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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ㅣ 클래식 보물창고 5
윤동주 지음, 신형건 엮음 / 보물창고 / 2011년 4월
평점 :
[시대가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윤동주의 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으로 뽑혔다는 윤동주. 일본에서 독립 운동 혐의로 체포되어 해방을 얼마 앞두고 20대의 젊은 나이에 작고한 그였기에 많은 사람들의 가슴 속에는 젊은 저항 시인으로 기억된다. 그가 얼마나 항일 운동을 했는가 하는 것보다 그의 마지막 시집이 남긴 메시지를 사람들이 저마다의 가슴 속에 품고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한 사실이 되어버리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책을 좀 읽는다 하는 우리 집에 윤동주의 시집이 없다는 것을 이제야 깨달았다. 세상에...중학생이 된 아이가 찾지 않았다면 그동안 난 집에 윤동주의 시집이 없다는 것도 몰랐을 것이다. 학교 교과서에 실린 탓이기도 하지만 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이제는 잊혀져 기억의 저 밑바닥에 있었던 작가와 작품을 종종 거론하곤 한다. 맞아..그랬지 하면서 아이 덕분에 새록새록 기억해 내고 있는 요즘이다.
보물창고에서 윤동주의 시집의 표지가 너무도 마음에 든다. 까만 밤하늘에서 떨어지는 별과 한켬에서 그런 하늘을 바라보면서 상념에 젖었을 시대의 젊은이를 한눈에 볼 수 있어서 그랬는가 보다.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른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청춘의 기운과 번뇌가 느껴진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젊은 날 죽어가는 모듬 것을 등지지 않고 사랑하는 마음을 담아 자신의 길을 걸어가고자 했던 그는 분명 주변을 외면하지 못하는 피끓는 지식인이었으리라. 요즘 내신과 대입에 목메는 아이들에게 이 시는 어떤 느낌으로 읽힐까 새삼 궁금해진다. 하나하나 해부해서 시를 배웠던 때와는 다르게 배울까? 그랬으면 좋으련만...
총 5부로 구성된 이번 책에는 독특하게 윤동주의 동시와 동요를 한데 모아 2부에서 소개하고 있다. 윤동주의 동시를 읽어보지 못했기에 2부를 읽으면서는 새로운 느낌이 들었다. 이미 초등학교 1학년 교과서에도 수록된 동시가 있다는데 한번 찾아봐야겠다.
<오줌싸개 지도>
발랫줄에 걸어 논
요에다 그린 지도
지난 밤에 내 동생
오줌 싸 그린 지도
꿈에 가 본 엄마 계신
별나라 지돈가?
돈 벌러 간 아빠 계신 만주 땅 지돈가?
동생이 요에 그린 지도를 보고 엄마와 아빠를 떠 올린 걸 보며 무척이나 그리움에 사무쳐서 지냈는가 보다. 지금 한국에 나와 일하는 조선족 사람들이 문득 떠오르는 걸 보면 시대가 지나도 비슷한 아픔을 지닌 사람들이 늘 함께 하는 것 같다.
<만돌이>라는 동시에서는 지금이나 예나 시험 때문에 걱정하는 아이들 마음이 엿보인다. 더구나 만돌이처럼 돌은 던져 맞힌 수만큼 시험에서 맞겠거니 하는 거나 연필을 굴려서 답을 찾는 아이들이나 매한가지가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요즘에는 이런 아이들도 없을 것 같다. 모두 학원으로 돌면서 아이들 성적이 포도알처럼 상위권에 다닥다닥 붙었다는 이야기가 얼핀 떠오른다.
마지막 5부에는 윤동주의 산문이 실려있어 시와는 다른 느낌으로 그의 감수성을 엿볼 수 있다. 100편에 가까운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소장할 수 있게 되어서 너무 기쁘다. 시대가 지나도 잊혀지지 않을 윤동주의 시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음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가슴이 떨린다..