그리 친한 사람이 아니었던 이유 중의 하나는 산에서 느끼는 산멀미에 일찌감치 치를 떨었던 탓이다. 중학교 3학년 때 담임이던 국어선생님을 무척이나 따랐었다. 남들과는 달리 아이들의 고민을 눈여겨 보아주시던 담임은 여름 방학이 될 무렵 아이들에게 특별한 제안을 하셨다. 원하는 사람에 한해서 1박2일로 북한산을 다녀오자는 것이다. 반 아이들 가운데 절반 가량이 참여했었다. 난생 처음 아이들과 가져올 물품을 분담하면서 된장찌개는 어떻게 끓여야 하는지 밥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텐트는 어떻게 쳐야 하는지 처음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산은 만만치 않았다. 내가 처음 만난 산을 그러하였다. 오르는 것 쯤이야 했지만 20분 정도 지나니 코 앞에 경사를 두고 있는 산의 굴곡이 결코 만만치 않다는 것을 자연스레 알 수 있었다. 경치를 구경하는 대신 친구들의 거친 숨소리를 들어야 했고 누구에게 의지하지 못한 채 등짝에 붙어있는 거대한 배낭을 제몫으로 여기면서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한참을 올라가서 이제야 한숨 돌리고 산 아래를 내려다 보는데 그 경치야 이루 말할 수 없이 멋지지만 그와 함께 밀려오는 어지럼증과 구토는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다. 민폐끼치는게 싫어서 다시는 산에 오르지 않겠다 다짐을 했건만 또 한차례 산을 올라야만 하는 때가 생겼다. 대학에 입학한 그해 여름에 과전통이라며 1학년은 모두 설악산 등반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역시나 내외설악을 거치면서 대청봉에 오른다는 것은 정말 만만치 않은 인생역경이었다. 부슬부슬 내리면서 3박 4일 산속에서 고생하던 때를 기억하면 역시 산은 내게 맞지 않는 곳이라고 단정하곤 했다.

그런데...참, 이상하다. 누가 내게 산을 권유한 적도 강요한 적도 없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산에 대한 느낌이 참으로 달라져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오르기 힘든 곳이 아니라 삶의 굴곡이 숨어있는 또 하나의 인생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젊은 날 역동하는 파도가 좋아 바다를 동경했다면 이제는 적지 않은 인생을 살아온 중년이 되니 숨어있는 삶을 엿보는 듯한 산이 더 좋아지더라..

'치유의 산행'이라는 소제목을 보고 김별아의 산행에서는 그녀의 인생을 엿볼 수 있겠구나 짐작했다. 역시 그녀는 산의 경치를 읊조리고 자신이 산을 타면서 얼마나 힘들었는지 생생하게 엮는 대신 자신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그 느낌을 이해할 수 있는 하나는 바로 세월의 힘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든다.

산에서 선두에 서건 가장 마지막에 서건 그건 중요한 것이 아니란다. 함께 산을 오르고 오르는 동안 누구도 선이 될 수도 있고 후가 될 수도 있단다. 누구보다 앞서간다가 아니라 자신과의 싸움이 된다는 것을 깨닫고 함께 걷고 호흡하면서 자연과 일행과 하나되는 과정을 깨달아가는 것이 바로 산행이라는 말이 인상적이었다. 나 역시 길 위의 인생에서 벗어나 지금은 치유의 산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다. 자신의 밑바닥을 경험하고 나면 인생에 대한 태도도 달라지지 않을까? 40차의 산행 중 이제 16차 산행을 한 작가가 앞으로 남은 24차에서는 더 많은 인생의 치유를 얻을 수 있으리라는 확신이 든다. 나 역시 그녀의 다음 산행에 마음으로나마 동행하련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