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만에 다시 찾은 답사의 기쁨] 10년만에 다시 만나는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기다리는 동안 내내 설레임을 갖게 했다. 사실 그의 책을 처음 읽으면서는 좋다와 그렇지 않다가 반반 이었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것이 책에 대한 소문을 듣고 읽었지만 우리나라 문화유산이나 역사에 대해서 그리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개인적인 관심으로 이곳저곳 찾아다니면서 역사의 한 부분이 숨쉬는 유산들을 접하고 다시 그의 글을 읽으니 예전에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감동을 곳곳에서 찾을 수 있었다. 아는 만큼 보이고 느껴진다는 말에 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 밖에.. '인생도처유상수' 이번 책의 부제가 유독 눈에 뜨인다. 무엇이 바로 그러하다고 손뼉을 치게 만들까? ..답사에 연륜이 생기면서 나도 모르게 문득 떠오른 경구는 '인생도처유상수(人生到處有上手)'였다. 하나의 명작이 탄생하는 과정에는 미처 내가 생각하지 못했던 무수한 상수(上手)들의 노력이 있었고, 그것의 가치를 밝혀낸 이들도 내가 따라가기 힘든 상수들이었으며, 세상이 알아주든 말든 묵묵히 그것을 지키며 살아가는 필부 또한 이생의 상수들이었다. 내가 인생도처유상수라고 느낀 문화유산의 과거와 현재를 액면 그대로 전하면서 답사기를 엮어가면, 굳이 조미료를 치며 요리하거나 멋지게 디자인하지 않아도 현명한 독자들은 알아서 헤아리게 된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작가의 말 중에서) 처음 문화유산에 대해서 알아가는 재미는 역사의 그것과 연결되어 있던 모른던 부분을' 안다' 라는 자체였다. 그러나 해가 지나면서는 똑같은 곳에 가서 같은 것을 봐도 전과는 다른 것을 느끼고 찾게 된다. 단순히 문화재 자체에 대한 정보나 의미보다는 그것과 연관된 흐름과 그 속에 녹아있는 조상들의 인생을 찾게 되기에 유홍준 교수가 말하는 인생도처유상수라는 말에 절로 공감이 간다. 서울에서 가장 많이 가게 되는 고궁 가운데 하나인 경복궁이 책의 첫머리를 장식하는 것은 의외였다. 너무도 익숙한 곳이지만 이또한 그가 들려주는 다른 부분에서의 관점을 맛볼 수 있었기에 기뼜다. 경복궁에서 임금이 있는 공간까지 가기 위해서는 3문3조를 거쳐야 한다. 근정문을 들어서면서 보게 되는 근정정의 참모습을 알기 위해서는 오른쪽 구석으로 가서 산세와 함께 근정정을 바라봐야 한다. 나 역시 아이들을 데리고 가면 가장 먼저 이 공간에서 근정전을 감상하도록 한다. 이곳에서 근정전을 바라보면 '멋있다'라는 말로는 부족한데 그것은 바로 산세와 어울어진 처마의 연속성, 바로 자연을 벗어나지 않고 조화하는 건축의 미학때문이다. 이렇게 선조들은 건축에 있어서도 자연과의 조화를 따르고자 한 미학정신을 품고 있다. 간혹 중국의 웅대한 자금성과 근정전을 비교하는 사람들이 놓치는 한 부분이 바로 자연과의 미학이라고 한다. 자객의 습격을 우려해서 주변의 모든 것을 없애고 허허 벌판에 지어놓은 자금성과 주변 자연과 어울어짐을 중요시한 근정전과는 비교의 코드가 확연히 다르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것이 보이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했던지 모른다. 작가의 경복궁에 대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공감가는 부분이 상당히 많아서 더 흡족했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근정전의 의미와 박석에 대한 부분이었다. 근정전이 부지런히 정사에 임하라는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작가가 인용한 정도전의 말에서 정말 무릎을 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침에 정무를 보고 낮에는 사람을 만나고 저녁에는 지시할 사항을 다듬고 밤에는 몸을 편안히히여야 하나리 이것이 임금의 부지런함입니다..(본문중) 정사를 돌보는 것 뿐 아니라 자신의 몸을 편히 쉬게 하는 것 또한 부지런히 해야 한단다. 그런 부지런함이 인재를 등용하고 쓰는데까지 이르라고 당부하는 말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는 근정전에 대해서도 아이들에게 들려줄 또 하나의 이야기가 생겼다. 또한 박석의 미학이야 경복궁을 방문할 때마다 수십번 들었던 이야기지만 정작 비오는 날 배수의 흐름을 조절하는 그 아름다움을 박연근 소장으로부터 듣는 장면에서는 살짝 소름이 돋았다. 그냥 지나치는 혹은 머리로 아는 것이 얼마나 부족한지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 비오는 날 근정전 앞마당에서 박석이 주는 또 하나의 교훈을 찾아봐야겠다. 이렇듯 익숙한 공간이라도 작가가 들려주는 또 다른 이야기를 들으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음이 흡족하여 웃음이 번진다. 20대 초에 읽었으면 모를 이야기가 시간의 흐름과 새로운 경험을 통해서 또 다른 느낌과 만족으로 받아들이게 되니 이 과정 역시 '나의 문화유산답사'가 되는게 아닐까 싶다. 산사의 사계절이 얼마나 아름답운지 보고 싶어 목마르게 하는 순천 선암사의 이야기, 작가의 고향인 부여, 종가집 며느리의 이야기가 얽힌 거창 합천의 이야기까지 읽는 내내 이미 그곳에 가 있는 나의 마음을 어찌 설명할까? 시간이 지나면서 변해가는 곳도 너무도 많단다. 정부의 정책과 개발로 바뀌어지는 곳도 적지 않고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서 달라지는 곳도 적지 않다 .그렇기에 그의 답사 여행을 통해 더 늦기 전에 많은 곳을 만나고 싶고 느끼고 싶다. 더 늦기 전에 그의 답사 여행이 더 많이 이루어질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